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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적 사고로 재해석한 김수근의 공간사옥

우리에게 건축적 사고가 필요한 이유

by 김예린


서울 율곡로에 자리한 공간사옥은 김수근 건축가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나는 이 건축물을, 한 사람이 사고를 통해 인생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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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벽돌은 생각의 단위다

이 건물은 무수히 쌓인 벽돌로 이루어져 있다. 정형화된 틀 속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벽돌 하나하나가 개별의 사고 단위처럼 느껴진다. 규칙 속의 변주, 안정 속의 긴장. 그건 마치 하루하루 쌓이는 생각의 밀도와 같다.



2. 복도는 창의적 사고의 흐름이다

공간사옥 내 복도는 한국의 골목길을 재해석한 공간 배치로 유명하다. 건물 내부는 불규칙한 동선으로 구성되어 있다. 계단은 예측하지 못한 방향으로 꺾이고, 창은 엉뚱한 곳에 열려 있다. 이 비직선의 흐름은 창의적 사고의 전개를 닮았다. 논리적으로만 흘러가지 않는, 돌고 돌아 결국 본질로 이끄는 창의적 사고의 여정.


3. 스킵플로어는 사고의 층위다

이 건물은 스킵플로어(반층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층과 층이 어긋나 있지만, 단절되진 않는다. 생각도 그렇다. 완전히 다른 듯 보이는 두 생각 사이에도, 사실은 보이지 않는 연결이 존재한다. 조금만 높이를 달리하면, 전혀 다른 시야가 열린다. 반 층의 차이가 새로운 통찰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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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빛은 깨달음이다

좁고 어두운 복도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위에서 빛이 쏟아진다. 그 빛은 우연한 듯 필연적이다. 생각의 어둠 속을 걷던 사람에게 문득 떠오르는 인사이트의 순간처럼.



“인간 사고는 본래 건축적이다”

칸트의 이 말처럼, 건축적 사고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태도다. 빽빽이 복제된 구조물이 아니라, 유일무이한 건축물처럼 자신만의 사고를 짓고 싶다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여 다듬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사고는 단번에 완성되지 않는다. 하나하나 생각을 정리하고, 연결하고, 다져가며 삶의 구조물이 되어간다. 그래서 우리는, 사고를 위한 시간을 꼭 비워두어야 한다. 그 여백 속에서 비로소 나다운 구조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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