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오고 있다. 해가 길어지고. 저녁에도 밝은 낮을 잠깐이지만 누릴 수 있다. 짧은 기간 동안 아름다운 순간들을 자주 목격했다.
지난 이른 봄에 동생과 산책을 하며 가지들이 잘라져서 헐벗고 조금은 우스꽝스러운 나무들을 보았다. 저렇게 짧게 잘라도 되나, 제대로 크긴 할까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어제 동네 산책을 하면서 그 나무들 곁을 다시 지나갔는데 놀랍도록 생기로운 신록이 자라나고 있었다. 식물의 성장과 생명력은 정말 경이롭다. 이렇게 짧은 순간 녹음을 만들어내다니, 한 여름이 되면 울창한 녹음으로 뒤 덮일 일이 이상하지 않았다. 동생과 나는 정원사들의 선견지명의 탄복했다.
계절에 따라 변하는 식물의 모습도 이처럼 주의 깊게 본 건 올해가 처음이다. 식물을 기르고 나서 생긴 식견 같다. 매 이른 봄마다 가지치기당한 나무들을 보았을 텐데 그들의 성장을 발견한 건 올해가 처음이라니. 세계는 아직 얼마나 많은 아름다움을 품고 있을까?
엊그제 이름을 찾고 헤맸던 술의 이름을 찾게 되었고,
어제는 요나스 메카스 감독의 영화를 보러 갔다.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었다. 그의 영화는 삶을 사랑하는 것을 꿈꾸게 한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당장 뛰쳐나가 삶의 아름다움을 흠뻑 누리고 싶게 만든다.
작은 우연들이 또 있다. 사랑스럽다.
오늘은 5월 5일, 100번째 맞는 어린이날이고, 입하이다.
생과 세계를 사랑하기 좋은 계절이다. 초록이 돋아나고 세계가 더 밝고 푸르러지는 이 계절에 온당히 생을 사랑하자.
여름이 오고 있다.
ps. 그리고 생기롭지 않아도 괜찮다. 지금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다. 누군가에겐 이 계절이 괴로울 수도 있을 테지. 지금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하지만 하늘이 언젠가는 생과 세계를 사랑하게 하는 계절을 그 사람에게 만들어주길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