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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맵 매거진 Nov 24. 2022

수림미술상 후보작가전 2022

세 개의 시선, 세계의 초월 

미술수상전은 언제나 가장 신선하고 영감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장이 되어주지요. 올해로 6회를 맞이한 수림문화재단의 수림미술상 또한 역량 있는 중견 작가들을 발굴하고 그 작품들을 선보이는데요. 올해 수림미술상은 총 52인의 작가 중 예선과 본선 심사를 거쳐 국동완, 서인혜, 유장우 3인의 작가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습니다. 


내달 12일까지 김희수아트센터에서 펼쳐지는 《수림미술상 후보작가전》은 최종 1인의 작가를 선정하는 심사 과정이기도 하며, 이 기간에는 누구나 전시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세 개의 시선으로 세계의 초월을 만나볼 수 있는 《수림미술상 후보작가전 2022》, 아트맵이 다녀왔습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전시는 서인혜 작가의 작품들로 출발합니다. 전시장에 입장하면 돌들이 고요히 서 있습니다. 그 고요함 사이로 정확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음의 파편들이 파고듭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딸깍이는 숨, 무언가 걸린 듯 뱉지도 삼키지도 못하는 음성. 이 소리는 서인혜 작가가 그 간 수집한 할머니들의 음성입니다. 서인혜는 동양화 매체를 기반으로 회화, 설치, 영상을 활용한 시각 작업을 하는 작가인데요. 특히 본인보다 앞선 시대를 살아온 여성과의 연대와 연결점에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작업합니다. 이번 '딩아 돌하'도 그 관심에서 시작됐습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그는 두어 해 전부터 대구 가창군, 대전 괴곡동과 대흥동을 돌아다니며 할머니들을 인터뷰 해왔다고 해요. 이번 전시는 그 작업의 연장선입니다. 평가 절하 된 여성의 노동과 할머니들의 삶의 체험들을 어떻게 본인만의 조형 언어로 표현할 것 인지에 대한 작가의 오롯한 고민인 것이지요.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소리의 파편, 이지적인 음들은 각자를 부수어 타자를 받아들입니다. 미시적인 존재들은 결국 연결되고 결합하여 어느덧 하나의 덩어리로 완성됩니다. 이러한 열림의 과정은 고려시대 정석가 (남녀의 사랑을 노래한 속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정석가는 '징이여, 돌이여' 라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여기서 '징'과 '돌'을 해석하는 설이 정말 폭 넓습니다. 누군가는 금석악기의 의인화로 해석하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연인으로 읽고, 또 누군가는 생명신·우주신을 말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지요.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서인혜 작가의 재료는 모래, 바위, 무쇠, 철사 ··· 다양한 비생명체적 광물질들 입니다. 부서진 파편들이 번식하고, 결합되고, 서로 공명할 수 있는 - 공생 혹은 공명의 공간이라고도 칭할 수 있는 이 객체들의 노래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유장우 작가의 스페이스에서는 텍스트가 끊임없이 향연 합니다. "트위터를", "트위터를 수집하고 싶어요", "트위터를 수집한다고요?" 같은 말들이 메아리칩니다. 수집 된 말들이 스크린 위에서 유영합니다. 분절된 단위들임에도 함께 이어 들으니 또 다른 하나의 말을 구성하는 듯 합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트위터, 강연, 자서전, 연방공개시장위원회 보고서, 노동자들의 인터뷰 ··· 그의 작업은 다양한 미디어에서 발화된 자본과 경제에 대한 말과 텍스트를 추적하고 수집하는데서 시작했습니다. 미디어에 범람하는 '미래' '혁신' '연결' 같은 말들은 우리의 미래가 신기술로 혁신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기술 유토피아를 꿈꾸게 하지요. 그러나 그 말들은 빠르게 상승하는 집값이나 근로 소득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 개인의 불안함 같은 사회 문제와 연결되기도 합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수집된 텍스트들은 대본처럼 엮어 배우들에게 전달했습니다. 배우들은 이 텍스트를 가지고 각자의 해석과 경험에 따라 재맥랙화 됩니다. 이같이 재맥락화된 경제와 투자에 관한 말들은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기회로, 또 누군가에게는 실패의 자양분이 되겠지요.


배우들의 퍼포먼스 영상이 전시장에 설치되어 있지만, 11월 12일(토), 19일(토), 25일(금)에 걸쳐 실제로 전시장에서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합니다. 한 방향이 아닌 다각도의 방향에서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람할 수 있는 퍼포먼스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해당 일자 오후 4시에 수림아트센터를 방문해보세요.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갑자기 모든 소리들이 사라진 순백의 공간, 국동완 작가의 'Liminal Spcae : Shape of contact' 입니다. 국동완은 드로잉, 페인팅, 조각, 책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무의식에 접근하는 작가입니다. 2007년부터 의식과 무의식의 관계를 언어와 기억의 자의적 관계에 빗대어 책과 조각으로 녹여낸 '꿈 아카이브' 작업이 특히 대표적입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리미널리티(Liminality)란 심리학에서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 지점, 가능성과 창조의 시공간으로 여겨지는 개념입니다. 국동완 작가는 '꿈 아카이브' 작업을 하면서 '자유연상' 이란 개념에 주목하게 됐는데요. 리미널 스페이스는 바로 그 자유연상 - 무의식과 의식의 중간지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조형물로서 자기 삶을 관통하는 사회적 사건들, 개인과 사회가 접점하는 그 영역을 포착하고 있습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국동완 작가는 "리미널 스페이스는 예기치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가능성과 창조성의 시공간입니다. 문턱에 걸려 잠시 방향을 잃는 것처럼 관객들이 제 작업에 걸려 넘어지거나 날아가거나 사라지는 일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그래서인지 리미널 스페이스의 세계는 예기치 못한 것, 경계 없는 분야들이 소재가 되어 이루고 있습니다. 폭발하는 화산들이 모여 또 하나의 거대한 화산을 만들고, 한글 모양의 건물들이 미로의 도시를 건설하지요. 의식과 무의식, 의미와 무의미, 경험과 기억, 본질과 현상 - 우리가 알고있는 이분법적 경계가 완전히 무너지는 이 곳, 국동완의 리미널 스페이스입니다. 


전시 전경, 촬영 아트맵


국동완 작가는 다양한 삶의 질문들에 작업으로 답할 힘을 주었던 자유연상의 세계를 펼쳐냈다고 말했습니다. 고정된 진리와 하나의 진리로 여겨지는 위계질서로는 도무지 읽히지 않는, 상상계의 해방을 촉진하는 미적 경험을 만나보세요. 




글 | 아트맵 에디터 이고은

촬영 | 아트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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