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자는
헛된 꿈을 꾸지 않는다

영화 <박열>을 보고

by Lacedie




일제 강점기 시대, 일본에 유학 간 박열. 처음에 영화를 보기 전에 박열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도 몰랐고, 배경이 배경인지라 독립운동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했다. 그러나 이건 일제시대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도 되고, 또한 신념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박열이 조직해 활동하고 있는 ‘불령사’는 아나키스트 조직이다. 가네코 후미코는 박열이 쓴 시에 반해 그의 연인으로서, 때로는 동료로서 함께 한다. 죽음이 목전에 있는 상황에서도 서로의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그로써 사랑도 저버리지 않는 두 사람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상주의자가 꿈꾸는 사회, 이상주의자들이 하는 말들을 들으면 사람들은 헛소리, 허무맹랑한 소리로 취급하기 마련이다. 박열과 후미코의 재판 장면들이 어떠했는가. 그들에 말에 일본 사람들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화를 내고, 기가 찬 눈빛들을 보냈다. 그러나 그들이 꿈꾸는 사회가 어느덧 도래했다. 박열이 자신이 말이 곧 틀리지 않았음이 드러날 거라는 말과 후미코가 말하던 제왕적인, 맹목적인 황제에 대한 충성으로 이루어낸 사회체제는 이제 현재 사회에서는 과거의 유물이다. 그들이 꿈꾸던 사회는 당시 헛소리같이 여겨졌지만, 우리는 개인의 신념대로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권리들이 생겼고, 권력에 대한 맹목적인 복종을 경계하는 사회가 되었다. 그들이 꿈꾸던 헛되다고 느껴지던 그 꿈들은 전혀 헛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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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를 접할 때마다 인간의 ‘신념’이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신념은 어떤 사람을 도덕적으로 추악한 악인으로 만들기도 하고 어떠한 고통과 괴로움에도 강인한 사람을 만들기도 한다. 인간이 동물에서 벗어나는 초월적 단계가 있다면 그건 신념으로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 방향이 어떠하든. 오늘 내가 꾸는 헛된 꿈도 어느 날 헛되지 않게 되리라는 희망이 싹트는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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