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세대는 처음 겪는 팬데믹 속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에서도 우울함, 고립감 등의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코로나 블루의 비중이 클 것. 오늘은 많은 이들이 근 일 년간 겪고 있는 외로움, 고독감이 담겨 있는 작품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대인의 '고독'을 담아낸 작가 에드워드 호퍼를 만나보자.
뉴욕에서 출생한 미국 화가인 에드워드 호퍼는 뉴욕예술학교에서 로버트 헨리로부터 미술을 배웠다. 가난했던 호퍼는 다른 작가들과 마찬가지로, 수입을 얻기 위해 상업화가로서 광고미술이나 잡지의 일러스트 삽화 등을 제작했다. 호퍼는 꽤 오랫동안 무명화가로 지내며 작품을 팔지 못했다. 그러다 미술을 함께 공부했던 조세핀 버스틸 나비슨과 결혼한 후, 화가로서의 삶에 변화를 맞이했다. 1924년에 뉴욕에서 열린 두 번째 개인전에서는 모든 작품이 판매되기까지 한다. 이때부터 전업화가로 전향했으며, 이윽고 1933년에는 뉴욕 근대 미술관에서 회고전을 개최하며 명성을 확고히 했다.
에드워드 호퍼는 미국인의 내면을 잘 묘사한 화가로 이름이 높다. 세계대전, 경제 공황에 더불어 산업화된 도시 속에서의 삶을 겪은 미국인들의 절망감이 드러난다. 호퍼의 작품 속 인물들은 정면을 바라보지 않고 비스듬한 시선으로 초점 없이 응시한다. 이런 시선은 건조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이 모습을 멀리서 관찰하는 듯한 거리감은 그림 속 인물들에게 익명성을 부여한다. 즉 도시 속 삶의 개인성, 익명성을 나타낸 것.
호퍼의 작품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림 속 인물들은 풍요로운 사회 속에 있지만 그 내면은 고독하다. 당시 미국은 산업화가 급속도로 이루어지면서 풍요로운 삶을 맞이하게 되었는데, 그 내면은 상실감, 외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Office at Night> 에는 당시 미국인에게 일상적이었던 권태가 잘 드러나 있다. 그렇다면 왜 호퍼는 도시화된 뉴욕의 풍요로운 모습 대신 도시인들의 헛헛한 내면을 표현했을까?
미국의 사회과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은 저서 「고독한 군중」에서 "미국인은 소속된 집단에서 소외될까 불안해 늘 타인의 생각과 행동에 신경을 쓰는 타인 지향적 특징을 보인다. 이에 내면으로는 고립감과 갈등을 느껴 고독한 군중이 된다. 1940년대 말부터 보급된 TV는 대공황 등 혼란을 경험한 세대의 타인 지향적인 성향을 더욱 부추겼다." 고 주장했다. 그에 영향을 받은 호퍼 역시 고독한 도시인의 삶을 그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호퍼의 작품들은 마크 로스코, 노먼 메일러, 알프레드 히치콕과 같은 화가, 작가, 영화감독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특히 잘 알려진 <밤을 새는 사람들> 은 영화, 광고와 같은 대중예술에서 많이 모방했다.
영화 <셜리에 대하여>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고화질로 보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많은 장면들을 호퍼의 작품과 동일하게 촬영하기도 했다.
조금 더 익숙할 예로는 공효진과 공유가 등장했던 SGG 광고가 있다. 영화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의 장면처럼 완벽히 똑같은 구조와 시선은 아니지만,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다수의 작품을 혼합하여 오마주 했던 광고다.
20세기 초반 산업화된 미국의 도시인들의 일상을 표현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은 인간의 소외감을 잘 보여준다. 텅 빈 도시의 거리, 주말 아침의 햇볕으로 빛나는 간판과 그에 대비되는 어둡고 고요한 거리에서는 도시 속의 심리적 황량함이 느껴진다.
우리는 유례없는 팬데믹 상황을 겪으며 텅 비어있는 도시의 밤거리를 자주 마주한다. 다들 도시의 인적 없는 밤거리를 거닐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새벽 시간대의 길거리는 정적이 흐르는 것과는 반대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시공간이다. 우리는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 속 인물들보다 훨씬 더 풍요로운 삶 속에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따뜻한 사람의 온기를 느끼기 힘든 지금, 호퍼의 그림 속 인물들만큼이나 고독감을 절절히 느끼는 중이기도 하다. 어느 시대에나 각자의 상황으로 인해 인간 내면의 외로움은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글 | 아트맵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