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에 각인된 몇 가지 비트 있는 재즈
최근 몇 달 동안 꾸준하게 들었던 앨범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으로 좋아서 듣고 있는 앨범이고 그저 들으면서도 일하거나 다니기에도 좋다. 물론 음악적인 나름의 해석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나에게는 충분히 음악 그 자체로 들리고 더구나 비트와 연주의 기량까지 완벽하게 다가 오기에 별다른 수식이 필요하지도 않을 정도이다. 대중음악은 모든 것이 취향으로 귀결될는지는 모르겠다. 그렇지만 커다란 음악 씬이라는 흐름에서는 나름의 적합한 비트, 연주, 현대적 색감 등이 적어도 재즈 씬에서 보편적인 울림을 지닐 수는 있지 않을까 한다.
R+R=Now
repond + reflect = now '반영과 응답, 그리고 현재의 존중'이라는 테마를 담고 있다고 한다. 사회의 각 영역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존중이라는 키워드를 지닌 음악으로 풀어내고자 하는 프로젝트 그룹이기도 하다. 말할 것도 없이 현재 재즈, 힙합씬에서 가장 핫 하다고 할 수 있는 연주자 로버트 글래스퍼 Robert Glasper의 주도로 모였다. 트렘펫에 크리스천 스콧 christian scott , 색스폰에 테라스 마틴 Terrace Martin, 베이스에 데릭 호지 Derric Hodge, 프로듀서인 테일러 맥퍼린 Taylor Mcfferin, 드러머에 저스틴 타이슨 Justin Tyson 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의 각 파트별로 기량이 검증된 연주자들 답게 음악적 공감대를 충분히 나누고 난 뒤 원 테이크로 녹음했다고 한다. (들어보면 이게 과연 원테이크로 녹음한 음악이 맞나 싶을 정도로 또한 먼가 샘플링 사운드 같은 미래적 느낌이 강하다.)
소울의 부드러움과 힙합적인 비트, 재즈의 연주 기량의 마음껏 빛을 발하고 있는 음악들은 이들 연주자들의 기량을 통해 화려하게 발휘된다. 그런데도 상당히 부드럽고 몽상적이기도 하다. 사운드의 질감은 무척이나 미래적인 전위적인 향취를 지니고 있지만, 또한 과거의 흑인적인 정체성을 떠올려 주기도 한다. 라운지 음악 같은 편안한 부드러움과 미래적인 혁신을 결합하고 있는 이들의 사운드는 아무래도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퍼리먼트 밴드의 영향력의 연장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재즈는 힙합, 소울, 전위적인 사운드가 강력하게 결합하고 있는데 이러한 미래적인 소울의 경향을 가장 확실하게 느낄 수 있는 음악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저 감상용으로도 좋고, 조금은 혁신적인 미래적인 사운드를 엿보기에도 무척이나 세련된 정제미를 지니고 있다. 좋은 음질로 충분히 즐기면서 들어 보기 바란다.
Joe Armon Jone starting today
말 그대로 듣보잡이라고 할 수 있는데, 요즘 트렌디를 잘 섞어 연주로 뿌리는 감각만큼은 아주 능숙하고 편안하다. 런던 출신의 신예 키보디스트라는 것 말고 별다른 정보는 없지만, 영국의 비트와 세련된 그루브한 플로우를 무시할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단 6곡이 수록되어 있지만, 곡들은 70년대 브라질 키보디스트 Deodato의 달리는 듯한 질주하는 팬더 로즈의 즉흥연주가 떠오른다. 영국에 한동안 애시드 재즈라는 빈티지 소울이 유행한 적이 있었는데 그런 전통이 있어서 인지, 복고적인 브라스나 보컬까지 가미되어 복고적인 편성이 편안하게 다가온다. 심각하게 듣는다면 상당히 음악적으로 화려한 음악이고 가볍게 들으면 참 편안하게 들을 수도 있다. 물론 이런 음악을 구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쨌든 제대로 된 아날로그 편성의 밴드로 키보드의 애드립과 밴드의 사운드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뎁 이나 일렉 사운드의 영향력도 꽤 보여 젊은 세대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재즈이다. 영국 밴드 연주자들의 제대로 된 재즈 연주와 적당히 비트 있는 그루브함을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는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앨범에 참여한 연주자들은 대다수 현재 영국 재즈 씬에서 주목받고 있는 차세대 연주자들이라고 한다.
Scott Petito Rainbow gravity
스콧 페티토와 Peter Erskine, Bob Mintzerand Jack DeJohnette 가 모여 내놓은 앨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알려진 스타급의 연주자는 아니겠지만, 컨템퍼러리 재즈 신에서 모두 잔뼈가 굵은 거장들이다. 마일스 데이비스, 칙 코리아나 웨더 리포트의 다소 실험적인 재즈 사운드의 계보를 잇는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의 우리에게는 아주 익숙하게 들린다. 다소 재즈 록 취향의 비트가 있지만 현란한 연주들이 녹아있어 별다른 거부감 없이 재즈 록 클래식의 느낌을 제대로 전달해 준다.
Scott Petito – bass/ piccolo bass
Jack DeJohnette, Peter Erskine, Simon Phillips, Omar Hakim – drums
Bob Mintzer – saxophone
Mike Mainieri – vibes
Rachel Z, David Sancious and Warren Bernhardt – keyboards
Chris Pasin – trumpet
David Spinozza – guitar
Bashiri Johnson – percussion
70년대 콘템퍼러리 재즈를 복고한 듯 보이는데, 녹음, 연주가 워낙 정교하고 화려해서 지금 들어도 듣고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다. 요즘 워낙 그루브하고 소프트한 재즈가 많지만, 이런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짜릿한 연주를 접해보는 것도 상큼한 청량감을 선사해 주고 있다. 스콧 페티토는 이번 기회에 찾아 듣게 되었는데 베이시스트로서 작곡가, 프로듀서로서 무척 인상적인 활동을 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앨범은 퓨전 재즈 초기의 융합적인 느낌으로 아늑하게 함께 질주하기엔 더없이 좋은 음악이다.
마이너 한 재즈 음악을 소개하기가 이전에는 다소 꺼려졌는데 요즈음은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요즈음은 워낙 정보가 넘쳐나고 빅데이터가 음악까지 나의 핸드폰까지 전달해 준다. 애플뮤직과 구글뮤직 덕택이다. ^^ 나는 음악의 이런 디지털 음원화가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전자는 역시 지역의 제한을 넘어서 진짜로 음악적인 음악, 혁신적인 혁신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는 토대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인 면을 끌어내는 것은 역시 사용자의 몫이다. 비록 빅데이터의 힘을 빌리지만, 뭐 이것으로 진정한 아날로그가 디지털을 통해 계속 영속할 수 있다면, 나름의 성과 아니겠는가.
연주와 정교한 사운드, 트렌디한 비트가 아울러 모두 녹아있어 몇 달 동안 인상적으로 잘 듣고 즐겼던 재즈 앨범 3개를 추천해 보았다. 음원들은 쉽게 찾고 접근하기가 쉬울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적인 감상기를 올릴만한 여유가 더 자주 생기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