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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노 Art Nomad Mar 19. 2018

네엣. 꼭 내 잘못만은 아니었어.

도구를 탓하세요.

장인은 도구탓을 하지 않는다. 라는 옛말이 있다.  


애석하게도 나는 장인이 아니다. 컴사양이 낮아서 계속 오류가 나거나 명령을 잘 들어 먹지 않는다는 걸 알아채지 못하고 애꿏은 나만 탓했다. 역시 기기똥손이라 그런다면서.


시대가 변해도 한참 변해서 옛말이 잘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고 느낄 때가 있다. 도구 탓을 하지 않던 때의 도구차는 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기껏, 새것과 흔것 정도. 지금은 기기의 사양과 프로그램의 버전에 따라 경험과 결과의 질이 달라진다.   


디지털 드로잉 배우는 과정을 라이브로 담아보려고 *OBS 를 돌리다가 약 3-7분 사이에 계속 컴퓨터가 꺼졌다. 어라? 이상하다? OBS의 성능이 낮아서 그런가? 하고 이번엔 *Xsplit으로 방송을 해봤다. 방송은 더 짧아졌다. 처음 몇번은 포토샵 켜놓고 와콤위에 그림그리다 잘 모르겠으면 유튜브에서 영상 찾아서 보는 것 까지 가능했다. 약 2번 한번할때 2시간 정도. 그 이후에는 1-7분 정도 방송하면 컴퓨터가 꺼졌다. 포토샵을 같이 켜놓지도 못했다. 처음 디지털 드로잉 공부하겠다고 포토샵을 켜놓고 브러쉬 조정할때 가끔 내가 정한 브러쉬의 농도, 모양 등이 그대로 적용되지 않았다. 필압의 뻑뻑한 정도가 지나쳐 아무리 힘을 줘도 희미 하게 그려질 때도 있었다. 이 모든 게 내가 인코딩 프로그램을 다룰줄 몰라서, 내가 포토샵을 잘 모르니, 와콤에 익숙하지 못해서 그런 줄 알았다. 방송을 하다말고 컴퓨터가 11번 즈음 꺼지고 나자 드디어 컴퓨터에 의심이 가기 시작했다. 


*OBS : Open Broadcast System. 방송 인코더 프로그램 중 하나. 

             다른 인코더 프로그램들로는 Xsplit, Wirecast 등이 있다. 


메인보드 GIGABYTE Z370 HD3 듀러블에디션 

CPU 인텔코어 i5 8세대 

램 16G SSD카드 장착


현재 컴퓨터 스펙. 게임을 안하고 컴퓨터 스펙 용어들에 익숙하지 않아 얼마나 좋은 줄 잘 모르겠다만 적어도 지금까지 한번도 중간에 꺼지지 않았다. 포토샵 펜드로잉 먹히는 감도는 감동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다. 전의 컴퓨터 사양을 잘 모르지만 (사양보는 방법도 잘 몰랐다) 적어도 램이 4G였던 건 기억한다. 

 

컴 바꾸고 부드럽게 그려져서 좋다. 원은 스냅을 사용한다고 채점하듯 하지 말고 여러원을 겹쳐그리면서 가장 둥근 원을 찾을 것


도구탓 하기 전에 '필요한 만큼의 재료'는 무엇인지 자세히 알아보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내가 '디지털 드로잉'으로 통칭하는 것에는 많은 것이 내포 되어 있다. 예를 들어 웹투니스트 스타일로 '선' 중심으로 그리는 그림들이 있고 일러스트레이터 스타일로 '면' 중심으로 색을 덧칠해가면서 나타내고 싶은 표현을 찾아나가는 그림이 있다. 또는 어도비의 'Ai'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몇가지 그림 조각을 도장처럼 여러번 찍어내되 방향이나 색전환을 통해 그림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각각 필요에 따라 필요한 도구도 달라진다. 


https://youtu.be/bk7xJakVHUk

 샤닉] 일러스트레이터가 대부분 액정타블렛을 안쓰는 이유.      


나는 이 모든 걸 최적화라고 부른다. 필요한 도구, 도구를 잘 활용할 수 있을 만한 세팅, 작업 환경 등이 잘 갖춰지니까 안도감이 느껴진다. 초보 운전의 비유를 하자면 차량에 이상이 없다는 걸 알고 있고 좌석에 앉아 좌석과 핸들사이의 거리, 핸들의 높이 조정까지 마친 상태랄까? 모든 것을 최고급으로 세팅해야 잘 하게 된다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필요한 만큼의 재료는 있어야 한다는 것. 운전연수 10시간 수료의 나에게 람보르기니는 무리다. 하지만 엑셀을 밟으면 앞으로 나가고 브레이크를 밟으면 멈춘다 정도는 먹히는 차여야 한다.  

뭘 못하게 되거든 꼭 당신 탓만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길. 때로는 도구탓을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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