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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Jun 13. 2019

미피와 친구할래요? MEET miffy

-전시정보-

<미피와 친구할래요? MEET miffy>

알부스 갤러리, 2019. 05. 23 ― 2019. 08.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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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하고 아름다운


미피는 1955년에 태어난 토끼 캐릭터이다. 길쭉한 두 귀와 토실토실한 볼을 가진 아기 토끼 미피가 등장하는 그림책은 세계 각국에서 출간되어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연령과 계층의 사람들에게 사랑받아 왔다. 미피의 작가 딕 부르너는 캐릭터와 이야기를 단순하고 간결하게 표현하는데 주력했다. 작가는 신중하게 선택한 최소한의 색을 사용해서 캐릭터에 대한 집중도를 높이고 철저히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미피의 외양은 조금씩 바뀌었지만 원피스를 입고 있는 어린 토끼의 모습은 그대로 유지되었다. 미피의 성별은 여성이지만 책 속에서 미피의 성적 정체성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미피는 직업도 경제적 능력도 없고 미래를 예언하거나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미피는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 토끼일 뿐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6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이 작은 토끼를 계속 사랑하게 만들었을까?



미피의 매력은 진실성에 있다. 미피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한다. 동물원에서 말하는 앵무새를 보고 놀라고 기린의 목이 길어서 무서워하고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생일 선물을 받고 기뻐한다. 미피는 씽씽이를 타는 걸 즐기고 친구들과 같이 노래 부르고 그림 그리고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엄마를 따라 간 가게에서 사탕을 훔치고 미피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 자신의 죄를 고백하고 용서를 구한다. 또 사랑하는 할머니의 죽음에 눈물을 흘리며 슬퍼한다. 미피는 표정 변화가 거의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보는 사람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책에서 볼 수 있는 한결같이 순박한 미피의 모습은 독자들을 절로 미소 짓게 한다.


미피는 또한 친절하고 상냥하다. 목도리를 떠서 할머니께 드리고 추위에 떠는 작은 새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집을 만들어 준다. 미피는 성격이 온순하고 성실해서 모두에게 신뢰감을 준다. 이는 누구나 바라는 이상적인 친구의 모습이다. 우리가 나이 들어 기력이 쇠하고 세파에 시달려 어린 시절의 순수함을 잃어도 미피는 충성스럽고 신실한 벗으로 곁에 남아 있다. 샌드위치와 당근을 좋아하는 이 작은 토끼는 누군가에게는 가장 가까운 친구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미피는 믿음직한 동료이자 입이 무거운 상담자이고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이다. 미피의 굳게 다문 입은 어떤 일이 있어도 비밀을 발설하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미피는 우리에게 영원을 약속한다. 그렇기 때문에 21세기에도 미피는 여전히 수많은 사람들의 생의 동반자로 자리하고 있다.


미피는 또한 영원히 어린아이로 있고 싶은 열망의 상징이다. 아이에게는 무한한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수해도 잘못해도 용서받는다. 실패해도 다음 기회가 있고 만회할 수 있다. 하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그렇지 않다. 햇빛 찬란한 나날들이 계속될 것 같은 유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면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것도 확실히 보장되는 건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이제 모든 걸 혼자서 해결해야 한다. 삶은 고달프고 힘들고 앞으로 나아지리라는 보장이 없다. 기쁨은 순간이고 인생의 대부분은 막막하고 슬프고 고통스럽다. 반면 미피는 변함없이 천진하고 귀여운 아이로 존재한다. 미피는 근심이 없고 유쾌하고 낙천적이다. 우리는 아기 토끼의 사랑스러움에 취해 잠시나마 현재의 시름을 잊는다. 그리고 미피에게 과거의 자신을 투사하며 위안을 받는다. 미피는 반짝반짝 빛나는 시간을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 미피는 행복했던 그 시절의 또 다른 이름이다.


미피는 사랑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반영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미피의 세계에서는 모두가 다정하고 친절하다. 아프면 간호를 받고 힘든 일이 있으면 위로를 받는다. 정제된 곡선과 직선의 세계는 단순하고 아름답다. 이곳에는 모략과 배신과 음모가 존재하지 않는다. 대립과 경쟁이 없다. 여기서 미피는 영원히 어린아이인 채로 모두의 보살핌을 받으며 행복하게 산다. 그러한 미피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대리 만족을 느낀다.


미피는 꿈이며 행복이고 사랑이고 기쁨이다. 누구든 이 폭신폭신한 털을 가진 하얀 토끼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미피는 시간과 공간과 국경을 넘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미피는 우리의 곁에 있다.




아트렉처 에디터_나효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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