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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렉처 ARTLECTURE Jan 11. 2019

제주도에서 만나는 이타미 준의 건축 세계

자연과 하나 되는 수(水)∙풍(風)∙석(石) 박물관

자연과 하나 되는 수(水)∙풍(風)∙석(石) 박물관

제주도에서 만나는 이타미 준의 건축 세계



제주도 여행 전, 갈만한 곳을 찾다가 수풍석 박물관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수(水)풍(風)석(石)이라, 하늘과 바람과 물이 하나 될 것만 같은 곳이었다. 이 곳에 가면 제대로 힐링을 하고 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제주도의 으뜸 요소인 물, 바람, 돌을 각각의 테마로 삼고 있는 박물관입니다. 포도호텔을 설계한 건축가 이타미 준이 디자인한 이곳은 미술품을 전시하는 일반적인 박물관이 아닌 ‘명상의 공간으로서의 박물관’을 제시하고 있으며, 자연을 경험하는 그 자체로 작품이 되는 건축을 구현하였습니다." 


박물관 안내 사이트에는 위와 같은 문구가 있었다. 일반 박물관과 다르게 꼭 예약을 해야 하며, 입장료도 주중 15,000원, 주말 20,000원으로 저렴하지는 않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서울에서 벗어나 자연과 하나 된 건축물을 보고 싶은 마음에 예약해두었다. 



만남의 광장으로 가니 큐레이터가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이곳은 개인주택이 놓인 사유지에 있기 때문에 꼭 예약을 하고 가야 한다고 한다. 건축가인 이타미 준은 재일교포로, 본명은 유동룡이었다고 한다. 이 분은 평생 조국을 그리워하며 이름을 바꾸려 하지 않았는데, 건축사무소를 열 때 일본 이름이 필요하여 할 수 없이 한국에 갈 때 이용하던 이타미 공항에서 이름을 따 왔다고 한다. 많은 상을 비롯하여 일본 최고의 건축상인 무라노 도고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 외국인으로서는 최초였다고 한다.




1. 석(石) 박물관







박물관의 외벽은 원래 황색에 가까웠으나 세월이 흐르며 붉게 변하도록 설계되었다. 지금도 외벽을 손가락으로 훑으면 녹이 묻어 나온다. 건물 안쪽에서는 돌 하나가 위치해 있는데, 포토존이 아니라 일본 작가의 미술작품이다. 원기둥이 내벽에 박혀있는 듯한 모양으로 구멍이 하나 뚫려있는데, 적절한 시간에 보면 안쪽에 빛이 들어와 돌에 맺힌다. 환상적인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순간이다. 건물 바깥에는 손 모양의 돌조각이 놓여 있는데, 이는 멀리 보이는 산방산을 향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이타미 준은 산방산을 좋아하여 세 곳의 박물관이 모두 이 산을 향하도록 만들었다고 한다. 




2. 풍(風) 박물관









이 곳은 밖에서 볼 때는 직사각형처럼 보이지만, 안에서 보면 곡선으로 휘어있다. 그 덕분에 긴 복도로 빛이 통과할 때 역동적인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 계절에 따라 빛의 위치가 달라지는 건 물론이고 하루에도 다채로운 모습들을 감상할 수 있다. 재질은 일본의 적송으로 만들어져 고전적인 분위기도 뽐낸다. 돌 위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나무 틈새로 삐져나온 풀잎을 만져볼 수 있다. 눈이 오는 날에는 포근한 헛간과 같은 아늑함을 선사한다.





3. 수(水) 박물관







이 박물관은 여러 박물관 중 백미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운 조형미를 선사한다. 밖에서 보면 원형 모양의 경기장을 연상케 하는데, 안으로 들어서면 전혀 다른 모습을 감상케 한다. 하늘을 그대로 비추는 투명한 물의 반짝임에 감탄사가 절로 나올 것이다. 해가 비치는 날에는 물과 하늘이 맞닿은 모서리에서 인생에 남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큐레이터님 말로는, 비가 오는 날에는 수천 개의 물방울이 튀어 오르는 경관에 입을 다물지 못한다고 한다. 박물관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산책을 나와 수(水) 박물관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한다고 한다. 각 박물관에는 수호신 조각상이 어딘가에 숨어 있는데, 이곳에는 박물관을 지키는 수호신이 네 마리나 있다고 한다. 큐레이터님이 발견한 사람에게는 엽서를 선물로 주신다고 했었는데 상상력이 부족하여 발견하지 못했다.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다른 방문객들은 꼭 한번 찾아보셨으면 좋겠다.






아트렉처 에디터_양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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