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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Nov 21. 2018

미술 그리고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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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카모메 식당', 2006
이 식당의 주인과 종업원은 목적 없이 자신의 일상을 가꾼다. 그럼에도 그들의 일상을 보고 있자면 절로 미소짓게 된다.



일상, 일상, 일상이다.


많은 작가들이 작업물을 만들 때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일상이라는 것이 모이면 한 사람의 인생을만들고, 그 인생이 모이면 역사가 된다. 개념 자체가 너무나도 광범위하기에, ‘일상에서 영감을 받는다’라는 말은 작가의 일상을 알 길이 없는 우리에게는 그저 남의 이야기인 셈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의 일상을 보며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비슷한 그림이라도 한 쪽의 그림을 선호하고, 한 쪽의 그림만이 말을 걸어온다고 이야기한다. 작가의 일상에는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는 걸까? 아니면 우리의 일상이 지나치게 평범하기 때문일까? 언제나 그러하듯 정답은 없으나, 고민해볼 가치는 있다.


오늘은 지난 번 ‘사랑’에이어, 미술과 일상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물론 위와 같은 이유로 작가의 일상 전부를 두고 이야기할 재간도, 생각도 없다.당연히 오늘 하고싶은 이야기는 아주 작은 부분이며 개인적인 시선이다. 하지만 이 시선이 누군가의 감상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귀스타브 쿠르베, '안녕하세요 쿠르베씨', 1854


때로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  조차 예술이 된다.

알프레드 시슬레, 빌뇌브 가렌의 다리, 1872


구름을 좋아했던 그는 매일같이 구름을 보기 위해 하늘을 올려다 봤다고 한다. 투박한 그의 구름이 아름다운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1.    ‘일상’이라는다르게 보는 법

‘일상’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비슷한 것을 꽤 자주, 또 오랫동안 본다. 다시 말해, 같은 대상을 다른 상황과 환경에서 바라볼 기회를 갖는다. 가령 매일 사무실의 불을 끄고 퇴근하는 사람이라면, 여름에는 창으로 들어오는 노을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깜깜해서무서울 수도 있다. 또 실수를 크게 한 날에는 불이 꺼진 사무실만 봐도 슬플 것이고, 칭찬을 받은 날에는 뿌듯할 것이다. 불이 꺼진 사무실은 단지 일상속 하나의 순간이지만, 다양한 상황과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면 이것은 수많은 순간의 끝에 놓인 하나의장면(scene)이 된다. 그렇게 우리의 마음 한 켠에 일상,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는 것들이 생긴다. 일부러 의식하지 않아도 이전처럼 바라볼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다르게봄’은 곧, 대상이 본질과 상관없이 새로운 의미를 가지는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꽤나 신선한 자극이고 독특한 기억인 까닭에, 많은사람들은 자신의 일상 속 ‘시선’을 SNS나 개인적인 공간에 기록한다. 그러나 작가들은 자신만의 방법으로 남긴다. 시인은 시(詩)로, 음악가는 음악으로, 화가는 그림으로, 사진가는 사진으로. 그들의 일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그렇게 작품이된다.

 

션 찰마츠, 2017


대단하지 않아도 좋다. 일상에 자신의 시선을 담을 수 있다면!

피카소, 인생, 1903


그의 일상은 우울한 파란 빛이 되었다. 그래서 세상을 파란 색으로 그렸다.


2.    작가는 왜 작품을 일상으로 설명하는가?

수많은 예술가들의 도전과 희생을 통해, 우리는 외형만으로 작품을 판단하지 않는 시대에 살게 되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서는 무엇이라도 작품이 될 수 있으며 생각이나 종교와 같이 존재하지 않는 것도 표현(expression)할 수 있다. 그 결과 미술은 다양해졌고 작가들은 어느 하나의 방법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요소를 종합해 자신의 작품을 만든다. 경험, 감정, 색채,선, 물질, 재료, 질감, 심지어 사람과 그들의 행동 등 모든 것이 재료가 된다. 이제 미술은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시선을 공유하는수단이라는 말이 더 어울리게 되었다.


한편, 대부분의 사람은 자신이 속한 사회 구조 안에서 교육을 받고 하나의 언어로 대화한다. 따라서 우리는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낸다. 날이 좋으면 공원에서 산책을 하고 무더운 여름날에는 시원한 냉면을 먹는다. 인스타그램에서 유명한 카페를 검색해 찾아가고 길거리에서 자주 보이는 옷을 갖고 싶어한다. 그런 일상을 다시 한 번 SNS에 공유함으로써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일상의 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요컨대 요즘의 작품은 하나의 주제나 재료보다는 시선과 메시지로 이해되기를 원하고, 우리가 공유하는 일상의 범위는 이전보다 넓다. 바로 이 점에서 ‘작품’은 작가와 사람들의 중간에 놓여있다. 작품에는 작가의 일상과 시선이 담겨있고 사람들은 자신의 일상으로 그것을 이해한다. 즉, 작품은 서로의 일상이 만나는 교차점이다. 이 때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은 ‘공감’과 ‘이해’다. 혹은 이해하지 못해도 받아들이는 것이겠지. 우리가 누군가를 보고 ‘그럴 수도 있겠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말이다.



김홍도, 우물가, 1780년 경으로 추정


예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3.    우리의 일상은 예술인가?


작가의 일상과 우리의 일상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우리의 일상도 예술이 될 수 있을까? 단순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너도 나도 ‘일상과 예술의 만남’을 표방하는 세상이니까.


우리의 오늘은 어제와 비슷하다. 내일은 오늘과 비슷할 것이다. 진부한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우리는 이렇듯 반복되는 일상을 위해 꽤 많은 것을 걸었다. 고등학교때는 대학을 준비했고 대학에 가서는 취업을 준비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밤새 가슴 졸여야 했고 때로는 참을 수 없는 일도 참아야 했다. 그 결과 우리는 매일 같은 곳으로 출근하고 잠에 들기 전에 같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쌓아 올린 우리의 소중한 일상이지만, 진부한 탓에 가끔은 탈출을 꿈꾸기도 한다. 허나 이것조차 돌아갈 일상이 있음을 알고 있기에 감행(?)하는 일탈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는 크게 다르지 않은 일상을 보내기 위해 준비하고 또 일상을 통해 삶을 유지한다. 그만큼 익숙하고 소중한 것이 바로 우리의 일상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의 일상은 매우 특별하다. 그러나 일상이 예술이될 수 있거나 없는 까닭은 어디에도 없다. 특별하다고 해서 작품이 될 수 없고 아름답다고 해서 예술이될 수 없는 지금처럼 말이다. 다만, 만족스럽지 못한 일상도목표에 다다르기 위한 아름다운 과정으로 추억하고,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소박한 아름다움을 발견할수 있다면, 삶이 예술이 될 수 없을지라도 삶에 예술을 선물할 수 있지 않을까? 당신의 일상은 우리의 예술보다 아름답다.




아트렉처 에디터_공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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