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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Aug 05. 2016

2. 유럽여행을 글로 쓰기 시작한    이유

나의 유럽


2. 유럽여행을 글로 쓰기 시작한 이유       


  사실 유럽의 여운이 다 가시기도 전에 글을 쓰고 싶었다. 그때의 그 감상을 잃어버릴까 봐. 그때 느낀 내 감정과 생각들을 고스란히 옮겨 적고 싶었다. 그러나 어쩌다 보니 내가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는 지금은 유럽여행을 다녀온 지 한 달이 넘은 후이다. 급격한 차이는 없지만 그래도 한 달 뒤에 글을 쓰니 내가 겪었던 유럽이 그 당시와는 조금 더 다르게 보인다. 더 객관적으로 보게 된 부분도 있고, 더 몽상이 더해지는 부분도 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되고 나서 회상하면서 유럽에 대한 글을 쓰는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유럽 여행을 가기 전에 유럽에서 경험한 것들을 글로 담아내야겠다고 생각했었다. 하루라도 내가 경험 바를 잊지 않은 채 기록하고 싶었다. 특별한 경험들과 일들이 나를 기다릴 것 같았고, 하루하루의 일들이 꿈만 같은 일들로만 채워질 것 같았다. 그 특별하고 소중한 하루하루들을 기록해서 알리고 싶었다. 하지만 실상 유럽에 오니 글을 쓸 자신이 없어졌다. (물론 주어진 하루하루들이 빼먹을 수 없을 만큼 내겐 아름다웠지만) 내가 쓸 글이 다른 이가 쓴 글과 다를 바 없을 거라는 생각이 엄습했기 때문이다. 이미 어떤 누군가가 쓴 글을 다시 쓰게 될 것만 같았다. 독일에선 무엇을 보았고 무엇을 먹었고 이건 어땠고 저건 어땠고. 뭔가 내가 한 경험일 테지만 또 다른 이가 한 경험과 다를 것이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선가 그런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제 모두들 각자 자유여행이라며 배낭을 메고 나서지만 이전에 여행이 목숨을 걸고 새로운 개척을 위한 일이었다면 이제는 정해진 코스와 길을, 그 보편 하고 정형적인 길을 수많은 다른 사람이 걸어가는 것뿐이라고. 내가 내 손으로 계획하고 갈 곳을 정한 길이지만 사실은 위의 말이 틀릴 것이 없었다. 누군가가 이미 다녀온 정보에 의지하여 여행을 계획했기 때문이다. 내게 새로운 땅에 대한 호기심보다 두려움이 더 컸고 나는 다른 사람들이 걸었던 그 길을 다시 걸었을 뿐이다. 


  그래서 굳이 이 여행에 대해 글을 써서 알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졌다. 초행이었던 나는 많이 서툴렀고 보지 못한 것도 많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도 많았다. 그래, 사실 어쩌면 여행을 이야기하기가 부끄러웠던 거다. 내가 다녀온 여행은 누군가에게 이야기할만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진부하고 평범하고 모든 이의 유럽여행과 다를 바 없는, 특이할 것 없던 여행이었는데 내가 그런 여행을 가지고 글을 써도 되나? 그런 의문들이 들었다. 


  그러나 다를 것 없어 보이는 여행도, 실제로 특별한 것 없는 이 여행도 나에게는 특별하고 소중하고 새로운 것이었다. 다른 누군가가 아닌 나의 체험, 나의 경험과 순간들이다. 타인의 눈과 시선,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보는 것이 아닌 내 눈으로의 체험과 내 발의 그 대지와의 접촉 그렇기 때문에 이 여행은 보편적이나 결코 보편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게는. 그래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그 행동에 대해서 쓰는 것보다 내가 그것을 통해 내가 생각하고 내가 느낀 것들에 더 집중해서 적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프랑스에서 무엇을 보고 먹었는지에 대한 것보다 그곳에서 어떤 체험을 하고 어떤 것을 느꼈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 그것에 대해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그 길이 그나마 내 여행의 마무리를 나답게 잘 마치도록 도와줄 것이다. 


  모두에게 그러할 것이다. 내가 여행 가기 전에 다 똑같아 보이던 여행 포스트들도 사실은 그 사람만의 추억과 시간들이 담겨 있다는 것을 안다.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경험이 가치가 있는 것이고. 당신의 발이 직접 걷고 당신의 눈이 직접 본 오직 당신의 여행. 똑같은 코스일지 모르나 분명 그 속에서 당신과 나는 다른 것들을 보고 느꼈을 것이다. 비슷한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고 당신과 내가 느낀 모든 경험이 완전하게 하나의 동일한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런 것은 아무리 여행이 정형화되었다 해도 변하지 않는 것 아닐까? 우리 모두 아직까지는 모두 다 다른 사람들이니까. 다 우리 모두에게는 자신이 있으니까.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해서라도 내가 겪은 내 경험들을 잊지 않기 위해서 다시 정리하고 내 생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자양분이 될 수 있도록 나는 유럽에서의 3주, 그동안 내 감각을 휩쓸고 내 사유를 지배했던 그 경험들을 적어내 보고자 한다.부터 한 달  유럽여행 그로부터 한 달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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