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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트맵 매거진 Dec 14. 2022

모네의 수련을 닮은 숲속 정경

빈우혁 《Promenade 프롬나드》

Installation View, Promenade, Gallery Baton, 2021. Courtesy of Gallery Baton, Photo by Jeon Byung Cheol


 여기, 모네의 수련을 연상시키는 연작이 있습니다. 챕터투에서 진행 중인 빈우혁 작가의 개인전 《Spotlight Series I : Promenade 프롬나드》. 


 연남동의 그리 크지 않은 전시 공간. 마주하자마자 어떤 작품을 모티브로 작업되었는지 깨닫게 되는 8점의 연작을 마주했습니다. 빈우혁 작가의 <Sanctuary> 연작입니다. 전시장 한가운데 마련된 의자에 앉아 있노라면, 잔잔한 음악이 은은하게 들려옵니다.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가 1907년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했던 콘서트에 영감을 받아 제작된 음반 'Proust, Le Concert Retrouve'(2021)입니다. 


Installation View, Promenade, Gallery Baton, 2021. Courtesy of Gallery Baton, Photo by Jeon Byung Cheol


전시 공간 챕터투(Chapterii)는 작가들의 예술 활동을 돕는 레지던시입니다. 연트럴파크가 완공되며 연남동이 핫한 공간으로 떠오르던 그 해, 비가 들어치던 압구정 아파트 상가 건물 지하에서 고군분투하던 챕터투는 두 살이 되던 해 연남동의 새 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이 시기 빈우혁 작가는 챕터투 레지던시 소속 작가였습니다. 


 전시 서문에서는 그 시기 레지던시 작가들의 일상을 생생하게 만날 수 있습니다. 한 겨울 구피가 얼어나가고 툭하면 건물 보안 시스템을 실수로 울리던 작가들. 카페와 공동으로 쓰는 싱크대에는 벗겨내기 힘든 기름 얼룩이 켜켜이 쌓여가고, 작가들의 열기와 번뜩이는 아이디어들로 뜨거웠던 공간.


전시 전경, 사진 아트맵


빈우혁 작가는 챕터투 레지던시를 마치자마자 독일로 영구 이주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절, 그리운 공간에 대한 애정을 작품에 담았습니다. 그가 베를린 숲속을 거닐며 완성한 <Sanctuary> 연작 8점이 바로 그러합니다.  


 그는 자신에게 위안과 평온한 감정을 주던 독일 숲의 정경이 한국의 우리에게도 묘약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의 그러한 바람을 가득 담아, 미술이 가진 진정한 힘을 믿는 이들에게 일찍 보내는 크리스마스 카드, <Promenade>. 


전시 전경, 사진 아트맵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전시 《Spotlight Series I : Promenade 프롬나드》는 올해의 끝까지 지속됩니다. 작가가 전시 서문 끝에 남긴 말을 끝으로 짧은 글을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We wish you a Merry Christmas! 




글 | 아트맵 에디터 이지민

자료 | 챕터투, 아트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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