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arky Puppy의 밴드 연주의 진수
연주의 신들이 모여 아무런 제약 없이 하고 싶은 음악을 마음껏 연주한다면 어떤 음악이 나올까? 그러한 밴드 연주의 최고의 정점을 들려주는 뮤지션들이 있다. 그런데 음악이 재즈 펑크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Jazz-funk라는 장르는 적어도 한국에서 만큼은 인기 없는 장르이다. 재즈도 난해한데 게다가 가벼워 보이기까지 하는 흑인들의 훵크라니.. 이건 트렌디에서 만큼 뒤지지 않는 우리에게 너무나 코어 하거나 진부하거나 심란해지는 음악임에 틀림없다.
그런데도 현재 대부분의 아이돌 음악에 그루브 한 리듬이 가미되거나 어우그스틱한 악기 편성과 녹음 과정이 다시금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EWF, Tower of Power 등의 작편곡 스타일이 매우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 사실도.. (우리가 소비하고 있는 대부분 히트곡들의 전개는 훵크라는 뼈대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재즈 훵크는 사실상 한 번도 우리의 대중음악의 바탕에서 떠나 본 적이 없는 음악의 기본 바탕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소위 록 음악의 사회 저항(?) 프레임에서 한동안 벗어 날 수가 없었을 뿐이다. 퀸시 존스와 마이클 잭슨, EWF와 허비 행콕이 탁월한 정정을 찍었던 팝 재즈의 기본 뿌리가 바로 Jazz-funk라는 원형을 통해서였다는 사실을 다시금 언급해야 할까?
최근 라이브 연주와 새로운 훵크 스타일의 음악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Snaky Puppy의 음악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재즈 훵크 사운드가 진지하고도 즐거움을 지닌 현대적 표현에 적합하다는 본보기를 보여주고 있다. 10여 년 전, 노스 텍사스 학교의 동문으로 구성된 젊은 연주자들의 일종의 실험적 모임이었던 이 밴드는 각자 세션으로 활동하면서도 무임을 꾸준하게 유지하여 그래미 퍼포먼스 부분까지 수상하게 된다. 베이시스트 Michel League를 필두로 주로 뉴욕과 블룩클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뮤지션들이 주축이 되고 있다. 이 밴드에 참여한 뮤지션들은 거의 40명을 넘어선다고 하니, 일종의 일관된 음악 콘셉트를 기반으로 한 뮤지션 크루라고도 할 수 있겠다.
함께 연주활동을 한 아티스트는 에리카 바두, 머커스 밀러, 커크 플랭클린, Ari Hoenig, 로이 하그로브,
스놉 도기 등 소울 훵크계의 탄탄한 음악적 뒷받침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단지 재즈나 훵크에 국한되지 않는 음악 스펙트럼을 보여주면서도 상당히 컨템퍼러리 한 형식을 완결성 있게 담아내고 있는 그들은 굳이 하나의 카테고리로 무엇이다 라고 단정적으로 규정하기에는 힘들다.
밴드의 음악은 분명한 콘셉트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러한 콘셉트가 없다는 것은 쇼핑 목록을 가지지 않은 체 마켓에 가는 것과 같죠. 가장 밑줄에 방향과 목적에 관련한 감각을 가지고 리스트의 목록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것이죠. 이건 밴드를 유지하는 틀과 같은 것이에요. 나는 우리 밴드가 가고자 하는 아주 명확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요. 나는 또 다른 모던 재즈 밴드를 원하지는 않거든요. 그저 제각각의 성격이 들어와서는 뒤섞이는 것을 원하지는 않죠. 처음 2-3년 동안 끈기 있게 각자의 사운드를 듣기를 원했고, 아주 천천히 그것을 토대로 밴드가 출발했던 것입니다. - 마이클 리그 (베이시스트)
'논쟁적인 밴드'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출발했던 이들은 초기에 작은 하우스파티나 클럽을 다니며 실력을 쌓아 나갔다. 백인과 흑인이 고루 뒤섞여 재즈와 훵크, 소울을 연주하는 이들의 진지한 장면은 아주 인상적이다. 메이저 기획사에 소속된 적이 없으면서도 현재 이들은 커다란 성공을 거두며 주목받고 있다. 물론 10년이라는 시간이 주는 녹녹지 않은 실력과 호흡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또한 스타 뮤지션들과의 교류와 협력도..
대부분 라이브 녹음을 영상으로 촬영하여 유튜브에 올리는 이들 음악은 시각적으로도 참신한 현장감을 함께 전달해 주고 있다. 굳이 이러한 빅밴드의 편성으로 재즈 팝 훵크의 난해한 연주 기량을 선보이는 형식은 어쩌면 현대의 클래식으로서 대중음악의 원형을 제대로 구현해 보고자 하는 아날로그적 음악에 대한 깊은 존경심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마치 링컨센터 오케스트라의 리더 윈튼 마살 리즈처럼) 최소한의 무대만 주어지고 프로세스에 정통한 전문가들이 모여 최대한의 음악적 기량을 전개하는 음악 신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자뭇 진지한 프로그래머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런 점에서 연주, 시각, 음향의 프로세스에 깃든 보이지 않는 장인적 기량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Family Dinner – Volume 2는 먼저 발표한 Volume 1에 이은 게스트와의 다양한 협연과 장르적인 확장을 보여주는 프로젝트 라이브 앨범이다. 재즈 기타리스트 찰리 헌터, 네오 소울 보컬 크리스 터너, 영국 출신의 보컬 제이콥 콜리에, 로라 음불라, 재즈 보컬 베카 스티븐스, EDM 듀오 노어(Knower), 그리고 테렌스 블랭차드, 제이슨 마샬리스 등 장르를 가리지 않고 진정한 융합적 사운드를 들려준다. 게다가 제3세계 연주자까지 가세하여 토속적 원형을 클래시컬하게 구현하고 있다.
최근 앨범 Culcha Vulcha는 대부분 라이브로 연주되는 그들 앨범으로는 드물게 모처럼의 스튜디오 녹음 앨범이다. 게스트가 없었던 이번 앨범은 미국 남부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녹음되었는데 솔로와 연주 테크닉이 드두러져 재즈 훵크의 요소가 더욱 돋보인다. 이들만의 스타일과 기량이 잘 녹아든 연주 앨범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jazz-funk라는 음악이 단지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클래식으로 또는 원형으로 다시금 재조명되고 있다는 흐름에 주목한다. 이것은 산업 음악의 세례를 받는 우리에게 던져주는 지점이 분명히 있다. 생각보다 대중음악은 인간적 삶의 토착화와 관련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들 음악의 경향이 주는 울림은 만만치 않다. 뮤지션을 위한 음악, 그리고 무대의 관객과 연주자들의 가감 없는 음악적 기량을 통해 서만 만날 수 있는 바로 현장의 음악으로서 Jazz-funk의 현대성을 주목할 수 있기에 더 그렇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