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조금 늦어버렸네요.
10월 8일, 지난 토요일은 한로였습니다.
찬 이슬이 내린다는 한로. 대전에 친구를 만나러 놀러 갔어요. 얇은 셔츠와 가벼운 재킷을 걸치고 갔습니다. 낮에 햇빛이 얼마나 뜨겁던지... 조금만 걸어도 열기가 후끈해져서 재킷을 벗어 팔에 걸치고 다녔어요. 가을 햇살을 맞으면서 오늘이야 말로 선글라스를 써야 하는 날이다! 하고 깨달았습니다.
지난여름 뒤늦게 산 선글라스를 긴 폭우와 장마 그리고 태풍으로 인해서 제대로 써본 적이 없어서 속상해하는데 동생이 말해줬어요. 원래 선글라스는 가을 햇빛에 쓰는 거라고. 그 말을 온전히 이해하게 만드는 가을 햇살이었습니다. 가을 햇살은 정말 따갑고 강렬해요. 그래서 햇살 아래에 서 있으면 여름 같이 덥다가도 그늘로 자리를 옮기면 오스스 서늘해지는 바야흐로 가을의 계절이 왔습니다.
해가 지자 얇은 셔츠와 재킷만으로는 오들오들 떨게 되는 추위가 찾아왔습니다. 너무 추위에 노출되어서 몸과 마음이 지쳐 밤을 즐기지도 못하고 숙소로 빠르게 돌아가게 되었죠.
낮과 밤이 덥다 춥고, 하루에도 수십 번 양지와 음지를 오가며 덥다 추울 수 있는 교차의 계절 !
가을의 변덕은 정말 종잡을 수가 없습니다.
다음 날은 한글날이었어요. 하루 종일 비가 왔어요. 비가 오니까 정말 겨울 같이 추웠어요. 단지 아우터 하나를 걸치는 것으로는 가시기가 힘든 추위가 느껴졌어요. 그렇게 하루 꼬박 쏟을 수 있는 모든 가을비를 쏟더니, 월요일은 겨울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쌀쌀해졌어요.
이 글을 쓰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추울 것 같아요.
신기하게도 차가운 이슬이라는 말이 절로 어울리는 날씨가 되었네요.
다들 변덕쟁이 가을의 날씨에 노련하게 대처하여 온기를 잃지 않기로 해요.
가을은 눈치 게임을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어요!
커다란 일교차를 잘 파악하고 걸칠 옷은 필수로 챙기고, 트렌치코트와 라이더 재킷을 놓치지 않고 자주자주 입어야 해요.
가을의 절기가 이제 딱 하나 남았어요. 아차 하는 순간 겨울이 올 거예요.
ps 1, 앗 대전 찻집에서 차를 마셨는데 따듯한 차들이 멋진 가을과 겨울의 절기 이름을 갖고 있었어요. 친구와 저는 각각 한로, 입동과 소설 차를 마셨어요 :) 귀여워라.
친구는 토요일이 한로였어! 라고 알려줘서 한로를 마셨는데, 생강이 가득해서 누가봐도 감기를 예방할 것 같은 차였답니다.
ps 2, 한로에는 단풍이 멋지게 든다고 해요.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단풍은 보지 못했고 온통 초록초록한 멋진 나무(느티나무, 자작나무, 고목나무, 소나무, 이름모를 많은 나무들)들과 아직도 아름다움을 뽐내는 작고 많은 꽃들(해바라기, 장미, 국화, 코스모스, 이름모를 들풀들)을 보았답니다. 단풍을 못봐도 충분히 좋았어요. 곧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겠죠. 다들 순간의 아름다움을 충분히 즐기는 가을이 되기를 바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