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그 사람이 되어서는 안 돼.
― 선정영화 : 「그때 그 사람들」(2005)
― 장르 : 미스터리, 블랙 코미디, 범죄, 드라마, 피카레스크
― 선택한 등장인물 : 철없는 엄마 / 대통령이 자기 딸을 총애한다고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주 과장에게 어필하려다가 고문실에서 고초를 당하고 쫓겨난다.
― 초고 완성 시기 : 20240731
* 이 작품은 영화 「그때 그 사람들」에 나오는 등장인물 중 하나를 주인공으로 삼아 재구성된 소설로, 영화를 못 보신 분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거나 재미가 반감될 수 있습니다.
영화를 감상하실 예정인 분들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러 가기'란을 참고해 주세요.
나는 또또 아줌마가 소개해 준 네 번째 남자와 얼굴 세 번 보고 결혼했다. 그리고 일곱 달 뒤에 연주를 낳았다.
시댁은 왕십리에서 스웨터 공장을 하다가 막 동대문 비단 장사로 종목을 바꾼 장사꾼 집안이었다. 또또 아줌마가 소개해 줄 적에는 고래등 같은 열일곱 칸 기와집에 산다고 하였으나 내가 시집갈 적에는 공장이 부도나고 열일곱 평 남짓한 집에서 여섯 식구가 살고 있었다.
나는 그 집에서 가실(家室)이라 불렸다. 뜻이야 안방마님이었지만, 시댁에서 가실은 식모의 다른 이름과도 같았다.
불러오는 배를 쥐고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나는 앉을 새가 없었다.
연주가 태어났을 때, 시모는 내게 이렇게 말했다.
「딸 낳을 거면, 다시는 낳지 마라.」
연주는 즈이 친할머니에게도, 외할머니에게도 귀염 받지 못했다. 귀염 받지 못했어도 부단히 귀염 받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내 딸아이의 마음이… 오랜 차별에 무너지고 있었다.
서른넷. 아직 살아온 날들보다 살아갈 날이 많은 아이에게 나면서부터 얻은 X나 Y염색체 따위가 뭐라고 낙인을 찍고 있었다. 마치 DNA처럼, 아로새겨져 바뀌지 않았다.
나는 내가 부덕한 탓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 더구나 연주에게 나처럼 살지 말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고 싶지도 않다. 내 딴에는 그것도 열심히 살아낸 인생이다. 다만, 연주가 엄마처럼 살고 싶지 않다고 한다면 그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기호 1번은 안 된다.
여자가 대통령이 된다면, 사회가 여자를 보는 눈이 달라질 거라는 연주의 말도 맞다. 그 간절함이 나에게도 있다.
이번 대선 후보 일곱 명 중에 네 명이 여자라는 데만 해도 나는 눈물이 날 뻔했다. 내가 한 번도 보지 못한 세상에 연주가 와 있다는 데서 일면 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각하의 딸이 이 나라를 대표하는 1인이 돼서는 안 된다. 그녀는 여성이라기보단 제3의 성이다.
그녀가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의 손을 잡고 내달리고, 그녀가 비키니를 입고 해수욕을 하고 그녀가 십칠 년을 청와대에서 살 동안, 나의 엄마는 드난살이였고 뚜쟁이였다. 그리고 그녀의 딸인 나는 흥청이었으며 가실이 되었다.
아버지가 새마을 운동을 지휘할 동안 《새마음의 길》이라는 저서를 지어냈던 그녀는 마치 어린이 대표가 실천 없는 표어를 주창하듯 이 연사, 간곡하게 외칠 수는 있지만 그게 삶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려면 뭘 해야 하는지 모르는 황궁의 영애일 뿐이다.
1979년 10월 26일, 그날 이후로도 그녀의 인생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를 잃었어도 그녀의 대모, 대부를 자처한 사람들로 인해 그녀는 줄곧 안가(安家)에서 살았다.
그녀가 대통령이 된다 해도, 그녀는 광장으로 나올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광장에서 목 놓아 부른다고 하여도, 그녀는 안전한 안가를 버리고 밖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일자무식인 나의 억측이라 할지라도, 나는 도저히 그런 상상이 되지 않는다.
「넌 누굴 뽑을 거니?」
편 여사가 내 이런 상념을 깨고 물어왔다.
「그런 건 왜 물어요?」
「공주님을 뽑아라, 공주님을. 아무리 동복은 아니어도, 연주 언니 되는 사람 아니냐. 사람이 의리가 있어야 하는 거야.」
나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이래서 그 여자가 대통령이 되어서는 안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