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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명 Dec 13. 2017

스토리텔링에 관한 일반적 견해

영상 스토리텔링의 구성요소들 

최초로 시각적인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건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이 조각, 그림, 사진이나 소리와 영상이 입혀진 설치미술 등 어떠한 형식을 지녔든지 간에 말이다. 예술에서 표현을 이야기할 때 가장 착각하기 쉬운 오류 중의 하나가 예술은 창작자의 내면의 그 무언가를 나타내야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예술의 소재가 반드시 나의 내면이나 입장의 어느 측면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그것은 선언이나 윤리학, 혹은 지침서인 그 무엇이 될 것이다. (예술에 관한 이러한 접근은 오래된 통념에 불과하다.) 


Werner Herzog 의 다큐 Cave of Forgotten Dreams  2010



벽화는 인간과 미래의 의사 소통의 방법을 보여준다. 즉, 의도적으로 지연된 메시지이다. 선형적인 시간의 진행에서만 위치를 인식하고, 자아의 한 위치에서만 대상을 파악해 내는 근대의 그림은 오래된 동굴벽화의 시간개념에서 허물어 진다. 들소와 말들은 영상적으로 움직이며 투사되고 원근법 없이도 바위의 양감과 함께 드라마틱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들의 시간개념은 수천년 동안일 수도 있을 그 미래의 관객에게 존재론적인 질문들을 불러 일으킨다. 우리가 알던 시간 단위에서 닥쳐올 미래와 진보는 그들에게서 전혀 고려사항이 아니었다. 그들은 분명 그곳에 있었다. 수천만년 이전이 아니라, 바로 우리 앞에..  


시각적 표현은 어쩌면 개인적 관심사에서 출발하였으나 다양한 시각 언어의 측면에서 기술적으로 원숙하게 관객들을 만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과정이 작가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어야 할 필요도 더욱 과시되어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효율적인 시각효과라는 - 소통의 과정을 전제로 하지 않은 어떤 성공적인 표현도 존재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영상-스토리텔링은 특히 촬영(또는 제작된) 재료를 분해하여 효율적인 방법으로 시공간을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이러한 기술적 과정을 우리는 편집이라고 부른다. 편집이란 이야기의 아이디어나 소재들이 ‘원래 거기에 있었다’고 하는 미켈란젤로의 언급처럼, 마치 그것이 자연스레 존재하듯이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이야기를(혹은 의미를) 그곳에 존재시키는 작업이기도 하다. 편집은 갇힌 영상의 재료를 활용하여 어떠한 이야기나 소재들을 관객들이 해석하거나 공유하게끔 해방시키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영상 스토리텔링의 주요한 접근은 무한정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르게 제거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의 일반적 구성 


영상이 시각예술과 구분되는 요소 중의 하나가 서사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의 구성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중요한 기술적 요소를 가지게 됨을 말한다. 서사 예술과 시각예술, 혹은 모든 전달 과정에서 스토리텔링의 요소를 효과적으로 전개한다는 것은 어쩌면 ‘개념’보다도 우선한다고 할 수 있다. 모든 예술과 전달의 요소에서 이것을 간단하게 구성 composition이라고 부를 수 있다. 구성은 특히 시각예술에서 재료 material 와의 상호작용과 함께 주요한 표현의 요소로 간주될 수 있다. 넓은 의미에서 구성은 모든 표현의 요소를 포괄하며 가장 주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미학적 요소이기도 하다.  


결국 구성을 통하여 우리는 재현 representation이라는 미적 쾌감과 소통의 과정을 보편적으로 성취 (이것을 좀 더 편안하게 예술이라는 용어로 사용할 수 있을까?) 시킬 수 있는 것이다. 스토리텔링은 구성적 관점에서 효과적인 소통의 과정 임과 동시에 (심지어 대화를 포함한) 모든 전달의 과정에서도 우선시되는 요소로 광범위하게 활용될 수 있다. 작가는 관심사를 부분적으로 또는 통합적으로 다양한 기술적인 단계를 하나씩 해결하거나 대치시키거나 하는 구성을 짜임새 있게 배치시키며 결론으로 나아간다. 스토리텔링으로서의 요소임과 동시에 가능하고도 유용한 접근 방법을 알아보자. 

 


무제, Teun Hocks 2008 년 - 이야기 없는 시각적 표현이 존재할 수 있을까? 



A 관점의 일관성 유지 – 무엇을 볼 것인가를 명확하게 한다. 창작자는 우선 스토리텔링의 명확한 관심을 일관되게 지니고 있는 것이 좋다. 특히 시각예술에서 창작자가 보는 것, 관찰하는 것이 주로 활용된다는 사실을 염두에 볼 때, 관심을 지니고 관찰하는 대상이나 주제에 관해 일관된 관점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그것이 관객들에게는 명확한 관심을 유발함과 동시에 창작자의 고유한 스토리의 원천이 될 수 있다. 다시 한번 말해보지만 관점은 명확한 관심에서 나온다. 



B 도입 – 독창적이면서 호기심을 유발할 만한 시작을 전개한다. 흔히 시작할 때 작가들은 강렬한 모티브를 제시하기도 한다. 그러니까 시작이 바로 결론인 셈이다. 이때 매력적인 인물이나 상황, 혹은 오브제를 제시하여 관객들에게 하나의 실마리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주목할만한 매력적인 도입부를 가지는 것은 관객들에게 성공적인 동기를 부여하는 강렬한 호기심을 이미 확보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모티브는 시적이면서 정서적인 연결고리이다. 또한 모티브가 잘 활용된다면 이 시각적 이야기는 함께 여행할만한 매력적인 동반자로 변하게 된다. 무엇이든 모티브를 삼을 수 있다. 



C 대조와 긴장의 고조 – 플롯에서 이것을 '갈등'이라고 한다. 그런데 시각예술에서 갈등은 단지 사건이나 대립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조형적 대조와 상호 이질적인 것의 결합도 좋은 긴장의 요소가 된다. 대조를 하는 것은 시각예술에서 가장 손쉽게 긴장을 구성하는 좋은 접근이다. 큰 것과 적은 것, 규칙적인 것과 불규칙적인 것, 구체적인 것과 추상적인 것을 대조하거나 대립적인 상황을 점진적으로 고조시켜 나간다. 작은 대조에서 더욱 큰 대조로 변주시켜 나가는 것이 구성적으로 짜임새가 있을 때 관객들은 오히려 화모니를 느끼게 된다. (몽타주편 참조)



D 구성의 화성적 전개 – 화성적인 건축적인 요소들의 다양한 상호적인 구성은 일종의 작곡과 같다. 이것을 수학적으로 계산될 수도, 직관적으로 배치될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 창작자는 영상의 기본단위가 되는 다양한 기술적 요소를 알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자면, 복선, 시점 샷, 카메라의 움직임, 사운드, 여백, 색채 등을 활용하여 인물이나 주제를 조리 있게 정리해 나가는 것이다. 다양한 요소들은 단순함에서 복잡함으로, 혹은 그 반대의 전개를 지닐 수 있다. 커다란 줄기를 맛있는 양념으로 요리하는 것은 짧고 간결한 구성을 조금씩 점차 길게 복잡하게 여러 번 훈련하여 그 요리법을 익히는 숙련의 과정을 필요로 한다. 


좋은 소식이 있다! 창작자들이 주제나 관심을 개인적 내면에 담아내야 한다는 거대한 임무에 사로잡힐 필요가 없다. 즉 세상과 싸워 이길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개인의 시점이 또한 우주가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것은 재현할 수 있는 도구 - 즉, 제한된 프레임들이다.  프레임은 곧 다양한 사람들과 매개하는 창이 될수도 닫힌 고난의 행군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모든 프레임은 결국 해석을 전제로 하는 질적인 요약으로 변모하는 것이다. 따라서 프레임안 시점은 곧 우리가 보는 세계인 것이다.  (사진 - David Zaitz의 여행)


E 마무리 (결론과 정서적 해소) – 결국 모든 스토리텔링은 결말과 의미부여로 나아간다. 도입에서 시작한 관점 제시를 결론까지 완결성 있게 다듬고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 결론에서 지나치게 의미를 주입하려는 강박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열린 결말에서도 관객들은 스스로 의미부여를 하게 되며 전체적인 경험을 함께 반추한다. 이러한 마무리의 과정에서 관객들에게 정서적 해소나 카타르시스를 주는 것이 좋다. 결국 스토리텔링은 감정이입이나 호기심, 일관된 관점 유지를 통해 관객들과의 경험적인 과정을 함께 거치게 된다면 스토리텔링은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 창작자들은 보편적 전달 방식과 기발함이라는 협곡에서 외줄 타기를 해야 한다. 그러나 결국 참신하고 고유한 창작자만의 관점을 위해서는 간결함이라는 편집에서의 제거라는 미학을 늘 기억하는 것이 좋다. 



F 공간의 묘사 - 감정과 의미부여가 대부분의 스토리텔링의 핵심으로 정리된다는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그 시점과 공간 사이를 오가는 사람들의 배경이 되는 공간에 대한 묘사는 필수적이다.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측면에서 역할하는 더 큰 핵심요소일지도 모른다. 이 공간을 효과적으로 잘 다룬 에이젠스타인, 히치코크 덕분에 이야기라는 것이 공간과 시점의 문제라는 커다란 발견을 유도할 수 있었다. 영상뿐만 아니라, 모든 구성 요소에 있어서도 공간의 도약은 (바꾸어 말하면 무대의 이동)은 효과적인 환기를 불러 일으킨다. 텍스트, 이미지, 구성, 소리의 다양한 요소들은 효과적인 방식으로 맥락을 변화 시킬 수 있다. 공간과 무대를 전제하고 이동시키는 것은 스토리텔링의 크고 작은 요소들이 무대 위의 관련성 안에서 변화와 색다름을 갖기 위한 효율적인 조건이 된다.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주인공의 복잡한 상황을 관객과 끊임없이 게임하듯 전개하는 영화 메멘토 - 의외로 답은 간단히 순차적으로 영화를 재편집하면 풀릴 수 있다.  


순간은 기억을 위한 하나의 포인트가 되고 편집 지점(도약)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미적 일관성을 지니고 순탄하게 연결이 될 때, 내가 듣거나 본 것이 허무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로 남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좀 더 진실한 상황에 관한 성찰로 이어질 수 있다. (비약이 될지는 모르지만) 사업계획서나 논문, 학습계획서 등의 보다 통계적 학문적 현상을 전달할 때에 마찬가지로 적용될 수 있다. 관객들은 모두가 알고 있는 결론을 심각하게 전달받는 것에 관심이 없다. 비록 의외성이 있다 하더라도 작가가 지닌 고유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이것이 편집의 미학이다. 


영상-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은 우리가 늘 하고 있는 ‘기억’이라는 심리적 기제와 동일하다. 우리는 직접 미디어를 통해 스토리텔링을 해 봄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관점을 대상화(자기 관찰) 할 수도 있다. 누구나 지니고 있는 순간-편집점을 어디에 둘 것인지를 판단하는 것이 영상 스토리텔링 작가들에게는 창의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점이다. 그러기에 뛰어난 스토리텔링 작가들은 기술자 이기도 하지만 우선 독창적인 관찰자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시각, 언어, 습관, 관찰을 통해 무엇이든 스스로 기억하며 편집하여 전달하는 미디어의 삶을 살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결국 편집점을 제대로 찾아내고 의미있는 스토리로 전달하는 것은 쉽게 말하자면 - 요약의 힘으로 정의 할 수 있다. 누구나 고유한 관점과 관심을 지니고 있다! 그것에 집중하고 관찰해 내고 기술적으로 요소의 재구성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내는 것이 요약이며 편집이다. 또한 프레임에 담긴다. 작가의 충실한 관심과 내재적인 성찰, 반복적 훈련이 더해지지 않으면 그 요약들은 힘을 발휘하기 쉽지 않다. 궁극적으로 재능과도 결부되어야 한다. 그러나 명확한 관점과 의사소통의 기술을 내면적으로 다듬어 내는 꾸준한 관심으로도, 탁월한 요약의 힘은 발휘될 수 있다. 무엇을 볼 것인가? - 는 시각예술에서 가장 본질적으로 해결되어야 하는 첫 관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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