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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명 Jan 19. 2019

스토리텔링을 위한 편집

편집의 요소2 

편집은 촬영이나 제작된 재료를 분해하여 가장 효율적으로 시공간을 재구성하는 점에서 요리와도 같다. 편집이란 이야기의 아이디어나 소재들은 어쩌면 '이미 거기에 있었다'라고 하는 미켈란젤로의 언급처럼 자연스레 존재하듯 필요한 요소들만 잘 배치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을 위해 편집에서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하는 요소들인 - 관객, 의도, 내용과 언제나 함께 진행되어야 한다. 앞의 장에서 언급한 편집의 기초들은 오랫동안 축척되어 온 관습에 의해 형성된 주요 요소들이다. 동일한 두개의 샷으로도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는 새로운 재창조의 기법은 인간의 시지각의 반응을 고려하여 나름의 진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편집에서는 잠재적 (이상적) 관객들을 고려하여야 한다. 아마 어떠한 예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취향, 기대사항, 관람 유형, 주제에 관한 기본지식과 문화적 배경까지 염두에 둔다면 효율적으로 이야기를 구성할 수 있다. 영상은 겉보기에 사실적 외양을 지니고 있지만 철학적 심리적인 요소들을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주어진 재료를 이용하여 오로지 결합과 재구성으로서만 사실을 전달한다는 영상 편집의 성격을 이해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영상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 편집자는 다음과 같은 방향성을 가지고 개별 샷들을 구성하고 배치할 수 있다.  



서사의 명쾌함 - 단일한 플롯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것. 

등장인물과 관객들의 동일화 - 인물의 등장은 가능한 관객들의 시선과 어긋나지 않게 동일시의 효과를 가지는 것이 좋다. 대개의 경우 인물은 관객들을 대변한다. 

갈등의 전개나 반전(콘셉트의 제시) - 어떠한 종류의 갈등과 불일치는 흥미를 고조시키기도 하고 개념을 정립하기도 한다. 몽타주에서 그 예시가 드러난다. 

점진적 변주 - 리듬과 속도를 지니는 화성적, 음악적인 전개를 가미하면 영상은 흐름을 지닌다. 

해결을 위한 상징적 처리 - 상징적 메타포, 혹은 미장센을 통해 이야기의 의미를 미적으로 부각할 수 있다.  



편집은 D.W 그린피스를 통해 실험적으로 몇 가지 체계를 실험한 결과이다. 이후 푸도프킨, 에이젠스타인과 같은 러시아 감독들이 이에 영향을 받아 정교한 편집을 발전시켜 나가게 된다. 이러한 객관적 이야기 서사 위에 주관적 시점을 덧붙이기 위해 히치코크와 같은 미국 감독들은 심리적 요소, 카메라의 움직임을 통해 더욱 드라마틱하게 영상의 편집 문법을 확립한다. 영화 사이코 (1960)와 이창 (1954) 같은 영화는 관객들이 화면을 본다고 하는 사실-에 숙명적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속임수, 편집의 반전을 보여준다. 사실을 드러내기 전까지는 관객들은 모두 편집의 수동적 반응을 보이는 포로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연출자들은 심리학적 창문을 통해 바라보기를 해야 하는 전지적 주관자이자 포로가 되는 상황을 동시적으로 활용한다. 


관객들은 전지적 시점자 같지만, 사실상 창을 통해 리액션을 하는 것이 전부인 연출자의 포로에 불과할 수도 있다. 우리는 그들을 보고 또한 프레임 밖을 보는 그들은 우리가 된다. 


가장 기본적인 편집의 몇 가지 전개를 1) 고전 편집  2) 평행 편집/ 교차편집  3) 혹은 주제적 편집으로 정리해 볼 수 있다. 말 그대로 사건을 순차적으로 나열하거나 설명하는 것이다. 교차편집은 두세 가지의 장면을 교차하여 긴박함이나 상황의 연결고리를 표현하는 것이다. 주제적 편집은 말 그대로 개념, 상념을 드러내기 위해 상징적 장면을 시간과 무관하게 그려나가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체적인 흐름에 뼈대를 우선 구축 해 놓고 세부적인 시퀀스 편집으로 접근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편집 스타일의 4가지 포인트 


1. 편집한 부분이 관객들의 주의를 지나치게 끌지 않도록 주의한다. 언매치되는 편집을 점프컷이라고 하고 일반적으로 의도하지 않은 언매치 컷은 피하는 것이 좋다. 

2. 편집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관객의 반응과 함께 이야기를 앞으로 진행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불필요한 정보는 제거하는 것이 좋다. 

3. 편집 지점은 심리적으로 동기가 부여되는 곳이다. 무언가를 새롭게 보거나 듣는 지점을 주요 편집점으로 삼는 것이 좋다. 

4. 일반적으로 영상은 관객들로 하여금 시공간적 환영 속에 있다는 것을 느끼도록 하는 편집을 지향해야 한다.  



이러한 편집의 과정을 이해하고 촬영에 임할 때 카메라맨은 아마 필요한 다양한 샷들을 준비하고 샷의 사이즈를 보다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편집과 신의 구축을 위해 마스터 샷 master shot / 구축 샷 establishing shot  / 개별 샷 indivisual shot 을 제각각 담아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러한 샷들은 복잡한 샷의 연결 속에서 환경과 개별 상황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이해하는지 설명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 


또 필요한 샷 중 하나는 cutaways 클로즈업 샷이다.  샷 사이즈에서 언급했듯이 cutaway shot 은 인물들의 시점 샷으로 영상을 다채롭게 묘사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클로즈 업된 컷어웨이 샷이 잘 활용된다면 관객들은 지루함을 피할 수도 있고, 다소 애매한 공간이 그러한 장면으로 대체됨으로써 공간적 불일치를 줄일 수도 있다. 때로는 동작의 부분을 확장하여 묘사함으로써 감정적 긴장을 더 강조할 수도 있다. 인물 풍경 공간 등이 지루하게 반복될 때 적절한 cutaways는 오브젝트를 상징적으로 활용하게 함으로써 인물 중심의 반복을 탈피하게 하는 모티브로 작용하게 된다. 


L cut이라고 하는 편집은 일정한 사운드가 계속 흐르고 그 위에 분리된 컷들이 존재하는 방식이다. 사운드가 연속적인 공간감을 부여해준다면 우리는 필요한 상황에서 시각적 움직임을 끊어서 다양한 시점으로 보여준다고 해도 연속성은 유지된다. 이러한 컷은 사운드로 컷이 튀는 것을 방지하고 컷과 컷, 혹은 신과 신에서도 연결하여 어색한 도약들을 상당 부분 자연스럽게 이어 줄 수 있다. 실지로 편집 작업 시에 사운드의 유연한 연결과 전환들은 상황을 이어주는 주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reaction shot는 주로 방송에서 빈번하게 사용된다. 무대나 뉴스에서도 듣는 이들의 표정과 동작을 면밀하게 비추어 준다. 리액션 샷에서 관객들의 표정들은 사실상 영상 관람자들과 동일시되는 효과를 지닌다. 스포츠나 뉴스에서도 최근 이러한 리액션 샷들은 빈번하게 자주 사용되고 있다. 관객들은 영상에서 등장하는 인물들과 심리적으로 동일시하는 확률이 높기 때문에 지나치게 관습적으로 보이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반응 샷들은 굉장히 자주 활용된다. 


이러한 편집에서의 흐름을 지니면서도 앵글의 다양성은 영상을 다채롭게 만드는 주요한 요인이다. 촬영 시 설명과 정보전달을 위한 구축 샷을 활용하면서도 샷 사이즈와 앵글의 다채로운 촬영은 대부분의 경우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크기나 각도가 천편일률적이지 않은 장면들에서 관객들은 시간 안에서 미적 쾌감과 일관된 안정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시점 샷, 클로즈 업, 오버 숄더 샷, 미디엄숏 등이 적재적소에서 역할하는 것이 좋으며 그것도 미적인 구도와 색감으로 상황을 전달하고 있다면 영상은 심미적으로 깊은 표현까지 하게 된다. 앵글과 샷의 배치를 통해 영상은 흐름과 리듬을 지니고 이는 관객들의 심리적 상태와 반응을 성공적으로 몰입시킬 수 있다. 


샷의 배치/길이는 아마도 편집자에게 가장 접근이 애매하면서도 또한 관객들에게는 명료하게 영상을 전달받게 되는 효과 일 것이다. 이것은 전체적인 맥락상의 호흡과 연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스토리텔링과 더욱 연관이 있다. 대부분 극영화에서 규칙적인 템포를 지니고 있으면서도, 현대 영상에서는 다양하게 변주되고 있다. 쓸데없이 긴 동작과 시간들, 숨 막히게 넘어가는 행동들의 쇼트들 모두 편집자가 기계적으로 편집을 진행할 때의 결과물이다. 편집은 관객들과 이야기 사이에서 심리적인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디자인의 예술이다. 샷 의 순서, 길이, 사이즈에 따라 이야기의 감정에 따라 샷의 길이는 제각각 달라질 수 있다. 아마도 감독의 의도에 따라 샷의 속도와 리듬은 편집자와 함께 결정들이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오슨 웰즈의 영화 악의 손길 (1958)에서 보여주는 오프닝 신의 롱 테이크는 편집에 결정적으로 정해진 문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기술적으로도 촬영이 쉽지 않은 영상의 창의적 시점을 실험한 이러한 오프닝 장면은 이후의 감독들이 오마쥬처럼 활용하는 예가 많았다. 



임마뉴엘 루베스키가 촬영감독을 맡았던 영화 gravity (2013) 의 오프닝에서는 훨씬 더 (불가사의 하게) 긴 롱 테이크 샷이 나온다. 아마도 오슨 웰즈에 대한 오마쥬이기도 한 이런 신들은 아직도 클래식 대가들의 영상문법이 여전히 강력하고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물론 한 단계 높은 기술적 완성도와 영상미를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이 영화는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는 촬영으로 컷이 없는 약 10여분의 원 테이크 오프닝 신으로 CG의 도움을 빌린 결과물이기도 하다. 기존의 고전적인 편집은 촬영과 편집의 기술적 제한으로 발전해 온 하나의 편의적인 관습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의 놀랄만한 롱테이크 신과 이러한 변화 역시 고전적인 몽타주의 구조에서 진화해 나가는 과정이다. 카메라와 편집에서의 그래픽 활용이 확실히 편집에서의 자유를 가져다주는 동시에 새로운 영상 스타일의 확장을 가져오는 중이기도 한 것이다. 


다른 한편 예술 영화에서는 컷의 절제는 일종의 환영에 대한 거부감을 토대로 하고 있다. 즉물적으로 어떠한 사실이 존재한다고 하는 리얼리즘의 미학과는 상반되기에, 유럽영화나 예술적 영상에서 컷을 통해 만들어지는 몽타주의 환상은 다소 거부감을 지니고 활용되어 왔다. 최근 알폰소 쿠아론, 드니 빌뇌브 같은 연출자들은 기존의 편집 문법을 파괴하지 않고서도 창의적인 앵글이나 편집으로 탁월한 영상미를 보여준다. 영상의 편집에서 주된 법칙은 파기가 가능하고 새로운 시도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어디까지 그 영상이 보여주고자 하는 스토리텔링의 맥락 안에서 그것이 기술적으로 활용될 때 가장 성공적인 효과를 지니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야기 구조에서 편집은 영상의 성격을 결정짓는 본질적인 요소이다. 단 두세 개의 컷을 활용하여 미적으로 창의적인 제시를 하는 감독이나 아티스트들이 많다. 컷의 활용, 연결, 또는 재구성을 통해 작가가 단지 환영의 지속뿐만 아니라, 새로운 촬영을 시도하는 감독들과 같이, 새로운 세계관이나 시점까지 제시하는 단계로 가기 위한 실험까지 추구해 본다면 영상 미디어는 하나의 예술적 표현으로도 제시될 수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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