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들의 서론
* 주저리주저리 컨셉이라 구어체로 작성해보았고, 어쩌다 보니 반말이 되었습니다(친구에게 술자리 또는 카페에서 "야, 이 영화 이랬다, 저랬다"라고 자연스레 듣는 이야기가 되었으면 해서라는 컨셉). 앞으로도 그럴 예정입니다. 아마도?
있지, 어제 글을 쓰다가, 리뷰 쓸 때 습관을 발견했어. 완전 고질병이야. 글을 시작할 때, 서론에 내 경험을 섞어서 쓰는 거 있지. 이 영화가 내게 어떤 영화이냐면요, 블라블라. 어떻게 이 책을 읽게 되었냐면요, 블라블라. 정말이지, 멋없어. 학교에서 배운 것 같은 이 정형화된 글쓰기의 시작.
그렇게 시작한 서론을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는데, 주저리주저리. 전형적인 TMT 인간형. 글이라는 게 기승전결의 분량이 조화로워야 하는데, 내 글은 용두사미야. 신나서 떠들었지만, 작품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없고, 분석도 맛깔나게 못하고, 길게 할 얘기도 없는 거지. 그리하여 서둘러서 끝을 맺는 거지. 시작을 감당하지 못하고. 또 남는 건, 내 얘기, 지겨운 내 이야기.
정작 영화와 책 이야기를 할 생각이 없는 건가 싶기도 해. 사소한 내 일상, 잡설, 내 생각을 공유하는 일에 더 열을 올리는 것 같아.
어제 영화 리뷰를 쓰면서 서론이 한 문단으로 끝나지 않고, 한 페이지를 넘어가는 것을 보고 깨달았지. (이다음이 바로 그 이야기야) 무지하게 서론을 길게 쓰는 사람이구나, 나란 사람이란. 그래서 ! 기획하게 된 거야. 영화와 책 중점의 이야기가 아니라, 영화와 책에 대한 서론만을 모아서 글을 써보자.(새로운 시작을 위한 나의 갸륵한 노력의 발버둥) 나는 꽤나 수다스러운 사람이니까. 내가 쓰는 지루하고 어거지 같은 본론보다 서론이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뭐, 아님 말고 :)
저에게는 글에 대한 또 다른 고질병이 있습니다. 바로 제목을 정말로 못 짓는다는 겁니다. 앞으로 쓸 글들의 모음은 책과 영화에 관한 서론들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서론 모음집의 이름은 무엇이 좋을까요? 음, 서론 모음집도 나쁘지는 않군요. 가제로 서론이 곧 본론 / TMT의 서론론(또는 서론론) / 서론으로 말해요 를 생각해봤는데, 촌스럽고 간지가 나지 않네요. 좋은 제목이 있으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없으면 위의 끔찍한 이름 중 하나가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