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위의 은하 철도
여동생 부부가 별보러 갔다가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에서 쏘아올린 스타링크를 보았다고 사진을 보내주었다. 여동생 부부는 대학생 때 천문서클에서 만나 결혼했다. 두 사람이 취미가 같다 보니 조카들이 어느 정도 자란 후 부터는 온 가족이 천문대나 인공조명이 없는 자연으로 별 관측하러 다니곤 했다. 이제 조카 둘이 모두 대학생이 되었고, 지금은 두 부부가 별을 관측하러 다니는 모양이다.
두 사람이 경북 영천의 보현산 천문대에 별을 보러 갔었다고 한다. 깜깜한 주차장에서 별을 보았다고 한다. 제부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는데, 그 안에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가 흐릿하게나마 찍혔다. 말로만 듣던 스타링크를 이렇게 볼 줄이야! 제부는 열차가 하늘 위로 달려가는 듯 인공위성이 줄줄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자 어린 시절 보았던 만화 영화 <은하철도 999>가 떠올랐다고 한다.
여동생이 보내 준 사진이 재미있어서 아이패드로 그려 보았다. 디지털 아트는 직접 미술 재료로 그리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다. 문서 편집하듯 다양한 이미지를 편집하여 하나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점이 특히 재미있다. 나무들은 온라인에서 무료 SVG 파일을 다운로드하여 브러쉬로 만들어 두었던 것을 활용했다. 애플 펜슬로 콕콕 점을 찍듯이 찍어주면 나무 한그루가 뚝딱 그려진다. 짧은 시간 안에 완성할 수 있어 결과물을 금방 볼 수 있다는 것이 디지털 아트의 또하나의 매력이다. 디지털 활용법을 배우는데는 시간을 좀 투자해야 하지만 그러고 나면 평소 갖고 놀 좋은 장난감이자 취미가 하나 생기는 셈이다. 어쨌든 짧은 시간 안에 밤하늘을 펼쳐 내었다.
호외 : 스타링크와 관련한 이야기
일론 머스크가 온 지구를 인터넷으로 연결할 목적으로 엄청난 수의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있다. 2030년경까지 42,000개 정도의 인공위성이 올라갈 모양이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천문학자들이다. 인공위성들이 내뿜는 빛 때문에 별을 제대로 관측할 수 없다고 한다. 나중에 일론 머스크는 이 서비스로 막대한 돈을 벌어들이겠지만 학자들의 연구에는 이만저만 민폐가 아닌 모양이다. 별을 보려고 일부러 인공 조명이 없는 어두운 자연을 찾아다니는 여동생 부부를 보았던 터라 천문학자들의 불만이 이해가 되고도 남는다.
한편 스타링크가 지나가는 모습을 본 일반인들에게는 하나의 신기한 체험인 모양이다. 한 방송에서 박문호 박사가 인솔하여 몽골 탐사를 다녀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힘든 탐사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경험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여러 사람이 밤 하늘에 스타링크가 줄줄이 지나가는 모습이었다고 대답했다. 천문학자들과는 달리 일반인들에게 그 모습은 장관으로 보이는 모양이다. 나도 한번쯤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