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스트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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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우리의 고유한 전통 현악기 가야금은 한국의 대표적인 현악기답게 힘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를 낸다. 가야금은 어떤 음악을 연주하냐에 따라 그 종류가 다양하며 사용하는 음악에 따라 그 크기와 음색이 다르다. 정악을 연주하기 위한 정악 가야금은 오랜 전통을 가진 만큼 예로부터 전해지는 거의 그대로의 모습을 가지고 있으며 소리의 울림이 크고 꾸밈없는 소리를 낸다. 반면 산조 가야금은 민속악이 발전하면서 개량된 것으로 빠른 곡조를 연주하기 용이하게 정악 가야금에 비하여 크기가 작고, 줄 사이의 간격도 좁다. 따라서 다양한 연주법을 사용하기 용이하며, 음역대가 높은 편이다. 최근에는 정악 가야금이나 산조 가야금과 같은 전통 12현 가야금이 아닌 더 많은 줄을 가진 18현, 25현 가야금 등이 등장하였는데 악기 아래쪽 몸통에 줄을 걸기 위한 부들이 사라지는 등 모양도 달라졌고, 전통적인 명주실이 아닌 나일론실이나 철로 만든 줄을 사용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것은 시간과 악기, 음악의 변화로 가야금의 연주법이 훨씬 다채로워졌다는 것이다. 가야금은 기본적으로 오른손으로 줄을 뜯거나 튕기고, 왼손으로 줄을 흔들거나 꺾는 등의 전통 주법들을 사용하는데, 전통 악기이기 때문에 주법이나 그 주법을 통해 소리로 표현되는 음향적 요소의 측면에서 제한적이다. 가야금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모양이나 악기를 이루는 재료가 달라진 만큼 그 소리나 음색에서도 변화가 필요하게 되었다.
가야금과 가야금 연주가 계승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연주 주법과 음향을 내는 방법들이 다양하게 파생되고 있다. 특히 근래 창작된 현대곡들에서는 가야금이 지닌 전통적인 소리가 아닌 독특한 음향을 추구하는 연주법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악기의 몸통이나 줄을 두드리며 타악기적 효과를 내기도 하고, 아쟁의 활이나 젓가락 등 기본 주법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수한 도구를 사용함으로써 독특한 음향 효과를 내기도 한다. 이렇듯 가야금 연주법이 다양하게 생겨나고 발전하는 것은 가야금의 새로운 소리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며, 작곡가와 연주자들이 이러한 음향 요소들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야금의 다채로운 소리와 연주법을 보고 들을 수 있는 그룹이 있다. 바로 ‘헤이스트링‘이다. 헤이스트링은 서울대 국악과 출신 3인의 가야금 연주자로 구성된 음악집단으로 25현 개량 가야금이 지닌 음색과 울림을 바탕으로 악기의 한계를 뛰어넘는, 다양한 음악적 어법을 수용한 개성 넘치는 음악을 연주한다. 그룹이 결성된 이후 2018년 서울남산국악당의 ‘젊은 국악, 단장(丹粧)’ 오디션에서 우승을 차지하였고, 2018 올해의 아티스트에 선정되었다. 또한 서울뮤직위크, 저니투코리안뮤직 등을 통해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으며 말레이시아 아트 투어, 런던 K 뮤직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등 해외 무대에서 음악적 역량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이에스더가 저술한 『음향예술의 세계』에는 “음악은 연속적으로 혹은 비연속적으로 리듬, 소리의 높낮이와 크기를 변화시켜 청중에게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예술의 한 형태이며, 음향은 소리의 모든 것을 다루는 과학이다.”라는 단락이 있는데, 이는 음악을 만드는 작곡자와 그 음악을 연주하는 연주가 모두가 음향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헤이스트링은 연주자들이 모든 곡을 공통 작곡하는데, 그들의 음악을 접하면 작곡부터 연주 단계까지 많은 고민을 통하여 음향을 이해하고 상상한 소리를 실현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 노력의 결과는 헤이스트링의 무대에서 바로 느낄 수 있다. 과연 전통악기인 가야금을 소재로 하는 음악이 맞는지,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강렬하고 파격적인 무대를 말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5hn7pOocwgE&feature=emb_logo
위 영상의 곡 ‘Potencia’는 헤이스트링의 정규 1집 앨범 <Salto>의 타이틀곡이다. 앨범의 설명에 따르면 ‘Potencia’는 변화를 이룩하는 현재의 찰나들, 현시점의 ‘나’가 가지는 잠재력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현재가 어떤 모습이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건 그것은 변화를 초래할 잠재력을 포괄하고 있음을 뜻한다. 이 곡은 스페인의 전통가무 플라멩코의 구성요소인 콤파스(리듬), 팔마(박수) 그리고 가야금의 선율이 어우러져 있으며, 가야금 전통 주법의 확장과 발전이 보이는 새로운 주법들을 다양하게 사용하여 도전적이고 신비로운 음향의 효과를 낸다. 전통적인 연주법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다양한 주법 이를테면 악기를 두드리고 안족의 왼쪽 현을 뜯는 등 실험적인 연주법으로 가야금이 낼 수 있는 대부분의 소리들을 과감히 표현한다.
플라톤(Plato)의 명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Music gives a soul to the universe, wings to the mind, flight to the imagination and life to everything. (음악은 우주에 영혼을 부여하고, 생각에 날개를 달아주며, 상상력이 날 수 있게 하며, 모든 것에 생명을 부여한다.)’. 헤이스트링의 음악은 가야금에 날개를 달아주고, 그들의 표현법은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그들의 음악을 접하는 순간 전통 음악에는 한계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가야금 창작음악의 내일을 엿보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그 한계를 뛰어넘는 젊은 아티스트 헤이스트링. 앞으로 그들이 보여줄 더 놀라운 음악들과 가야금 연주의 미래가 기대된다. 끝으로 보다 실험적인 노력이 보이는 헤이스트링의 ‘신질의 파동’ 링크를 남긴다.
https://www.youtube.com/watch?v=qXpvuKMmLww&feature=emb_logo
글 아트렉처 에디터_정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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