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영화, 리틀 포레스트

by Lacedie


*브런치 무비 패스 리뷰입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그래도 괜찮아,

영화 "리틀 포레스트"







혜원은 서울에서 고향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이건 단순히 농촌으로 돌아가는 내용의 이야기는 아니라 생각한다. 혜원은 농촌을 향해 단순히 떠난 것이 아니라, 돌아간 것이다. 원래 있었던 곳, 자랐던 곳, 성장했던 곳으로 다시 돌아간 것이다. 혜원이 돌아간 곳은 혜원의 뿌리가 있는 곳이다. 혜원의 엄마가 아버지가 돌아간 후에도 그 땅을 떠나지 않았던 것은 혜원이 이 땅에 뿌리내리기 원했기 때문이다. 혜원은 자신의 뿌리가 있는 곳으로, 혜원은 다시 돌아왔다, 정답을 찾기 위해서.






가끔 우리는 살아가면서 벽에 부딪힌다. 숨이 막히고 답답하고 모든 것이 해결이 안 되는 것만 같은 시기가 찾아오기 마련이다. 시간은 유수같이 빠르게만 흐르고 도시에서의 삶은 더 빠르다. 꿈과 각자의 삶을 이루기 위해서 도시로 올라왔건만, 반복되는 일상은 뫼비우스 띠 같다. 끝은 보이지 않는 것 같고 더 이상 나아지는 것도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만 같다. 그렇게 주어진 삶을 살다 보면 지금이 어느 계절인지, 어느 계절에 이르고 있는지, 내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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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의 시간들은 각자의 시간과 타이밍이 있다. 도시의 시간은 구분이 없고 그냥 흘러갈 뿐이다. 혜원은 잠시만 있다가 갈 거라고 말했지만, 돌아온 곳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을 맞는다. 혜원은 각자의 계절이 주는 아름다움과 내음을 흠뻑 맞는다. 겨울에는 눈을 치우고 따뜻한 수제비를 먹고, 친구와는 직접 만든 막걸리를 나눠먹고, 봄에는 싱그러움이 가득한 봄나물을 먹고 여름에는 신선하고 단 토마토를, 가을에는 밤을 따고, 농사일을 돕고, 겨울을 준비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간은 다른 시간이다. 반복되는 시간과 일상 속에서 잃어버리고 잊어버리는 시간들은 그냥 흘러가기 마련이다, 그게 도시이든 농촌이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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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서 혜원은 시간이 흘러서 잊고 살았던 것들을, 하지만 본인에게 속해있었던 것들을, 기억 속에 있었던 것들을 되찾는다, 재하와 은숙과 대화 속에서. 물론 그곳에는 늘 혜원이 회피하려고 했던 엄마의 그림자가 있다. 다시 돌아온 혜원은 어머니가 자신이 어렸을 때 해주었던 음식들을 만든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는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의 시간을 차근차근 알아간다. 그러고 점차 그것들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나간다. 엄마의 레시피를 자신에게 맞게 바꾸거나, 새로운 레시피를 만들면서, 엄마의 숲과 삶을 이해하고, 자신의 숲을 만들어 갈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자신이 성장했던 곳으로 돌아가 다시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일, 가끔은 흘러가는 것들이 너무 빠르다고 느껴질 때, 잠시 돌아서 되돌아보는 것도, 돌아가는 것도 필요하다. 농작물도 그러하듯 쉬어가는 일들과 적절한 타이밍이 필요한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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