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현명 Mar 29. 2018

영상의 시각화 단계

시각화의 몇 가지 접근들

영상의 시각화 visualization는 상황과 이야기를 관람객들이 객관적으로 납득할 만한 정보나 형상을 통해 명료하게 이해시키며 전달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의미 있는 영상작품은 그때그때 즉흥적으로 촬영한 홈비디오와는 다르다. 알맞은 과정을 통해 효과적인 기술적 처리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장면들은 명료하고 간결하게 일관성을 지니고 적용되어야 한다. 화면에 순간적으로 무엇이 나타나든 시청자들에게는 그것이 전부이다. 그러므로 프레임 안에 처리되는 시각화의 연출(미장센)에서 모든 시각적 요소들이 관람자의 반응을 결정하게 된다.  


배우들의 행동, 대화, 샷 사이즈, 앵글, 카메라의 움직임, 구도, 사운드 등이 모두 활용 가능하다. 영상언어로 시각화한다는 것은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어떤 장소에 있든지 간에 오로지 영상의 눈으로 샷을 전달하고 활용해야 훌륭한 소통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즉, 시각화 visaulization란 내가 지닌 시점과 스토리, 사건 등 테마를 설계하기 위한 건축의 기본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시각화를 위해서 우리는 우선 관찰하고 의미 있는 테마로 발전시켜야 한다. 이러한 테마의 도출은 '의미 있는 요약'이라고 부를 수 있다. 우리의 눈에 들어온 것들을 잘 요약한다면 나의 관점뿐만 아니라 관객들에게도 조리 있게 대상과 상황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일관성을 부여하는 데에도 도움을 준다. 간단하게 관찰한 대상들을 우리는 우선 몇 가지 카테고리로 묶어 볼 수 있다.  




클래스에 참여한 학생들이 핸드폰에서 각각 선택한 5장의 사진에서 부여한 키워드



위 그림은 학생들의 핸드폰에 저장되어 있던 각자가 의미 있는 사진을 5~7장을 발췌해서 제각각 키워드를 붙여 제출한 것이다. 이 각각의 키워드를 범주로 하여 카테고리를 만들면 4가지 정도의 영역으로 만들 수 있다.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한 것은 역시 애착을 지닌 대상을 골라내어서 제시한 사진들이다. 이것들을 나는 '관계'라는 범주로 묶어 보았다. 나머지는 외부풍경, 감정, 특정 시점 순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이 분류는 특정학교 구성원뿐만 아니라 대다수 클래스에서도 비슷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관찰되는 어떤 특정 사진, 이미지를 우리가 몇 가지로 골라내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키워드, 즉 테마가 생기게 된다. 



나의 시점과 기억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커다란 사건이다. 내가 '자신'이라는 매개체로부터 무언가 표현되는 무한한 가능성의 샘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이것이 영상의 시각화, 일종의 편집의 첫 단계를 시도해 본 것이다. 우리가 무언가를 제작하기 전에 이렇게 간단한 설계를 시작해 본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것은 곧 시놉시스, 시나리오, 스토리보드로 구체화될 수 있다. 그전에 우리는 어떠한 방식의 접근을 시도해 볼 것인가를 우선 결정해야 한다. 무한정 나열된 대상과 사건의 연속들은 관람객을 혼란스럽게 한다. 그러나 잘 짜인 시점의 단계적 시각화는 그 자체가 이야기로 변모하게 된다. 우리가 알고 보고 듣는 것을 질서 정연하게 구성하고 테마를 부여해 보자. 



그렇다면 우리가 본 것들은 더 이상 단순한 기억의 파편이 아니다. 그것들은 기억으로부터 의미 있는 객관적 실체가 되고 나아가서 그것을 보는 그 누구와도 의미를 교환하는 훌륭한 매개체가 된다.  




테마의 구성과 단계


무수하게 쏟아지는 시각정보를 나름 조리 있는 영상으로 구체화한다는 것은 물론 간단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몇 가지 접근법을 미리 정해 둔다면 조금은 손쉬운 시점으로 정리하는데 도움이 된다. 이것은 테마를 요약하는 방법이 되고 영상을 미리 준비하는 데에도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학생들이 무작위로 선택한 사진들을 요약하여 키워드로 정리한 예에서도 두세 가지 정도의 시각화 과정이 숨겨져 있다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것은 실지 극영화나 상업적인 프로덕션에서도 활용되는 시각화의 단계들이기도 하다. 



관찰자의 시점 - 객관적 관찰자의 시점으로 제삼자의 관조적 시점으로 상황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일어난 일을 그대로 전달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일정한 감정과 시점을 배재하고 포괄적인 상황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접근에 효과적이다. 샷의 흔들림과 움직임을 절제하고, 마스터 샷의 활용으로 사건, 대상, 공간을 최대한 절제하며 전달하는 것이 좋다. 다큐멘터리, 뉴스, 스포츠 중계 등은 관찰자의 시점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이로한 접근은 극적으로 무언가를 드라마틱하게 묘사하기보다는 다소 건조하게 리얼리티를 유지하며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보여주기에 적절하다.  



심층 분석 - 상황과 대상을 면밀히 분석하여 내부구조나 핵심적 내용을 깊이 있게 표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개 소홀히 넘어갈 사건이나 내용을 본질적으로 관찰하여 전달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다큐멘터리에서의 분석적 내용도 이러한 접근을 지닐 수 있다. 영화, 드라마에서도 시점 샷과 클로즈 업을 활용하여 상황을 구조적으로 심층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연출하는 작가의 분석적 관점을 일관성 있게 잘 유지하여 전달하는 것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창의적 표현 방법 - 은유적이고 독창적인 효과나 시점으로 다양한 측면들을 의미 있게 전달하기 위한 방식이다. 사물과 대상을 독창적으로 배치하여 영상을 은유적(메타포)이며 시적 효과를 띄게 표현할 수 있다. 1920년대 프랑스의 인상주의 영화나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에서는 공간, 사물, 인물의 극적이고 다양한 구성을 통해 영상을 시적 표정을 지닌 다양한 표현매체로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최근에 상업영화, 광고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은유적 표현들이 등장한다. 특히 감정을 직접적으로 전달하기보다는 하나의 표상적 구도를 통해 예술적 감흥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시도들이 많이 발견된다. 



의미는 의미 있는 형식과 시각화의 구성이나 요약 안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타인과 교환될 수 있다. 


테마를 정리하기 위해 위의 단계를 우선 점검하여 자신이 묘사하고자 하는 상황과 대상을 구체화해 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 극영화는 사실상 위의 세 가지의 접근이 모두 균형 있게 혼합되어 있다. 유튜브나 개인의 영상물이 다소 밋밋하게 보이는 것은 단지 기술력이나 스케일의 차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각각의 단계를 처음부터 테마의 차원에서 효과적으로 시각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대상과 현상을 나열하는 것에 감각적인 전개나 재치, 감정이 표현될 수는 있다. 그러나 이것은 수다에 가까운 것이다. 의미는 구체적이고 적당하게 다듬어진 형식과 시각화의 구성 또는 요약 안에서 진정으로 의미 있는 방식으로 타인과 교환될 수 있다. (작은 이미지나 기억을 재구성하고 키워드를 제시해 보는 습작이 기초단계에서 종종 필요하다.)  


가장 가운데 빈 원안에 넣을만한 나만의 관심은 무엇일까? 그 빈 여백안에 사실상 나의 관심, 나만의 시선이 머무는 곳이다. 이곳에 당연히 나만의 열매가 열리는 것이다. 


위 그림에서는 비슷한 키워드의 집합에서 전혀 다른 창의적인 테마로도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능하다면 비슷한 다른 사람들이 관찰하는 범주를 벗어나 자신만의 접근법과 시점을 강화하는 것이 좋다. 가장 작은 원이 가리키는 하위 범주에서 비슷한 속성의 테마에 속해 있더라도, 내가 관찰하는 나만의 독창적 키워드로 도약, 발전시킨다면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영상으로 묘사될 기본 설계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 있는 요약으로 시각정보가 발전할 때 진정한 미적 소통의 첫 단추가 끼워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이 소규모 제작자에게 모두 기술적으로나 예산적으로나 접근이 어렵지 않은 과정으로 발전하고 있다. 모든 창작자가 가장 발달시켜야 하는 부분이 바로 창조적인 접근과 관찰의 영역이다. 기술적인 발전과 촬영, 후반 작업등 규모는 사실상 그다음의 문제이다. 


영상은 오로지 프레임 속에서만 의미가 발생하는 일종의 정보의 요약이다. 이것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만드는 것은 전적으로 시각화의 성공적인 접근 - 즉, 시각화의 여부에 달려있다. 우리는 기억을 연속적으로 기록하고 그 이후에 그것들을 의미 있게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회복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나의 시점과 기억을 객관화한다는 것은 굉장히 커다란 사건이다. 내가 '자신'이라는 매개체로부터 무언가 표현되는 무한한 가능성의 샘물이라는 것을 자각하기 때문에 그렇다. 그 이후에 알맞은 도구와 올바른 문법이 만난다면 나는 생각보다 커다란 무기를 지닌 셈이다. 







이전 06화 스토리텔링에 관한 일반적 견해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