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연재의 부작용과 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
무슨 생각으로 매일 연재를 한 건지 모르겠다. 아마도 반려가족을 입원시키고 나서 불안한 마음에 헤까닥 했었나 보다.
올해 안으로 브런치를 다시 시작할 계획은 있었다. 각각 다른 주제로 3권 혹은 4권의 매거진을 연재해 볼까 했다. 다만 주기는 1주일에 한편 정도였다. 그것마저 매주 해낼 수 있을까 걱정부터 했다.
그런데 반려가족을 입원시키고 집에 오니까 집이 텅 빈 것만 같고 밤에 자려고 누워도 눈이 말똥말똥한 거다. 안 되겠다 싶어서 모니터 앞에 앉았다.
각 주제마다 최소 열 작품은 채우고 나서 브런치 스토리 연재를 다시 시작하자고 마음먹었었다. 이 '영화 속 등장인물 중 하나를 골라 그 또는 그녀를 1인칭 주인공 삼아 짧은 소설 쓰기(길기도 하다. 하하. 이하 1인칭 주인공 소설.)'는 고작 세 작품 쓰고 네 번째 작품은 얼개만 잡아둔 채 계속 폴더 안에 잠들어 있었다. 처음 마음먹은 대로 열 작품을 다 쓰고 연재를 시작하려고 했다면 아마 내년에도 연재를 시작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무슨 말이냐면… 써놓은 게 다 떨어졌다.
일주일에 한 편이 아니라 매일 연재를 하기로 생각했던 건 천만다행이었다. 소설이다 보니 다음 내용을 다음 주까지 기다린다면 앞의 내용이 생각도 안 나고 흥미도 떨어졌을 것 같다.
지금까지 쓴 '1인칭 주인공 소설'은 평균적으로 6000자 안팎이었다. 어느새 이 정도로 아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유료로 결제해서 보는 소설은 당연히 분량이 더 많아야 좋다. 웹소설 플랫폼 '문피아'의 한 화 분량은 5500자가 최대이고, 문피아에서 연재하시는 작가님들은 대부분 이 분량을 꽉 채운다고 들었다.
브런치스토리에서는 이 분량이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구나 장르소설들처럼 스케일이 크고 흥미진진한 사건이 급격하게 전개되거나, 감정선이 디테일하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요소가 있는 게 아니다 보니 길어지면 지루할 것만 같았다.
3화씩 분할하여 네 작품까지는 잘 버텼다.
밀리지 않고 쓰려고 시도는 많이 했다.
나는 원래 느리다. 단편 한 작품 쓰는 데 아이디어 짜는 데부터 치자면 한 달 이상 걸린다. 최소 한 달.
나는 원래 욕심이 많다. 그렇게 오래 걸리는 데도 한꺼번에 쓰려고 한다. 그러니까 어떤 작품을 하나만 한 달을 붙들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 개를 여러 달, 혹은 수년을 붙들고 있다.
어떤 작품은 먹고살기 위해 쓰는 작품이고, 어떤 작품은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이고, 어떤 작품은 이렇게 자유 연재하는 작품이라 그렇다. 먹고살기 위해 쓰는 작품 덕에 이번달 카드값을 막을 수 있고 공모전에 출품할 작품 덕에 꿈을 꿀 수 있고 자유연재 하는 작품 덕에 규정과 트렌드에서 벗어난 상상을 할 수가 있다. 그래서 어떤 것도 포기를 못 한다.
나머지 '1인칭 주인공 소설'을 쓰려고 본 영화들은 어떤 이야기를 써야 할지 아직 감을 잡지 못했다.
「남산의 부장들」(2020), 「몰리의 게임」(2017), 「서울의 봄」 (2023), 「시민 덕희」(2024), 「언컷 젬스」(2019), 「원더풀 라이프」(1998). (가나다순)
여기까지가 그간 '1인칭 주인공 소설'을 쓰려고 애쓴 작품들이다. 혹시 이 영화 중에 인상 깊었던 인물이 있어, 그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소설을 읽고 싶으시다면 추천해 주시길…
바란다고 하려고 했었다. 바로 네 시간 전까지.
그런데 24년 12월 3일 밤 10시 30분.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났다.
내가 타입슬립이라도 한 줄 알았다. 79년 12월 12일 밤으로.
올해 호러물 원탑은 바로 이 소동일 거라 생각한다. 그 어떤 콘텐츠도, 그 어떤 등장인물도 이렇게 충격적이지는 않을 거 같다.
쓰던 글을 멈추고 네 시간을 헤매고 돌아다니며 기사와 라이브를 찾아봤다. 공정성을 위해 라이브 방송은 다섯 군데를 동시 시청했다. 2시간 35분 만에 해제 요구가 가결되었다. 국무회의는 아직이다.
하필이면 내가 소설로 쓰려고 본 영화 리스트에 계엄령의 주역에 관한 영화들이 있다. 하필이면.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가장 나중에 쓰려고 했는데. 하하. 심란하다.
위의 영화리스트에서 인물 추천을 해주셔도 좋고 아예 영화를 추천해 주셔도 좋아요.
일단은 좀 더 머리를 쥐어짜고, 어떻게든 쓴 다음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