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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Nov 04. 2019

날 보러 와요, 바바라 크루거

전시리뷰

https://artlecture.com/article/1140


2019. 6. 12 ~ 2019. 12. 27

바바라 크루거: Forever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https://artlecture.com/project/4047


바바라 크루거(Barbara Kruger)는 미국의 개념주의 아티스트이다. 아모레퍼시픽에서는 그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었다. 내가 그의 전시를 보물 같다고 표현하는 이유는 그의 작업들이 텍스트에 얽매이지 않기 때문이다. 두뇌 훈련 게임 중 '색깔 읽기' 게임을 해 본 적이 있는가? 빨간 글씨로 '파랑'이라 적혀 있는 문자를 만났을 때, 우리는 글자의 색과 관계없이 '파랑'이라 읽어내야 한다. 이 게임을 하며 우리는 '텍스트'와 '이미지'가 분리되는 경험을 한다. 그의 작품도 비슷하다. '사진'이 내포하는 이미지와 '텍스트'가 가진 문자로서의 의미는 한데 모아지지 않고 흩어진다. 흩어져서 알 수 없게 된다는 것이 아니다. 그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 세상을 비판하는 방식이 그러하다는 것이다.


전시를 보며 정말 좋았던 점은, APMA 어플이다. 도슨트 시간에 맞추어 가지 않아도, 오디오 가이드 기기를 대여하거나 금액을 지불하지 않아도 누구나 쉽게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다. 입장하기 전 스태프 분들께서 친절하게 안내해주시기는 하나, 번거로운 과정을 미리 해결하고 방문하시는 분들을 위해 링크를 달아둔다. 

http://apma.amorepacific.com/index.do 모바일로 접속하면 중하단에 보이는 아이콘을 통해 쉽게 어플을 다운로드할 수 있다. 전시 해설을 듣기 위해 필요한 코드는 입장권을 뒷면에 쓰여있다. 이 시리얼 넘버를 입력하면 된다.  



전시전경, 모바일 이미지 출처: 아모레퍼시픽 미술관



입장하기 전 벽면에 하나, 입장하는 계단에 하나 총 두 개의 작품을 미리 만날 수 있다. 나오며 보는 것도 좋지만 YOU. 가 적힌 위 사진 속의 작품이 전시 해설 어플 상 3번에 해당하니 참고하도록 하자. YOU와 맞은편의 FOREVER. 는 마치 양 면에 거울이 달려있는 공간에 나를 혼자 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전시 해설에 의하면 이 곳에 적힌 많은 문장들은 소설에서 인용한 것이라고 한다. 언급된 소설을 모두 보지 않아 공감할 수 없었지만 커다란 스케일과 흑백의 대조로 충분히 작품에 압도당했다. 작고 정밀하게, 세필로 무언가를 표현하는 작품에 비해 나는 대작이 좋은 것 같다. (지난번 제임스 진도 그렇고) 





"제발 웃어 제발 울어", 그래서 웃으라는 건가 울라는 건가 하며 작품을 바라봤다. ㅅ과 ㄹ, 음운 하나의 차이지만 의미는 정 반대가 되어버렸다. 크루거가 '아 다르고 어 다르다'라는 말을 이해하고 작품을 만든 것 만 같다. 이 작품은 웃어라 혹은 울어라는 문자 그대로를 우리에게 요구하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문득 들었다. 택스트가 하나의 작품임을, 문자는 의미 전달 외에 아름다움이라는 또 다른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었다. 이러한 점이 앞으로 크루거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길잡이가 되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면 '웃'이라는 글자는 사람이 팔을 벌리고 대자로 누워있는 모습과 유사해 보이지 않은가




직역하면 '잘 샀네'인 이 작품은 다르게 생각해보면 잘~샀네 이다. 집에서 무언가를 쏟았을 때 어머니께서 "잘~ 했다." 하시듯이 이 작품도 우리의 소비를 비판하고 있다. 대화면에 검정 바탕, 흰 글씨 정말 강렬하게 우리를 비판하고 있다. 소비 좀 그만해,라고 굿 바이(GOOD BUY)는 굿 바이(GOOD BYE)와도 소리가 비슷하니, 크루거가 현대인의 소비실태를 비판하는 정도가 저 작품 하나로 얼마나 강한지 확 와 닿았다. 





이 챕터에서는 인물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고 붉은 바탕의 흰 글씨로 무언가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흑백 사진과 붉은 태두리 붉은 바탕의 흰 글씨, 이 색감 조화가 어딘가 모르게 익숙하게 느껴졌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화투의 색 구성과 상당히 유사하다) 전시 해설에 의해 작품에 대한 해석이 가로막히는 걸 싫어하는 내가 전시 해설을 권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평소라면 익숙한 배색이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쳤을 작품 6개를 전시 해설을 들으며 더 꼼꼼하게 작품을 보게 되었다. 표현의 디테일을 발견했고, 글의 내용에 집중하며 사진과 비교해보게 되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해설이나 작품은 없었지만, 작품을 보는 나의 태도가 바뀌었다는 것 만으로 큰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내게 재미있었던 작품이다. 전시장 안에서는 페이스라는 동일한 문자를 담고 색만 다르게 표현해 작품 하나하나의 느낌을 다르게 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자세히 보았을 때는 작게 적힌 문구가 달랐지만 말이다. 색감도 2000년대 초반에나 많이 본 듯한 색감이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4 컬러를 동시에 두니 그렇게 촌스럽지많은 않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며칠 뒤 키아프(kIAF) 전시장에서 본 현수막의 배색이 크루거의 작품과 순서만 다를 뿐 지나치게 비슷해서 깜짝 놀랐다. 같이 두고 보니 정말 아름답다. 


바바라 크루거는 12월까지 만날 수 있다. 날 보러 와요 라고 제목을 단 이유는 내가 방문한 날이 주말이었음에 불구하고 사람이 굉장히 없었기 때문이다. 작품 속 깊이 담긴 메시지를 아직은 학문과 안목이 부족에 많이 알아보지 못했지만, 단순하면서도 아름다운 전시라는 점은 확실하다. 키아프(KIAF) 사진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며, 폐막을 한지는 꾀나 지났지만 아직도 여운이 잔잔한 키아프(KIAF)의 현장을 다음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전시정보

https://artlecture.com/project/4047



글_아트렉처 에디터_정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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