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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명 Apr 14. 2018

영상 프레임의 연출

시각화의 기초 설계 - 프레임

무엇을 볼 것인가?   


우리는 언제나 보이는 것을 그리거나 사진으로 찍게 된다. 그런데 보이는 것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제나 순간을 ‘포착’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 ‘포착’을 통해서 우리는 사물이나 색깔과 조명을 구성하여 하나의 화면을 만들게 된다. 화면을 구성한다는 것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옮기고 정보를 전달한다는 것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미적 감각이나 관습적 조형감, 혹은 다양한 주관적인 표현을 덧 붙여 나갈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물을 단지 기계적으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볼 것인가’를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한다. 우리가 무엇에 포커스를 맞추느냐 하는 것에 화면의 구성과 포착, 조형적 표현은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무런 느낌도 없이 지루하고 별 뜻 없는 화면을 보여주기 위해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 더 특별한 인상을 주거나 느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포착할 것인가. 즉 무엇을 볼 것인가를 조금 더 새롭게 생각하고 인식할 필요가 있다. 프레임 속에 순간적으로 무엇인가 담겨진 다면, 우리는 시각화의 가장 기초적 단위인 영상 연출의 기초를 설계하는 첫걸음을 딛게 된다. 순간은 프레임 속에서는 사실상 더 이상 '순간'이 아니다. 연출가가 세상을 보는 관점으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그 세계관을 담는 가장 일차적인 시각화 과정의 기본 단위의 영상 프레임의 기초 연출에 관해 살펴보자.    


조형을 구성한다는 차원에서 영상프레임 연출에 접근해 보자. 조형이란 위와 같은 다양한 요소들의 결합이다.  


우리가 '조형'이라고 할 때 그 구체적 요소에 관해 위와 같이 정리해 보았다. 테마, 구성요소, 기술 효과 등이 그것이다. 조금 영상 제작에 단순화시켜서 도입해 보자면 첫 번째는 프리 프로덕션(콘셉트, 소재)에 해당하고 두 번째는 프로덕션(제작, 구성), 세 번째는 포스트 프로덕션 (후반 작업)으로 단순화해 볼 수 있다. 기술 효과는 재료, 효과, 매체 등의 세밀한 테크닉이 요구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실상 이 세 가지는 공히 제작 전반에 고루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며, 동시에 특정한 요소들이 강조되면서 그 작품의 색깔을 결정하는 요소로 결과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사실상 예술 작품에는 이것들을 기계적으로 적용되기란 불가능 것이다. 다만, 좋은 작품은 어느 한 부분만의 강조로 나타난다기보다는 아마도 작가의 직관적 집중으로 인해 전반적인 탁월함이 균형감 있게 창의적인 지향점을 향해 고루 돋보인다고도 할 수 있겠다. 




 화면의 구성


시각예술은 어디까지나 화면 속에 피사체(오브제)를 배치한다. 우리는 이것을 프레이밍 혹은 장면화(미장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아무리 극적 요소와 다양한 대상이 존재한다고 해도 기본적으로 우리는 프레임이라는 제한된 조건 속에서 그림을 인식한다. 그러므로 표현된 내용뿐만 아니라 프레임이라는 화면의 한계 속에서의 배치가 의외로 사진이나 그림에서는 많은 ‘효과’를 창출한다. 이 효과가 사실상 감성적이고 극적인 시각효과로 발휘된다. 무질서해 보이는 사물과 풍경의 혼란스러운 사실성 안에서도 우리는 나름의 배치와 구성을 통해 주관성을 부여할 수도 혹은 극적 드라마를 만들어 낼 수도 있다.  


A 구성의 요소들  


대조   



대조는 화면 구성의 가장 손쉽고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요소이다. 첫째는 1) 조형 요소들의 대조이다. 화면의 배치에서 몇 가지 대조적인 요소를 병치하였을 때 오는 일종의 대비의 효과를 만들 수 있다. 크기의 대조, 명암의 대조, 원근과 근경의 배치나 질감과 운동의 방향 등을 대조적으로 배치하거나 보여줌으로써 화면 속 구성에 약간의 긴장감을 유도해 볼 수 있다. 이 대조는 그저 단순한 대비보다는 두 요소의 내용적 연관성을 지니고 있을 때 더욱 효과를 발휘할 수 있고 흥미를 유도할 수 있다. 두 번째는 2) 내용적 요소의 대조이다. 대상이 지닌 성격적인 대조를 강하여 부각하여 묘사할 때 드라마틱한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유도해 낸다. 대상의 형태뿐만 아니라 피사체 자체가 지니고 있는 내용적 연결고리(인과성)들을 다양하게 포착하려는 독창적 관점을 평소에 길러두는 것이 시각화(장면화)에 커다란 도움이 된다.  




 


2. 비율 (구성)  


화면의 구성 부분에서 비율은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가장 주요한 요소이다. 비율은 역사적으로 관습적으로 적당하고 편안하게 느껴지는 공간이 정해져 있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형성되어 온 회화적 비율 안에서 대체로 화가들은 구도를 잡아오고 있으며 이는 현대에 이르서도 사진, 회화, 영화의 장면화에서 그대로 작용되는 비율적 관습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시각예술에서 안정감이 있는 기본 구도를 택하여 표현할 때 누구나 자연스럽게 화면을 인식한다.  


  

1) 구도 (앵글)  


구도는 화각에 의해 몇 가지 패턴을 가지고 연출할 수 있다. 즉 1) 삼 분할하거나 2) 대각선을 활용하는 선적 연출, 3) 사물의 삼각 사각 등의 기하학적 형태를 부각하는 구도, 또한 4) 반복적 패턴을 사용하는 연출 등이다. 또한 5) 하이앵글, 로우앵글 등의 렌즈의 위치나 화각의 종류에 따라 연출하는 방법 등이 있다.  



대체로 공간과 인물의 배치가 30%선에서 잡힌 구도는 안정감을 준다. 



대각선이나 라인을 연출하여 조형적 요소를 강조할 수 있다. 




눈높이를 맞추는 인물사진보다 다소 아래에 위치시키면 곧바로 형태적인 흥미를 주게된다. 단지 앵글의 시점만을 다르게 위치하기만 해도 역동적 느낌을 살릴 수 있다.  



  

반복적인 패턴의 피사체를 강조하는 화면구성 



클로즈 업 또는 화면을 꽉 채우는 방식의 앵글은 극적인 강조를 하거나 풍성한 느낌을 주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분할된 화면의 구성을 통해 연출하는 방법은 안정감을 주고 손쉽게 미적 감각을 전달해 줄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하나의 표준적인 기준일 뿐이다. 이것을 다양하게 응용하여 연출할 수 있는 조형적 감각을 길러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감각은 상업사진보다는 회화나 영화를 볼 때 앵글이나 인물의 감정이나 공간적 표현을 염두에 두고 감상하는 습관을 기른다면 많은 도움이 된다.      



2) 여백과 공간   



여백 처리는 구도의 부분에서 반복되는 내용이다. 그러나 여백의 활용이라는 관점은 단순히 형태적인 구도뿐만 아니라 공간의 연출이라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요소이다. 여백의 빈 공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어쩌면 사진의 차원은 달라질 수도 있다. 무엇인가를 계속 채워서 표현 가능하지만 또한 무엇을 버리고, 어떻게 비우느냐에 따라서도 사진의 표현과 전달은 굉장히 차이가 난다. 빈여백이 피사체와 갖는 관련성이나 긴장감의 표현에 의해서 관객들의 집중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여백은 공간의 입체감 성격 피사체의 환경을 묘사하는 주요한 요소이기에 관심을 갖고 활용할 여지가 많다.  






색상과 명암 & 질감 


색은 하나의 요소일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형태를 구성한다. 따라서 색의 연출은 화면의 가장 주요한 정서와 미적 연출을 결정한다. 특히 정확한 색온도를 통해 현장의 적합한 색감을 표현하는 것에 일차적인 집중을 하여야 한다. 색감은 조명이나 환경, 날씨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기에 주도면밀한 카메라의 조작을 필요로 하지만 white blance 의 이해와 충분한 조도 확보를 위한 노출 등 기본 카메라의 기능만 숙지한다면 충분히 대비할 수 있다.  


 Radioactive Cats, 샌디 스코글런드 Sandy Skoglund1980 


그런데 색상의 일차적 표현뿐만 아니라 표현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해서는 날씨나 환경에 걸맞은 조명 연출을 동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스튜디오 촬영이 아니라면 충분한 조명을 지니고 촬영을 할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그날의 빛의 상태에 따른 색상 연출을 고려하여 카메라의 색상 balnce를 조절해 볼 필요가 있다.  


거의 모든 피사체는 그 자체로 빛의 반사에 의한 색상체 이기에 이를 화면 구성의 요소로 촬영하여 즉각적인 대조, 대비, 부각, 모티브 등으로 활용 가능하다. 때로는 단순한 구도에 의한 연출보다 훨씬 강하고 돋보이는 스토리 연출도 가능하기에 색상을 항상 다루고 있다는 부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최근 후보정에 의한 색상 연출이 많긴 하지만 이때에도 감정과 효과를 전달하기 위한 적합한 기능을 제대로 선택할 필요가 있다. photoshop이나 lightroom 등의 레벨이나 color blance의 충분한 이해가 필요하다.  



B 사진의 테마     


사진의 테마는 조형 요소보다 까다롭고 접근하기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특히 이때에도 무엇을 볼 것인가에 대한 관점은 여전히 중요하다. 사진뿐 아니라 시각예술의 모든 연출에서 어떠한 소재나 내용을 전달할 것인가는 관객들에게 일차적인 관심을 끄는 부분이다. 우리는 이것을 ‘테마’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은유 – 사진으로 표현된 모든 대상은 사실이 아니다. 물론 사실적 대상을 보여주기는 하지만 그것은 작가가 프레임 안에 넣고 어떠한 방식으로든 가공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화면에 보이는 모든 대상은 작가의 감정이나 시각이 드러나는 일종의 은유(메타포)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단지 대상을 예쁘게만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진의 훌륭한 표현을 위해 그것을 촬영한 사람의 감정이나 대상의 상태를 드러내 주는 이러한 은유적인 접근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사진의 표현을 보다 다양하게 만드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사물을 프레임안에 집어넣는 모든 행위는 하나의 이야기이며 그 자체가 내용적 표현의 과정인 것이다. 그래서 시각예술은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게 된다.  


시각예술은 사물의 기록 뿐만 아니라, 작가의 감정이나 은유적인 표현들을 할때도 있다. (향수, 안드레이 타르코프키 andrei tarkovsky, 1983)  


상징(모티브) – 상징은 은유와 비슷한 의미의 용어이지만 은유가 표현의 자유로운 과정을 일컫는데 비해 상징은 더욱 추상적이고 절대적 의미를 일컫는 용어이다. 상징은 단순한 피사체의 모습을 통해 하나의 절대적 의미를 유추하게 하는 것으로 주로 예술사진이나 작품의 해석에 그러한 상징적 의미를 추구하기도 한다.  


스토리 – 은유나 상징도 일종의 스토리이다. 특히 모더니즘 예술시대에 주로 쓰이던 상징이나 은유라는 용어보다는 최근엔 스토리텔링이라는 용어가 빈번하게 사용된다. 이것은 수사학적으로 어려운 미학적 해석보다 보편적으로 공감 가능한 이야기들을 더욱 주목하게 되면서부터 이다. 스토리에는 사진의 내용이 되는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인물이나 사건의 전개를 통해 다양한 감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사진의 기계적인 포착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대상이 지닌 성격, 이야기, 환경 등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면 다소 조형적으로 부족한 부분까지 훌륭하게 보완하여 공감 가능한 폭을 넓힐 수 있다. 따라서 언제나 우리 외부 환경에 대한 관심과 시선을 늘 유지해야 하고 이것이 저연스럽게 사진의 순간포착으로 나타나게 된다.  


그러한 이야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 좀 더 색다른 환경을 찾아 나선다든가 몇몇 인물을 꾸준하고 끈기 있게 관찰하는 집중력이 필요하다. 이렇게 피사체, 배경, 환경들이 나름의 관련성을 지니며 성공적으로 사람들의 관심들을 옮겨가게 할 때에 그 사진은 훌륭한 스토리텔링의 효과를 지니게 된다.  






C 기술 효과  



디지털 환경에서 영상은 점점 더 대중적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미디어로 발전하고 있고 누구나 펜과 같이 쓰고 그릴 수 있는 도구가 되어간다. 그럴수록 프레임이 지닌 순수성*을 제대로 유지하고 표현하기는 쉽지 않게 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양면을 지니고 있다. 하나는 영상의 순수한 예술적 가치가 다소 절감하게 된다는 것이고 또 한 가지는 마치 스케치북과 같이 누구나 함께 쓰고 공감할만한 폭을 넓힐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기타 시각예술 전반에 걸쳐 나타는 면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가  영상 프레임의 예술적 패턴을 답습하기보다는 (디지털 환경이 주는) 새로운 활용에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 디지털 보정, 대화적 활용, 창의적인 스케치로서 이미지와 영상을 활용하는 등의 접근이다. 따라서 다양한 디지털 환경이나 어플리케이션에 대한 이해가 더욱 필수적으로 되어 간다. 포스트 프로덕션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아날로그적인 현실적 대상과 디지털의 조화는 점점 더 주요한 융합의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편집, 색상, 후보정과 사운드가 가미되는 이러한 기술 효과에 대해서 다시 한번 다루게 될 것이다.)


기준을 학습하는 것은 좋으나 여기에 반드시 필수 불가결한 요소는 창의적인 관점이다. 이러한 요소들 없이 누구도 눈에 띄는 사진을 연출할 수는 없으며 기술을 좀 더 인간적인 관점으로 연결해 보고자 하는 관심 없이는 역시 의미 있는 표현은 불가능하다. 학습보다 더 좋은 것은 관심이다. 그 관심은 다른 여러 작품을 충분히 감상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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