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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Dec 04. 2018

사진 발명국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

Paris Photo 2018

사진 발명국에서 열리는 아트 페어

Paris Photo 2018


프랑스는 사진을 하는 사람들에게 남다른 감정을 부여하는 힘이 있다. 카메라와 사진의 발명을 최초로선포한 곳이기 때문이다.이 같은 기계적 역사뿐 아니라 사진 비평이 발달한 곳이기도 하다. 파리 포토(Paris Photo)는 프랑스의 수도인 파리에서 열리는대규모의 사진 아트 페어다. 1997년 1회로 시작해 21년간 지속하고 있다. 포토 런던(PhotoLondon)이나 언씬 포토페어(Unseen Photofair)에 비해 역사도 깊고, 많이 알려져 있기에 사진계 중요행사로 자리 잡은 지도 오래다. 그래서인지입장 1시간 전부터 대기 줄을 서야 빠르게 입장할 수 있었다. 오픈시간이 정오라는 점에서 의아했지만 대기 줄을 서고 보니 더 이르면 새벽부터 서 있겠다는 생각이 스쳐갔다.


포토페어 전경1


유럽 중에서도 파리는 최근 몇 년 사이 계속해서 테러의 위협을 직면한 곳이기에 꼼꼼한 짐 검사를 거쳐야만 비로소 창구에 설 수 있었다. 성인 30유로, 학생은 15유로(평일 가격)로적지 않은 입장료를 지급하면, 개당 2유로에 짐을 맡길 수있다. 가방과 외투 모두 개별로 계산된다. 행사가 열리는곳은 그랑 팔레(Grand Palais)로 거대한 온실을 연상하게 하는 유리 천장과 철 구조물이 인상적인곳이다. 1900년 파리 만국 박람회를 위해 지어졌다는 이 건물은 유리 천장으로 제각기 들어오는 빛이인상적이었다. 이 구조는 장단점이 있었다. 자연광의 난반사를만들어 유리 액자 속 작품을 관람하는데 지장을 주는 반면 빽빽한 전시 구성에서도 높은 천장에 유리창이 뚫린 느낌을 줘 갑갑함을 줄여주기도 했다.


포토페어 전경2


세션은 크게 총 7개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출입구바로 옆에 늘어선 매거진 부스와 세 개로 나누어진 전시 부스, 사진 서적 부스, 사진 책 어워드 파트, 18세 이상만 관람 가능한 프로그램 부스와개인 컬렉션 존, 영화 상영관으로 구성돼 있었다. 라이카오스카 바르낙 어워드와 어퍼쳐 포토북 어워드 등 다양한 분야의 수상작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설치해둔 것이 인상적이었다.




Max Pinckers, Red Ink


일반적으로 전시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2~3시간이라고 잡았을 때, 파리 포토는 하루 만에 볼 수 있는 아트 페어는 아니다. 그 규모자체가 지금까지 경험한 여느 사진 아트 페어보다 컸고, 프로그램도 많았으며, 관람객 자체도 많아 생각한 것보다 지체된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하지만아트 페어의 특성상 하루 관람이 가능하기도 하다. 대부분 작품은 단편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주어진 몇 장만으로 주제를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때문에 이미알려진 작가의 작품이나 소재나 표현 방식의 독특한 작품 정도만 시간을 할애하게 된다.


Robert Frank, Americans


Hanri Cartier-Bresson


Julia Margaret Cameron, Circe, 1865


‘파리 포토’를 처음 방문해 발견한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첫 번째는 흑백 사진이압도적으로 많았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현대 흑백 사진이 아닌 사진의 역사를 쓴 인물들의 사진이 대부분을차지했다. 책에서만 봐왔던 사진을 프린트로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전공자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했다. 예를 들면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미국인들(Americans), 안셀 아담스(Ansel Adams)의 풍경 사진,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anri Cartier-Bresson) 등이다.


Ansel Adams, 1976


두 번째 특징은 상당히 많은 수의 미국 갤러리다. 200개의 메인 갤러리 중 31개로 두 번째로 많았다. 덕분에 역사적인 미국 작가들의 이미지를직접 볼 수 있었고, 그곳에서 컬렉팅하는 경향을 잠시나마 살펴볼 수 있었다.



세 번째는 보는 재미가 있던 사진집 섹션이었다. 아트 페어에서 작품집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섹션을 갖추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 된 것처럼 보인다. 아트 쾰른에서 한 층의 절반을 메우고 있던 작품집코너가 인상적이었는데, 파리 포토에서 또 한 번 경험할 수 있었다. 출판사가직접 나와 판매하는 것은 물론 시간대마다 사인회가 열렸는데, 작가와의 대화보다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보였다. 또 어퍼쳐(Aperture)의 사진집 어워드에서는올해의 사진집과 작가의 첫 사진집 수상작이 전시돼 관람객이 직접 넘겨보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마련됐다.




Erwin Olaf, Shanghai 2017-18


수 많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 속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 하나를 꼽자면 어윈 올라프(ErwinOlaf)의 상하이(Shanghai) 시리즈다. 파리와상하이, 런던에 위치한 Danysz 갤러리에서 공간의 절반이상을 할애해 선보였다. 이는 어윈 올라프의 대도시 속 젊은 사람들을 조명하는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로 사진처럼 보이는 동영상 속 무표정한 중국인들의 한마디, 눈을 가린 소년 소녀들의 사진이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아트페어라는 공간에서 작업을 온전히 보여주는 것이 쉽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효과적으로 활용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파리 포토는 이처럼 사진사를 굵직하게 장식한 작품들은 물론 수상한 현대 젊은 작가들의 작품까지 볼 수 있는 폭넓은 국제 사진 시장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분명히 존재했다. 먼저 참여 갤러리의 불균등함이다. 200개의 참여 갤러리 가운데 프랑스 53개,미국 31개, 독일 20개, 영국 10개, 이탈리아 8개로 상위 5개국중 4개국이 서유럽 국가다. 아시아는 일본 5개, 중국 2개에 불과하고, 이란, 카타르, 레바논이각 1개 갤러리씩 참여했다. 참여의 장벽이 높았는지는 알수 없지만, 세계적인 사진 시장이라고 하기엔 다소 아쉽게 느껴졌다. 두달 전 개최된 언씬 포토 페어에서 중동 국가 갤러리들의 약진을 지켜봤기에 더욱 아쉬웠던 것 같다. 또한유명한 사진 시리즈가 여러 갤러리를 통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제한된 공간에서반복되는 작품을 보는 것은 그야말로 아쉬웠다. 컬렉터의 입장에선 비교 구매가 가능하지만, 관람객의 시선으로는 불필요하게 보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영화 섹션이나작가와의 대화 프로그램들이 프로그램 북에서도 제대로 안내되고 있지 않아 우연의 기회로 참석하거나 안내 센터에서 한참을 기다려야 정보를 얻을 수있었다. 부대 프로그램의 운영이 아쉬운 부분이다.


컸던 기대만큼 아쉬움도 분명히 있었던 파리 포토. 영국과 네덜란드와는 또 다른 스타일의 사진아트 페어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컬렉터 친화적인 사진 아트 페어로 사진 시장에 대한 자신만의역사를 쓰고 있는 파리 포토. 전통과 새로운 물결이 나란히 걸린 그곳에서 누군가는 미래를 발견하길 바란다.


Sarah Moon, 1998
David Hockney, 2017


Mikhael Subotzky, 2005


William Klein, 1952-53


Cortis&Sonderegger, 2016




아트렉처 에디터&작가_노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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