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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Oct 31. 2019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

전시 프리뷰

https://artlecture.com/article/1143


아트선재센터,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

9/18~11.17

https://artlecture.com/project/3859


서울삼청동에 위치한 아트선재센터에서 흥미로운 전시가 진행 중이다. 전시 제목은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어딘가 난해하고, 과거와 미래가 뒤섞여 있을 것 같은, 그럼에도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시이다.


이전시는 진화와 퇴화,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모든 인간의 모습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 안에서 다루고 있다. 전시 제목을 보면 과거를 상징하는 ‘중세’와 미래를 혼합하여 문법에 맞지 않게 서술하여 우리에게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지만, 제목에서 전시 내용과 의도를 모두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전시를보면서도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 중 하나는 인간을 그려낸 이 작가들의 표현 방식이었다. 파충류와 혼합된 사람,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체 일부분이 변형된 모습 등을 그려내며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형태들이 가득한 공간이었다.


<미셸우엘벡, 마티에르 연작, 2016>



이러한 표현 방식들은 마치, 아이가 태어나면 의사들이 손가락 5개, 발가락 5개를 확인한 후 ‘정상’이라고 말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인간의 모습이라는 것을 비웃고 있는 느낌과 비슷했다. 그렇다면 이곳에 있는 인간들은 왜 이런 형상을 띄게 되었을까? 여기에 기획자인 덴마크 예술감독 야콥 파브리시우스는 ‘디스토피아’의 세상을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가장 좋은 국가 통치 형태. 누구나다 불만 없이 행복한 이상향의 섬인 ‘유토피아’. 대체로 꿈과 같은 공간 혹은 세계관을 이야기할 때 쉽게 내뱉곤 하는 유토피아와는 달리, 디스토피아는 실패의 세계 혹은 암흑의 세계를 뜻한다. 초반엔 영국 정부의 아일랜드 억압 정책을 비판하며 생겨난 단어이기 때문에 어원으로는 억압적 사회, 불평들의 사회, 강제적 정책등 정부와 사회적 시스템을 비난하는 뜻을 다수 포함하고 있었다.


그러나 영화나 문학 등 문화예술계에서 사회나 정치뿐만 아니라 이기적인 인간의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디스토피아의 개념을 차용하면서 조지 오웰의 ‘1984’, 워쇼스키 자매의 ‘매트릭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신세계’ 등 명작들도 탄생하게 되었다. 비록 초반에는 예술계에서도 단순 현실 풍자로 많이 이용되었던 하나의 컨셉에 지나지 않았지만, 점점 사회와 기술이 발전과 더불어 꾸준히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한 현실적인 비판이 더해지게 되었다.


이제는 단순한 픽션이라고 생각하고 넘기기에는 꽤나 진중한 토픽이 된 것이다.

엄밀히 따졌을 때 유토피아 단어의 뜻 자체가 ‘없는 곳’인 것을 감안하면, 왠지 디스토피아가 더욱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되기도 한다.


<윌베네딕트&스테펜 요르겐센, 모든 출혈은 결국엔 멈춘다, 2019>



전시는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우리 스스로에 대해서 말이다. 변형된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도 기괴하다 생각하고 넘어가는 그네들을 붙잡고 다시한번 물어본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하고말이다. 전시장에서는 엄청난 기술이 등장해 그 기술이 우리를 잡아먹을 것이며, 외계의 침공으로 인해 지구는 멸망하여 우리는 결국 디스토피아 안에서 살아갈 것이다 라는 구구절절한 서사는 없다. 어떤 연유로, 왜 이렇게 되었는지 한마디의 설명 없이 우리들의 결과적 모습 그 자체만을 굉장히 불친절하고 불편하게 알려주고 있다.



<아니아라오만, 최후의 화신, 2016>



실제로 매우 불편한 작품들도 존재한다. 그러나 이것이 <나는너를중세의미래한다1>의 매력일 것이다. 제목에서부터 이미 불편함을 느꼈다면 전시 기획자인 야콥의 의도에 제대로 명중된 것이다. 


 무엇이 진짜 우리의 모습일까? 불편할정도로 되뇌이며.




글_아트렉처 에디터_jiao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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