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매애를 부탁해!

"부탁 하나만 들어줘", " A Simple Favor" 리뷰

by Lacedie

이 영화는 나름 반전이 재미있는 포인트이기에 아래에 리뷰는 전체적인 영화의 평으로 관람하실 때 스포일러와 감점 포인트될 수도 있습니다.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메인으로 여성 캐릭터 두 명이 나온다. 요즘 영화계 내에서는 여성영화인의 비율과 백인이 아닌 배우(아시안, 흑인, 유색인종 등)의 비율이 중요하게 이야기 되고 있다. 영화 내에서 어떠한 정체성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영화에 얼마 만큼 비중을 차지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어떤 다양성을 위해 요구된 정체성이 어떠한 캐릭터를 맞고있느냐도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 배우는 시나리오 상에서 어떤 배역에 위치하는가?

그러니까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여성 배우의 비율이 현 영화계내에서 미흡하다면, 단지 메인에 여성 배우 두 명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는 그 영화가 다양성을 고려했다고 칭찬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안에 있는 캐릭터가 얼마 만큼 비중을 차지하는가 또한 어떤 정체성을 구현해내고 있는가?



그런 입장에서 보았을 때 여성 주인공 둘이 대립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부탁 하나만 들어줘"는 다소실망적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 영화는 전통적인 여성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을 뿐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스테파니는 전통적인 통념을 잘 받아드린 현대 여성의 대표상이다. 전업주부인데 브이로그를 하면서 아이 교육을 중요시 생각하며 또한 영화 (단순화한 선악) 구도에 있어서 선한 역할을 맞고 있다. 그러나 반면에 화려한 음악과 강렬하게 등장하는 에밀리는 어떠한가? 아이를 돌볼 시간엔 술에 취해있고, 일 때문에 아이를 보러갈 수도 없으며, 아이 앞에서도 거친 언사도 아무렇지 않게 행하며, 극 마무리에 이를 때는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아들 빼고는 남편에게도 총을 쏠 수 있는 여성이다. 에밀리는 스테파니와 대비되어 선악 구도 상 악한 인물을 대표하고, 이 영화는 놀랍게도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결말을 택하며 엔딩을 맞는다. 사실상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또 하나의 고리타분한 동화의 리메이크가 탄생했다.


(사설)이런 영화를 그냥 재미로 보면 되지, 뭘 그렇게 문제 삼느냐 생각할 수도 있겠다. 그래서 오히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리뷰를 쓰고자 정리할 때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재밌게 본 내가 생각났다. 그래, 이 영화는 그냥 보기에 재미있다. 그래서 위험하다. 스타일리쉬라는 포장을 더해, 유머로 소금을 쳐서 내가 싫어하는 음식인데도 맛있다고 먹게 된다는 점이다. (사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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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두 명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두 여자 주인공이 자매애를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플롯은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 오히려 자매애는 이 영화에서 자매들을 파멸시킨다! 실제로 영화 속 이야기 중 에밀리는 서로를 위해 아버지를 불태울 정도록 강렬했던 자매를 (물론 아버지를 불태우자는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버지는 딸에게 대표적인 남성상이며 초자아이기도 하니까) 고작 자기의 이익과 빚이라는 늪에 빠져 언니를 늪에 처박고는 늪에서 나오려고 기를 쓴다. 자매애가 가져올 파멸을 이미 영화에서 운운하고 있지 않는가? ("자매애는 이렇게 위험한 거란다. 돌아서면 그만이야." 이렇게 위험하게 속삭이고 있지 않는가!) 스테파니와의 자매애도 그러니 애초에 형성될 수도 없었던 것이다. 나쁜 일은 했으면 벌을 받아야 하는 것 맞지만, 이 영화 속에서 나쁜 여성은 아무 곳이나 가는 것이 아니라 교도소로 간다.


정말이지 지겹다. 서로 한 남자를 가지고 (그렇게 능력적이고 매력적이지도 않다며! 필요 없다며!) 다투고, 서로의 성적 콤플렉스를 비하의 목적으로 사용하기도 하고. 여자의 적은 여자이고, 여자들 끼리는 의리가 없고, 여자들의 싸움은 남성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고. 세계는 그런 관용어가 통할만큼 뻔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세련된, 감각적인 영상미를 기치로 내걸어 포장하는 관습적인 시선만 투성이인 영화였다.

여성이 주가 된 영화를 만들고자 한다면, 제발이지. 자매애를 부탁해! 자매들은 그렇게 약하지도 않고, 의리가 없지도 않고, 이분법은 고리타분한 근대의 사고방식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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