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촌호수에 등장해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러버덕.
누가, 왜 띄웠던 것일까?
플로레타인 호프만, 러버 덕 제작자인 그는
전 세계의 긴장이 해소되길 바라는 의미로 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공공미술이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대중들을 위한 미술을 뜻한다.
도시 공원에 위치한 조각상부터 벽화 등 대중에게 공개된 장소에 설치 및 전시되는 작품이라면
모두 공공 미술이라고 할 수 있다.
공공미술,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공공 미술이라는 용어는 영국 존 윌렛(John Willet)이 1967년
<도시 속의 미술(Art in a City)>이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용어가 제안된 1960년대 후반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전통적 형태의 공공 미술과 정책이 정착되어 실행되고 있었다.
유럽에서의 공공미술은 주로 공중의 충성심을 끌어내기 위한 정치 선전도구로 사용되었다.
역사적 영웅 또는 국가 원수의 동상, 전쟁 승리 기념비 등이 도시 곳곳에 세워졌다.
반면 미국에서는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벽화, 포스터, 조각 등 형식의 공공 미술이 장려되었다.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공공 미술이 행해졌던 것.
그 시작과는 달리, 지금의 공공 미술은 단순히 그 형태에만 국한되지 않고
일상과 예술을 잇는 상징적인 역할부터 도시 재생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리의 일상에 문화적 풍요로움을 더하는 공공미술 작품들을 둘러보자.
파도가 자가격리 됐다고?
지난 해 4월, 보는 이마다 감탄을 자아내게 한 장면.
서울 삼성역 6번 출구 앞을 휘몰아친 평면 LED 스크린 속 성난 파도.
이는 디자인 기업 d'strict의 공공미술 프로젝트 'Wave'로,
사람들의 열띤 반응과 함께 전세계로 퍼져나갔다.
"물결이 부서지고, 또다시 세차게 파도치는 장면이
도심에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d'strict-
교통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를 보며 떠올린 아이디어로 시작한 프로젝트.
유튜브 영상으로 업로드된 지 하루 만에 800만 뷰를 이끌어냈다.
파도가 갇혀 있는 모습을 통해 코로나 상황과 어울리는
꼭 "자가 격리된 파도" 같다는 귀엽고도 씁쓸한 별명을 얻기도 했다.
도심이라는 장소적 맥락과 정반대 지점에 있는 파도를 재현한 공공미술.
삭막한 도시 속 등장한 파도는 메마른 도심 풍경 속 시각적 갈증을 해소시켜주었다.
사람과 미디어를 잇다
티비에서 한 번쯤은 마주쳤던 이 장면,
바로 상암 MBC 건물 앞에 위치한 거대한 조형물 '미러맨(Mirror man)'이다.
등장과 동시에 곧바로 MBC의 랜드마크가 된 미러맨은
영화 <어벤져스2 : 에이지 오브 울트론> 에 등장해 한국인들을 깜짝 놀라게 했는데,
이는 유영호 작가의 작품으로 상암동 사옥 건설 당시 열린 공모전 당선작이다.
그는 빨간 사각 틀을 사이에 두고 푸른색의 인간이 대칭을 이루고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해
미디어와 인간의 만남과 소통을 나타내고자 했다.
한국을 넘어 에콰도르 수도 키도, 터키의 고도 부르사에서도 미러맨을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K-pop을 넘어 K-공공 미술도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
미러맨이 단순한 조형물을 넘어 각국과의 친선우호는 물론,
동서양의 활발한 교류를 의미하는 뜻깊은 작품으로 기억되기를 바라본다.
벽을 가득 채운 소망들
2011년 뉴올리언스에 작은 폐허 면에 그려진 벽화.
"내가 죽기 전에, 나는_____를 하고 싶다"라는 문장이 빼곡히 들어찬다.
여기에는 분필과 스프레이 등을 비치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문장을 완성할 수 있도록 했다.
'내가 죽기 전에(Before I Die)'라고 명명된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의 작가 캔디 창은
한때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으로 죽음을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죽음을 생각할수록 삶에 대한 감사함과 소중한 가치를 느꼈고
이를 자신의 프로젝트에 담기로 한다.
캔디 창은 서로의 마음을 언어로 공유하는 과정에 채워지는 벽이
우리 삶의 빈 공간을 채울 수 있기를 바랐다.
이는 뉴올리언스의 예술적 분위기를 고취시키며
나아가 지역사회 복원 캠페인 메시지로도 자리 잡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무려 70개국 500곳에서 재현된다.
작은 마을에서 시작한 캠페인이 전세계로 번져나간 놀라운 모습.
"이 프로젝트는 누구에게나 목소리를 낼 기회,
그리고 그것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질 때,
공공장소가 얼마나 강력해질 수 있는가를 보여준다."
- 캔디 창(Candy Chang)-
어찌보면 공공미술의 가장 훌륭한 목적을 이뤘다고도 볼 수 있을 프로젝트.
당신은 어떤 문장을 벽에 새길 것인가?
그래서, 이게 예술이 맞긴 한가?
가수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 말춤 안무를 본떠 만든 청동 조형물.
무려 약 4억원의 거금이 든 작품이다.
강남구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는 희망으로 제작되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놀라우리만큼 싸늘했고
강남스타일 원작자인 싸이마저도 '과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
이 이외에도 한강에 설치된 영화 '괴물' 동상 등
공공미술과 관련해 '예술 vs 흉물' 논란은 지속되어 왔다.
또한 의미없이 조형물 설치만을 이어가는 지자체의 프로젝트는
보여주기식 예산 낭비에 그치지 않는다는 일부 비판도 있다.
공간의 특색을 담은 상징적인 작품들도 좋지만
환경, 시민, 문화가 함께 어우러졌을 때
공공 미술로써 진정한 의미를 발현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글 | 아트맵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