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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cedie Nov 08. 2018

아, 재개봉이여

영화, 청설


  영화 "청설"을 보고 왔다. 처음 오프닝부터 '이 영화는 옛날 영화구나'라는 것을 알 수밖에 없었다. 영화 시작하며, 영화 속 배경음악, 카메라의 움직임, 무엇을 봐도 근래의 영화는 아니었다. 역시 찾아보니 2009년 작품, 2010년에 한국에서 개봉을 했었다. 그리고 다시 2018년에 재개봉을 하는 것이다. 왠지..... 친구한테 "같이 보러 갈래?"라고 물으니 친구가 이미 봤다고 했다. 내용이 뭔지 잘 기억도 안 난다면서. 영화를 보면서 '좋은 부분을 찾아내서 좋은 글을 써야지'라고 생각했지만, 무리였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앉아서 이 영화를 보고 있는지, 또 영화는 한 번 보면 끝까지 다 보고 평해야 직성이 풀리는 지라 간간히 웃어가면서 그 자리에서 영화를 다 마칠 때까지 보고 나왔다. 



  고전이라는 것은, 널리 읽히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렇게 시대를 건너 읽어도 읽히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시대가 변해도 받아들일 수 있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그런 것들은 시대와 어쩌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고전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가 머나먼 곳에 있는 그리스에서 머나먼 옛날에 쓰인 "오이디푸스의 신화"따위를 읽고 그러는 거 아니겠는가. (뭐 자꾸 작가라는 양반들이 오이디푸스를 써먹으니까 그러는 것도 있지만)



  그러니까 내가 갑자기 고전 이야기를 시작한 것은 시대를 넘어서 이해받을 수 있는 작품은 사실상, 그렇게 많지 않다는 말을 하고 싶어서다. 그 시대에, 그 시대에서만 더 잘 먹히는 것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유머가 그러하다. 어떤 개그 프로에서나 누군가의 유행어는 시간이 지나면 촌스럽고 뒤떨어지기 마련이다. 시간이 지났으니까. 만들어진 지 대략 10년이 지난 작품이 재개봉을 한다면 사실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영화가 아직도 관객들에게 감동이라던가 무엇가를 던져줄 수 있는지 그런 것들이 필요하다. 


  그래 솔직하게 말하자면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저 당시 가치관과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가치관 같은 것들이 맞지 않아서 보는 내내 유쾌하지 못했다. 뭐 첫사랑에 쩔쩔매서 그러는 건 좋은데,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을 계속 집착적으로 쫒았다니는 거나, 가끔 마지못해 할지도 모르는 답장을 받고서 끈덕지게 연락을 하는 거나, 저때는 여성이 연애에 있어서 소극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해도, 그걸 보고 있는 내가 아니니까. 아무리 남자 주인공이 귀여워도 용서해줄 수 있는 건 아니다. 쓰다 보니 한 한국영화도 생각난다. 현실적이다 뭐다, 그렇게 사람들이 평들이 좋길래 해서 본 "연애의 목적"이다. 보는 내내 불쾌해서 나는 오기가 생겼고 끝내 마지막까지 그 불쾌함과 이해할 수 없음을 안고 오기를 안고 영화 러닝타임을 견뎌야 했다. 얼마나 이유림이라는 남성 캐릭터를 정당화할 수 있는지 나는 그 질문에 답을 찾아야 했다. 끝까지 보면 그래도 영화가 나에게 그 캐릭터를 정당화시켜줄 수 있길 바랐다. 결국 영화는 나는 설득하지 못했고, 내 생의 최악의 영화 중 하나로 당당히 그 이름을 랭킹에 올렸다. 


  남 주인공 어머니와 아버지는 청각장애인을 좋아한다는 아들의 고백에 어쩔 줄 몰라하고, 언니가 청각장애인인 여자 주인공은 청각장애인은 돌봄을 필요로 한다고만 생각해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결국, 둘이 서로 듣지 못해도 사랑하기로 결심하는데 영화의 마지막쯤에 이르러선 둘 다 청각 장애가 있지 않았다는 것으로 걱정 없이 맺어지는 해피엔딩도 얼마나 기만적인가. 

  보이는 것만이 다가 아니라는 생각이 더 강한 요즘에 오히려 이 영화는 역설적으로 들리지 않아도 보이는 것으로 사랑을 알 수 있다고 말하는데, 우리는 얼마나 보이는 게 믿음직스러운 사회에 사는지 모르겠다. 그런 사회에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 내가 이 영화를 보고 감동을 받기 원한다면 내가 얼마나 관대해야 하는 걸까? 이렇게 말하는 내가 오히려 너무한가?


  기획자들을 시대의 흐름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 아무거나 고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대만의 첫사랑 영화"라는 키워드만 가지고 영화가 재개봉할 수는 없는 거다. 그렇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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