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rles Chaplin in The Gold Rush, 황금광시대
모든 리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며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입니다
솔직하게 채플린의 영화를 많이 접할 기회들은 많고, 그 짧은 부분들을 많이 봐왔지만 채플린이 그토록 친숙하고 익숙하지만 채플린을 잘 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모던 타임즈도 어릴 적 아무 생각 없이 본 것이 다 이고. 그래서 더 많이 채플린의 작품을 접하고 싶다.
“황금광 시대”는 채플린의 영화시기 중 중반 정도에 나온 작품이다. 황금광시대의 주인공은 언제나 그랬듯 떠돌이 찰리 채플린이다. 떠돌이 찰리 채플린은 채플린이라는 캐릭터를 어떠한 공간에 심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식을 보여준다. 당연히 그 시대상은 영화마다 다르다. “황금광 시대”는 말 그대로 황금광, 골드 러쉬 시대 모든 사람들이 부와 일확천금을 꿈꾸며 산맥으로 모여들었던 그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채플린은 1896년부터 1898년 사이에 클론다이크에 황금을 찾으러 몰려간 시굴자들의 궁핍한 생활을 담은 입체경 슬라이드를 보고, 1846년에 시에라 네바다에서 폭설에 갇혀 자신들의 모카신과 죽은 동료의 시신을 먹어야 했던 이민자들인 도너 무리의 참사에 관한 책을 읽다가 영감을 얻었다. 처음에는 무성영화로 제작되었으나, 이후 채플린이 내레이션과 대사를 넣어 다시 제작하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황금광시대 [THE GOLD RUSH]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영화 1001편, 2005. 9. 15., 마로니에북스)
눈 덮인 산, 배고픔에 굶어 죽거나, 지쳐서 쓰러져도 일확천금의 꿈을 꾼 자들이 계속해서 걸음을 옮기는 곳, 그런 장면으로 이 영화는 시작된다. 그런 비극적이고 처참한 장면에서 이 영화는 시작되나 곧 다음 장면에서 우리는 떠돌이 채플린을 만나게 된다. 채플린은 이 추운 겨울 눈 산과 앞서 나온 처참하고 비극적인 장면에도 불구하고 그의 특유의 복장과 그 걸음걸이로 위태로운 산길을 우스꽝스럽게 걷는다. 그 등장은 단번에 웃음을 자아낸다. 혹독한 현실과 배경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희극적인 요소로 등장하는 그는 그 상황과 채플리의 행동 그 사이에 나오는 부자연스러움, 아이러니를 통해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금광을 찾기 위한 여정에는 채플린 말고도 다른 인물들이 등장한다. 금광을 이미 찾아낸 빅짐과 살인자 블랙이다. 이 세 명의 인물이 오두막에서 펼치는 여러 가지 작은 에피소드 또한 웃음들을 자아낸다.
이 영화에는 희극과 비극이 절묘하게 뒤섞여있다. 찰리가 말한 그 말처럼 희극과 비극이 섞인 한 편의 인생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면이 두드러지게 드러나는 장면 하나는 배고픔을 참지 못한 찰리와 빅짐이 찰리의 신발을 삶아서 먹는 장면이다. 너무 배고파 구두를 삶아 먹는데 식사 세팅은 다 해놓고 나이프에 포크까지 준비해서 구두를, 그것도 구두를! 스테이크를 먹는 듯 썰어 먹고, 파스타를 먹는 듯 포크를 돌려 맛있게 먹는다. 너무 배가 고파 신발을 삶아먹는 이러한 비극적인 장면에서도 채플린의 희극은 어김없이 그 효과를 발휘한다.
그 뒤 댄서 조지아에게 반한 채플린이 그녀와 함께 약속한 신년파티를 기다리다 롤빵을 추는 모습도 희극과 비극적인 요소가 강렬히 다가오는 씬 중 하나이다. 결국 아무도 오지 않는 집에서 홀로 멀리 울려 퍼지는 카운트다운 소리와 노래 소리를 아련히 바라보는 채플린의 고독과 외로움은 내게 진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채플린이 만든 캐릭터는 -비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아이러니함과 함께 나타나는 희극적인 요소들- 다른 캐릭터들 속에서 단연 돋보인다. 금광을 찾으러 왔지만 절박하기 보다는 유쾌하고, 욕망이 넘쳐나는 다른 인물들에 비해 순수한 캐릭터로 자리 잡는다. 금광을 찾아 나선 산에서는 블랙이나 빅짐과는 사뭇 대조되는 존재로, 마을에서는 조지아를 쫓아다니던 남자와 대립되는 존재로 나타난다. 볼품없고 모자라 보이지만 채플린의 찰리는 순수함으로 빛난다.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난다. 빅짐은 잃어버렸던 또는 잊어버렸던 자신의 금광을 도로 되찾고 그 도움을 준 찰리와 그 부를 나눈다. 순간 부자가 된 찰리. 기자와 인터뷰를 하던 중 기자가 광부 옷을 입고 사진을 다시 한 번 찍어줄 것을 권유한다. 그렇게 다시 광부 옷을 입은 찰리의 모습을 보고 그 배에 탔던 조지아는 그가 배에 밀입한 줄 알고 그를 돕는다. 찰리는 부도 갖게 되고 사모하던 여인도 만나게 되고, 그렇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애초에 찰리는 이를 해피엔딩으로 맺을 마음이 없었다고도 한다. 확실히 어색한 엔딩이기도 하다. 마지막 시퀀스를 통해서 부자가 되었지만 광부 옷을 입은 찰리가 황금과 부가 또는 그런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들이 얼마나 얄팍하고 종이의 앞뒷면과도 같은지를 암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