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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Dec 19. 2017

일기

2017.09.11/2017.11.27

 

 

09월 11일의 일기


  지긋한 사랑 타령. 돌아보면 결국 내겐 사랑밖에는 없었다. 평생을 사랑 아닌 다른 것을 찾아 헤매었지만, 결국 내가 찾을 단 한 가지는 사랑밖에 없을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 사랑을 잃었고, 다시는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절망으로 깊게 내려앉은 마음에는 희망도 미래도 바람도 없다.

  혼자만 하는 사랑은 의미가 있을까. 아니 그것은 사랑일까. 사랑으로 이름 불릴 수 있는 것일까? 나는 당신을 계속 좋아하는 걸까, 사랑하는 걸까? 좋아한다는 의미와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그건 진리로 가 닿을 수 있을까.

  지난밤에는 영화 한 편을 보았다. 그가 찾는 영원의 사랑은 정말 없을까. 영원은 순간이고, 순간은 영원이라면 어쩌면 그 사랑은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도달할 수 없을 뿐. 영원을 잘못하여 계속 영혼으로 쓰고 싶은 것도 이와 같음이 아니겠냐고.

  어제는 내가 한 번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우리가 사랑하던 계절에는 당신이 내 이름을 곧 잘 부르지 않았다. 내가 불렀던 네 이름에는 수많은 내 이름이 있었고 어제 네가 부른 수많은 내 이름 중에는 혹여 내가 있었니? 아니면 네가 있었던 거니? 나는 상처받는 것이 너무나 두려운 사람이라 너의 말을 듣지 못했다. 그건 속삭임이었는지, 외침이었는지, 고통이었는지. 자신을 향한 것인지, 나를 향한 것인지, 여기 없는 다른 이를 향한 것인지. 

  아무것도 나는 알 수 없다는 것을 알아 무너진 마음은 부서져 내렸다.





11월 27일의 일기


  나와 같이 술을 먹었던 이는 나에게 “너에겐 사랑이 필요한 것 같아.”라고 말했고 그 말은 내가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저주와 같은 언명으로 내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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