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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명 Mar 03. 2017

Lee hanhae Photograhy

이한해의 필름 사진 찍기




여성의 피부


여성의 피부는 어쩌면 텅 빈 여백 위에 그려진 정체성의 그림이고, 스크린 위에 현상된 빛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그곳에는 이질적인 것들의 그림자 혹은 되어야 할 것(욕망)의 설계와 좌절이나 혹은 야릇한 유혹의 색깔들이 (타고난 몸의 자연스러움과는 달리) 내면이 바라는 것들의 꼴라쥬가 되는지도.. 

그래서, 그러한 여성을 피부는 주변의 사물들과 곧잘 어울리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한 여성의 피부와 외관들은 곧잘 대상이나 주체를 착시하는 특권을 가진다. 왜냐하면 보여지는 것과 본다는 것은 적어도 내면의 어느 한 지점에서는 동일하니까..  








찰나


찰나는 무엇인가. 찰나는 영속성과 대비되는 어떠한 진실의 순간들을 드러내 주는 직관의 순간이다. 

찰나라는 단어는 이러한 어쩌면 종교적 신비의 순간을 드러내는 영감의 뜻을 잃어버리고, 단지 카메라가 혹은 그림의 구성이 잘 표현되었다던가. 색감이 좋다더라던가 하는 기술적인 순간으로 변질되고 있다. 찰나에서는 의미나 단어, 어슬픈 도덕의 강박이 주고 있던 나 자신과 사물과 관계들이 다시금 재조정된다. 그러니까, 내가 지니고 있던 의식이라는 프레임이 새로운 렌즈와 새로운 조리개의 조임을 통해서 전혀 새로운 포커스를 맞추고새롭게 관련된 이미지의 편린 속에서 기존의 '나'를 잠시 탈출한다는 것이다. 











예술이 살아있음 


예술이 살아있음을 확인하기 위해 우리는 화랑과 미술관이 즐비한 시내의 문화의 거리에서 팸플릿을 찾아보며 즉각적인 위로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순간이 내게 걸어오는 대화나 비범한 영감의 발화를 만나는 것은 진정 그곳이 아닐는지도 모른다. 아직은 원석에 가깝고  (흔히 잡지에서 일컫는 표현인) '당돌하리만큼 작가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는' 그러한 직업적 아티스트가 아닐지 라도, 부질없는 시간의 주변부에 머물면서 자신의 떠오르는 직관을 날카롭고 섬세하게 붙잡아 거기에 필요한 도구를 우선 휘어잡고 무언가를 끌적이고 있는 바로 그러한 곳에  머물러 있을지도... 

물론 이것을 설명하는 그 어떠한 단어도 의미부여도 아직 발견된 바는 없다.  









비평가


곧잘 비평가들은 형식과 내용을 타당하게 분류하고 도상적인 해석을 가한다. 그런데 사람에게 그것을 적용하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뇌의 작용이나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우울함의 근본이나 이유 없이 보내는 성장기의 힘든 시절을 말이다. 어떠한 경우에 이러한 분류는 사람에게 '정신분석'이라는 과정을 통해 폭력적인(?) 단정을 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어떠한 범주에도 집어넣을 수 없는 하나의 이미지를 생각해  보자. 광고도 아니고, 선언도 아니고, 심지어 순수예술도 아닌 어떠한 이미지 말이다. 특히 이것을 가장 우울한 경우에 단지 내적 치유를  위해 그저 피어오르는 순간적 포착이라면, 이것에는 나는 훨씬 더 인간적인 자연스러움과 관계를 맺는 행동에 가까운 그 무엇이라고 생각한다. 







이한해 Hanhae Lee는 부산 태생으로 할아버지 때부터 물려받은 필름 카메라인 캐논 AE1을 가지고 개인적인 촬영을 해오고 있는 20대의 여성이다. 디지털 시대에 필름 카메라가 주는 색감과 대상, 혹은 여성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독특한 감각을 전달해 준다. 다소 특이한 구도와 포커스가 중첩된 심도 처리는 아날로그 특유의 색감과 함께 또한 공감이 가는 정서적인 측면까지 우리에게 대변해 주는 듯하다. 가장 힘든순간, 일종의 놀이로 출발한 사진 찍기는 물론 개인적인 기록과 치유로서의 놀이지만, 우리에게 주는 공간, 자아의 유동성에 대한  다양한 알레고리(은유)들은 공감의 폭 또한 만만치 않아 보인다. 블로거이기도 작가이기도 혹은 직장 여성이기도 한 이한해씨의 사진 찍기야 말로  디지털을 무대로 아날로그로 살아가는 우리의 다양한 정체성 찾기의 놀이로서 많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이한해 ( Lee hanha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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