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인류학
‘과시적 소비’란?
과시적 소비는 사회학자이자 경제학자인 베블런이 창안한 개념으로 자신이 특정 계급에 속해 있다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 하는 소비를 일컫는다. 상류층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며 어떠한 소비를 했을 때, 그 밑의 계급에서 이를 모방하여 소비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이로 인해 사람들은 자신의 필요 이상의 것을 구매하거나 예산에 맞지 않는 것을 소비하는 등 합리적이지 못한 모습을 보일 때가 많다. 과시적 소비는 사회적 지위와 명성에 대한 욕구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대상은 상이하더라도 거의 모든 시대, 모든 계층에서 관찰된다. 자신의 인정욕구를 채우기 위해 어느 정도는 필요할 수는 있으나 자신의 재력에 비해 과도하게 행해졌을 때에는 살림에 지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사회의 ‘과시적 소비’ 사례
과시적 소비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명품을 소비하는 현대인의 모습이다. 그만큼 이제까지 사람들은 자신의 지위와 재력을 드러내는 데에 대부분 명품을 구매하였다. 상류층이 명품을 소비하여 과시를 하면 그 밑의 계층들이 이를 모방하여 그들 역시 상류층의 속하고자 하는 욕망을 표출하였다. 이로 인해 많은 명품들이 중산층 혹은 하류층에게 판매되고 상류층에서는 더 이상 명품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용도로 쓰기에 희소성이 없어졌다. 그래서 상류층에서 자신의 계급을 구별하고 드러내기 위해 관심을 가진 분야가 바로 미술이다. 그래서 현대 한국사회의 ‘과시적 소비’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미술시장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미술품이 상류층의 과시적 용도로 쓰인다는 사실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불과 1~2년 사이이다. 영향력 있는 인물들은 자신의 미술적 관심을 표출하며 직접 소장하기 시작하였다. 대표적으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BTS의 멤버 알엠이 유명작가의 전시를 다녀오고 그의 작품을 구매하여 자신의 작업실에 걸어 놓아 SNS에 업로드한 사진이 많은 파장을 일으켰다. 많은 사람이 동경의 대상으로 여기는 연예인이 미술품을 소장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일반인들의 관심을 돌리기에는 충분했다. 이에 더불어 작년에 삼성의 이건희 회장이 그동안 수집해 온 콜랙션들이 공개가 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명품이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는 데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데에 영향을 주었다. 이것이 일반인의 과시적 소비 형태로 드러난 예로 아트페어가 있다. 이전까지는 사람들이 미술에 관심이 있더라도 무료전시나 비엔날레 정도만 다녀오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열린 ‘키아프’에 유명 연예인들이 참석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반인들도 참석하려는 열기가 일었다. 이들은 작품을 소장하기에는 가격이 너무 부담되기에, 그 대신 2~30만 원가량의 비싼 값을 주고 VIP아트페어에 참석하여 SNS에 인증하는 것으로 자신을 과시하려 하였다. 이들이 정말 예술을 즐기기 위해 이러한 소비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상류층에서 VIP 티켓을 구매하는 목적은 프리뷰에 참가하여 유명작가의 작품을 먼저 선점하는 데에 목적이 있지만 일반인들은 작품을 구매하는데 목적이 아니라면 굳이 VIP티켓을 구매할 필요가 없다. 따라서 이들은 본질적 목적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보다는 그저 상류층을 모방하여 과시하고자 하는 성격이 더욱 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는 평면이나 입체 등 실제 존재하는 유형의 작품이 미술 시장에서 우세하여 작품 가격이 일반인들이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실제 소장함으로써 과시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NFT기반의 미술이 발달되고 미술품 펀딩이 생겨나는 현재 상황을 보면, 앞으로 미술시장에 적당한 가격의 작품이 등장하면서 중산층들이 명품을 사듯 미술품을 소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렇기에 앞으로의 한국 사회의 과시적 소비를 연구하려면 미술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조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