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저마다 큰 그림을 그린다.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 묻어놓는 것도 각양각색이다.
누구는 주식이나 비트코인을 묻고
누구는 김장독을 묻고
누구는 자식에게 인생을 파묻고.
나도 큰 그림 한번 그려보려 무던히 무언가를 묻었다.
안타깝게도 묻어서 크게 돌아온 게 없었다.
코인투자는 내릴 때 팔고 오를 때 사기를 반복했고
요즘 집값이 똥값인데 갚아야 하는 대출은 그대로다.
기타 등등은 너무 서글퍼서 생략하기로 한다.
그런데 묻어놓은 지도 잊고 지냈던 브런치스토리가
내가 잊고 지낸 시간 동안에도 엄청 잘 자라고 있었다.
마지막 글을 쓰고 5년 동안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는데…
지난달에 오랜만에 들어와 보니 조회수가 8천 가량 되더라.
올 6월에 마무리한 120화짜리 웹소설도 조회수가 딱 그 정도인데.
겨우 글 22개가 8천이라니. 감개무량해라.
새로 올린 글이 아직도 5년 전의 글 랭킹을 못 넘어서고 있다.
언제나 나의 가장 강력한 적은 나인 걸까.
지난달 17일부터 오늘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글을 올렸다.
부족한 글을 보러 와주신 분들 덕에
약 1,000 가량의 조회수가 또 올랐다. 벅차오른다.
이 세상 어딘가에 있는 독자들과 다시 천 번의 조우를 했다니.
연초에는 공모전들이 꿈틀거린다.
그래서 내 머리도 손가락도 꿈틀거리고 있다.
떨어지고 떨어지는 걸 보면 멀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어쩐지 그래도 들이대보고 싶어 진다.
공모전에 정신 팔리고서도 여기 매일 올 수 있을까 싶다.
그래도 역시… 마음껏 쓰기엔 브런치지
하고 계속 기웃대려나?
지난 한 달간 찾아와 주신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