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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May 22. 2022

小滿


2022년 5월 21일, 소만이다.


또 일기를 쓰는데 게으름을 피워버렸다. 그리고 이렇게 늦게 책상에 앉아서 뒤늦게 절기 일기를 쓰고 있다. 날이 따뜻해지고 볕이 오래 머무는 계절이 오면 근질거렸던 몸이 슬슬 깨어난다. 활동하기 좋은 계절이다. 근래에 차분히 앉아서 무엇을 하지를 못했다. 고로 글을 커녕 일기도 쓰지 못했다.


반성이다. 원래 이 일기를 쓸 때만 해도 절기마다 테마와 풍습이 있다는 게 재미있어서 그런 일들을 해보면서 한 해를 보내고 싶어서 시작했다. 근데 잘 모르겠다. 근래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농사를 짓고 사는 것도 아닌데, 계절의 특색이 뚜렷한 것도 아닌데, 굳이 이런 일기를 쓸 필요가 있을까? 뭐 그런 생각. 심지어 성실히 쓰지도 못하고 있다. 즐거운 이벤트들로 하루하루들을 정신없이 살다 보니 계절이 너무 빠르게 지나간다.  


이 일기를 기획했을 때에도 입하와 소만 즈음 손톱에 봉선화를 물들인다는 풍습을 봤다. 오랜만에 옛 추억도 되새길 겸, 동심으로 돌아가는 마음도 느낄 겸 봉선화를 오랜만에 물들여보려고 파는 곳 있나 찾아보기도 했는데...... 봉선화는커녕, 아 소만인데, 일기 써야 하는데, 그런 초초함과 부담감만 갖고 지나가버렸다.

 

소만의 '만(滿)'은 가득하고 차오르는 걸 뜻하는 한자다. 소만은 "햇볕이 풍부하고 만물이 점차 생장하여 가득 찬다 [滿]"라는 뜻이라고 한다(한국민속대백과사전). 넘실넘실 차오르는 초록의 이미지. 사람도, 식물도, 동물도, 햇살도, 생기가 가득한 게 느껴진다. 그래서 그 햇살 아래에서 활기를 즐기느라 정신이 없었나 보다, 내가.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절기를 누려야겠다. 숙제하듯 말고 진심으로 계절의 변화를 즐겨야지.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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