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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Oct 27. 2019

중세 영국으로 뛰어들다.

배찬효 Existing in Costume

https://artlecture.com/article/1121


유학시절 동양남자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사진으로 탐구한 작가


Anne Boleyn, 2012



차가운 어둠 속, 벽돌로 지어진 둥근 아치 아래 절망에 빠진 표정과 제스쳐를 보이는 인물들 가운데 숭고한 자태를 취하는 인물이 서있다. 금색 자수가 가득한 실크 드레스는 조금 탁하지만 은은하게 빛을 내고 있고, 그 위에는 이 위기처럼 보이는 상황을 받아들이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는 새하얀 얼굴이 보인다.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사진속 주인공은 유럽 백인 귀족 여인이 아니라 하얀 분을 칠한 동양 남자의 얼굴이다.

배찬효는 영국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로, 2004년 한국에서 영국 슬레이드 미대로 유학을 떠났다. 서양문화의 위대함을 직접 보고 느끼고 싶었던 그는 언어와 문화의 장벽과 영국사회, 특히 여성들에게서 받은 동양 남성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경험하게 되었고,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시작했다. 그리고 이 소외감은 그의 첫 사진집 <Existingin Costumes>으로 나오게 되었다.


21세기 영국은 동양인을 포함한 여러 국적과 문화의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살아가고 있다. 작가가 이야기하는 차별은 작품에서 보여지는 시대와 동일한 강도와 모습은 아니지만, 동양에서 온 남자에 대한 중성성, 혹은 남성다움의 부족함에 대한 오해를 이야기하면서 결국 영국인과 한국인, 그리고 여성과 남성의 모습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13세기에서 19세기 영국과 유럽의 역사 속 유명인물들과 동화를 주제로 함께 사진에 출연해줄 국립발레단과 화려한 의상, 조명팀을 꾸려 영국의 방방곡곡을 다니기 시작했다. 세월에 의해 허름해진 성, 숲속, 연못 등 그의 캐릭터들을 돋보이게 할 장소를 섭외하고, 소품과 각도 등 세세한 요소까지 신경 쓴 연출속에서 그는 때로는 고고한 귀부인, 때로는 장엄한 백작의 의상을 입고있다.


이 화려한 사진들 속에서 그는 타인의 모습을 빌려, 외부에서 그를 보는 시각으로 인한 내면의 갈등을 밖으로 표출한다. 본인과 전혀 다른 특징의 인물로 변장한 작가의 모습은 어색하기 때문에, 오히려 본래 모습의 특징이 더 도드라지게 된다. 사진집의 제목 Existingin Costume (코스튬을 통해 존재하다) 에서, 작가는 ‘캐릭터’나 ‘옷’이 아닌 ‘코스튬’이라는 단어 선정을 통해 어떤 인물이 되어보는, 연기자의 느낌보다는 그 인물을 상징하는 무대의상을 빌려입은 듯한 느낌을 준다. 작가는 옷과 소품, 배경의 상징성을 배열하고 재배열하며 이중적인 가상의 존재를 만들어낸다.


귀부인의 드레스와 머리모양으로 변장한 작가의 사진을 들여다보면 숨어있는 군번인식표나 로보트 장난감이 보이기도 한다. 의상과 소품이 나타내는 문화, 역사, 신분 등 사회적 의미들이 서로 상반되는 불규칙한 배치를 통해 작가는 자신의 본 정체성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 속에서 변장을 했지만 본인을 완벽하게 숨기지 않으며 자기 자신의 존재와 캐릭터의 존재가 부딪히면서 공존하고 있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볼수 있는 얼굴에 구멍이 있는 포토존 사진처럼 어색하고, 그의 무미건조한 표정은 보는이로 하여금 더욱 동떨어진 거리가 느낄수 있게 한다.


자연스럽게 장면 속에 녹아들지 않는 그의 시선은 정면, 즉 카메라와 관람자를 향해 있다. 작가는 의상을 빌려입고 분을 칠하면서 존재성과 정체성의 철학에 관해 관람객에게, 그리고 세상에게 질문한다. 영국인이란 누구이며 본인은 누구인지에 대해. 낯선 환경에서 있어본 경험이 있다면 아마 작가와 비슷한 의문을 가진적이 있을것이다. 스스로가 타인에게 어떻게 보여지는지, 그것이 본인의 정체성과 일치하는지, 그리고 원한다면 타인이 될수 있는지.


올해 2월 인터뷰에서 그는 아직 정체성과 세상에 대한 답은 아직 얻지 못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역사와 판타지를 오가며 스스로의 목소리를 찾았으며, 현재 사진 외의 작업도 시도해보며 인간의 존재와 문화의 정체성에 대한 의논을 계속 해나가고 있다.


GuyFawkes, 2012



참고자료

작가 정보와 이력

http://www.purdyhicks.com/display.php?aID=4#15


<Chan-Hyo Bae: Existing in Costume> byAline Smithson, Lenscratch

https://lenscratch.com/2009/05/chan-hyo-bae/


<Cross-DressingThroughout History to Fit in> by David Rosenberg, Slate

https://slate.com/culture/2013/03/chan-hyo-bae-existing-in-costume-examines-western-culture-from-an-eastern-point-of-view-photos.html


<Chan-Hyo Bae on using self-portraits to make sense ofhis immigrant experience> by Sindhuri Nandhakumar, The Hindu

https://www.thehindu.com/entertainment/art/chan-hyo-bae-on-self-portraits/article26279843.ece


<남자인 제가 왜 유럽 공주로 변신하고 찰칵~했을까요> 문소영, 중앙선데이

https://news.joins.com/article/23405784


<판타지 메이커스: 패션과 예술전> 강효연, 대구문화재단

http://daemun.or.kr/?p=432



이미지

https://slate.com/culture/2013/03/chan-hyo-bae-existing-in-costume-examines-western-culture-from-an-eastern-point-of-view-photos.html





글_아트렉처 에디터_조혜연_heyonch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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