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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미술 비평가인 아서 단토는 앤디 워홀의 ‘브릴로 박스’를 보고는 예술의 종말을 선포했다. 하나밖에 없는 유일무이한 가치. 그 희소성 때문에 더욱 빛을 발하던 예술이 이제 대량생산이 가능하게 되고 그 대량 생산의 범위조차 예술이라는 이름 안에 들어오려 했기 때문이다. 그 ‘예술의 종말’과 더불어 예술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2015년 예술의 본질에 대한 고찰을 적은 ‘무엇이 예술인가? (What art is)’를 통해 그는 한 번 더 우리에게 묻는다.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 이들은 아서 단토 뿐만 아니다. 이름 자체가 대명사가 되어버린 대작가 레프 톨스토이 또한 ‘예술이란 무엇인가? (1897年)’를 통해 작가 본인이 생각하는 예술의 의미를 적었다. 이 외에도 많은 예술가가 예술의 본질적 의미를 탐구하기 위해 적은 글은 굉장히 많다.
그래서, 예술이 무엇인가?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명확하고 명쾌한 답을 내릴 수 없다. 그러나 절대 답을 알 수 없는 예술 그 자체는 우리에게 다양한 질문을 던지곤 한다.
예술에도 많은 분야가 있지만, 그 중에서도 ‘책’을 사실 질문보다는 답을 이야기하는 분야이기도하다. 그래서 우리는 인생에 대한 정답지 중 일부분을 보는 것처럼 책을 대하곤 한다. 그러나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는 책 또한 매우 많다. 인생, 사회, 개인, 단체 등 질문을 직접적으로 던지고 있는 책이 있고, 개인의 일생을 담아내어 우리가 살면서 사회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지 간접적인 질문을 하는 책도 있다.
세계적인 석학 시어도어 젤딘(Theodore Zeldin)은 ‘인생의 발견’이라는 책을 통해 우리에게 가장 직접적인 질문들을 던진다. 주제는 굉장히 다양한데, 제목 그대로 ‘인생’이라는 대주제만이 책에 담긴 광범위한 것들을 포괄할 수 있다.
헛된 삶이란 무엇인가, 부자는 빈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빈자는 부자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사람들이 자기 나라에서 편안함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등 관계, 사회, 삶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다. 저자는 특히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굉장히 많이 한다. 국가, 인종, 생각, 경험과 같이 폭넓은 범위에 존재하는 관계성에 대해 철학적인 화두를 던진다.
그가 이야기하는 것은 우리가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질문도, 지금 당장 듣고 싶어 하는 답이 아닐 수도 있다. 답하기 어려운 질문들도 분명 있기 때문에 읽다가 책을 덮어버리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가 던지는 질문들을 보며 우리 스스로가 정리하고, 또 정립하다 보면 발견할 수 있다. 질문 속 숨겨져 있는 수많은 가치를 말이다.
이해한다고 해서 불일치가 다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불일치를 풍부한 경험으로 만들어준다.
- 인생의 발견 중
시어도어 젤딘의 인생의 발견이 인생에서 꼭 필요한 질문이라면,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최고의 질문’은 기업이 꼭 돌아봐야 하는 질문을 정리해 놓았다. 경영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업에 대한 근본적인 접근을 하며 기업 운영에 필요한 핵심만을 가독성 좋게 정리해놓은 경영책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 반드시 만족시켜야 할 대상은 누구인가? / 그들은 무엇을 가치 있게 생각하는가? / 어떤 결과가 필요하며,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만 놓고 보면, 이것이 경영에 관련된 책인지, 자기계발서 책인지 분간이 잘 되지 않는다. 그 정도로 기업가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들이며 이에 제대로 답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폴란드에서 미국으로 이민 와, 정년이 보장된 교수의 삶을 포기하고 제목 그대로 정의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는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리 호이나키(Lee Hoinacki)의 ‘正義의 길로 비틀거리며 가다’. 그는 무엇이 올바른 삶인가? 라는 다소 거시적인 삶의 질문에 스스로 답하기 위해 다양한 모험을 한다. 교수가 되기 위한 박사 과정을 공부하던 도중 터진 베트남 전쟁의 참혹한 장면들을 목격하고는 본인이 거주하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회의가 들어 자발적 망명을 통해 여러 국가를 거치며 살아간다.
책의 앞부분에는 ‘나의 개인사는 시대의 역사와 동시성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는 문장이 나온다. 이 한 문장을 가지고도 우리는 무한한 질문을 할 수 있다. 진정한 애국심이 무엇인지, 그것을 한 개인의 생활로 하여금 일치시킬 수 있는, 더 나아가 그 역사의 흐름에 ‘한 몫’ 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 각자가 생각하는 정의正義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미국이 초절주의 시대를 겪고 있던 시절, 개인의 자긍심과 자아를 더욱 확고히 다져야 한다며 등장했던 사상가 에머슨에게 영향을 받은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eau)는 월든 호숫가에서 약 2년 동안 자급자족하며 자본주의와 똑똑한 척 하는 야만인들이 만들어낸 문명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월든’은 그가 호숫가에서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며 적은 에세이이다. 작가 E.B 화이트가 ‘만약 이 나라의 대학들이 현명하다면 졸업하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졸업장과 더불어, 아니 졸업장 대신 <월든>을 한 권씩 주어 내보낼 것이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전세계적인 사회 교과서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월든을 통해 ‘우리가 자본주의를 만든 이유는 무엇인가?’, ‘자본과 문명 사회에 살며 우리가 해야 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떤 마음 가짐으로 그 속에 존재해야 하는가?’ 등과 같은 사회적 동물로서 생활하는 우리 모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예술 그 자체에 수많은 질문을 던지지만 절대 그 답을 알 수 없는 반면, 마찬가지로 예술 또한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우리가 열심히 그 답을 찾아가며 내가 이 사회와 세상을 대하는 기준을 서서히 정립해 나간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예술의 끄덕거림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아트렉처 에디터_jiaop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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