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의 요소들 1
편집이란 내가 제작한 시각 이미지(shot)들을 연결하여 '시간성'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테마나 이야기를 끌어내는 작업이다. 디지털 넌리니어 편집 non-linear editing 이 보편화되고 용이해지면서 편집 문법은 훨씬 다변화되고 직관적으로 변모해 가고 있다. 최근의 온라인 플랫폼의 등장으로 고전적인 문법보다는 직관적으로 창출되는 감각이나 스타일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미적으로 창의적인 편집은 아무래도 관객들의 인지적인 관습과 미학을 토대로 어느 정도 체계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단순한 정보 전달, 기술적 화면의 구성과 다른 한편으로 시각적으로 다양한 상황을 미적으로 시각화할 것인가의 접근은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다소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넘어 가기 전에, 어느 심리학자가 쓴 글에 편집의 요소들과 매우 유사한 대화 기법에 관해 묘사한 내용을 살펴보자. 그는 '경청'이라는 대화의 기술에 관해 언급하는 데, 이것은 편집의 기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나는 습관적으로 상대의 말을 요약해서 들려주고, 내가 제대로 이해했는지 묻는다. 이렇게 상대의 말을 요약하는 대화법에는 이점이 많다. 첫째는 상대의 말을 완전히 이해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상대가 기억을 강화하고 활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내담자가 힘든 상황을 두서없이 감정에 사무쳐서 장황하게 설명한다. 나는 그 대담자의 말을 중간중간 요약하며, 제대로 요약했는지 확인한다. 내담자의 설명이 점점 짧아진다. 그의 과거는 우리가 주고받은 형태로 내담자의 기억에 압축되어 저장된다. 이 기억은 실제로 일어난 과거의 기억과는 다르다. 운이 더해지면 '더 좋은' 기억이다. 이전보다 덜 부담스럽고, 쓸데없는 부분들은 지워지고 핵심만 남은 기억이다.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는 이유는 '정확한 기록'을 위해서가 아니라, 미래를 기대하기 위해서이다. (조던 B 피터슨)
단편적인 짧은 이미지들은 연결되면서 공간과 공간, 대상과 대상을 이어주며 새로운 시공간을 창출한다. 짧게 길게, 느리게 복합적으로 리듬을 지니고 음악처럼 다양한 변주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영상도 캔버스와 같다. 그러나 영상은 시간성을 갖기 때문에 관람객과 제작자는 동일한 공간과 시점을 공유하며 새로운 가상공간, 즉 우리의 머릿속에 펼쳐지는 세계와도 같다. 결과적으로 편집된 구성은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게 되는 독창적 이야기 공간이 된다. 그리고 휼륭한 경청과 같이 성공적인 의사소통이다.
편집의 정의
편집은 두 개의 shot을 연결, 변환시키는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편집의 형태를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cut 샷의 분할이다. 관객에게 주로 인식되지 않는다.
mix 샷의 연결, 이미지의 혼합이다. 관객들에게 인식된다.
fade 샷과 이미지의 나타남과 사라짐이다.
편집의 고려해야 할 요소들
Roy thompson이 정리한 Grammar of the Edit에서 정의한 편집의 요소는 아래와 같다. 현재까지 그가 정의한 편집 요소는 편집에 관한 교과서적인 문법으로 통용되고 있다. 물론 현실에서 편집의 고려사항은 훨씬 복잡하고 순간적인 선택을 필요로 한다. 반복된 작업이나 객관적 시점을 여러 번 훈련해야지 체득되는 학습이 편집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은 몇 가지 요소만을 인식하면서 활영과 편집을 진행해 보는 것도 영상을 체계화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된다.
1. motivation 동기화
편집에는 컷, 믹스, 페이드를 하는 적절한 이유, 동기가 있어야 한다. 배우나 사물의 아주 작은 시각적 움직임도 동기가 될 수 있다. 전화벨, 문소리, 음성 같은 소리 역시 샷과 연동하여 편집이 가능한 동기가 된다. 움직임과 사운드의 적절한 결합 역시 동기화의 요소이다. 컷은 어떠한 상황을 설명하거나 진행되는 적절한 동기화에 의한 반응으로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변화의 지점이다.
2. information 정보
정보는 편집 시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요소이다. 즉 새로운 shot은 새로운 정보이다. 한 샷에서 더 이상 새로운 정보의 지속이 없다면 그 지점은 cutting point가 될 수 있다. 흥미로운 정보가 새로운 샷을 통해 지속될수록 관객은 점점 더 효과적으로 시각적 효과에 반응한다. 관객의 지나친 피로감 없이 시각정보를 전달해 주는 것이 에디터의 역할이다.
3. shot composition 구성
편집자는 shot 자체를 만들 수 없다. 그러나, 의미 있는 샷의 구성은 에디터의 중요한 역할이다. 나쁜 샷은 나쁜 촬영의 결과이다. 그렇지만 편집 과정에서 이를 제거할 수 있다. 기본적인 샷 구성이 제시되고 있지만 모든 샷이 기본적인 샷 구성을 따르고 있지는 않다. 그러므로 적절한 흐름으로 샷을 선택하고 배치하는 것이 에디터의 역할이다.
4 sound
편집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의 하나이다. 사운드는 시각적 정보보다 즉각적일 뿐만 아니라 보다 추상적이다. '들리지 않는 것은 볼 필요가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편집에서 사운드는 중요하다. 사운드는 분위기를 고조하기 감소시킬 수 있으며, 긴장을 고조시키거나 다양한 감정을 창출해 낸다. 사운드의 결핍은 편집의 가치를 감소시킨다. (예를 들어 사무기기가 있는 사무실 전경에서 사무기기의 소음은 필요한 현장감을 준다 반대의 경우 아마 생기 없는 세트의 느낌이 강하게 들 것이다.)
5 camera angle 구도
감독이 신을 촬영할 경우 많은 위치에서 카메라를 두게 된다. 이때 카메라의 다양한 위치에 따른 샷의 구성이 앵글이다. 이 앵글은 대상과 주제에 관련된 다양한 카메라의 위치를 묘사하는 용어이다. 카메라와 대상과는 다양한 축이 생기고 이 축에 의해서 카메라의 앵글이 결정된다. 편집 시 이러한 축을 고려한 카메라의 위치 변경이 중요한 편집 요소로 작용한다. 촬영하는 카메라와 대상들과의 축을 기준으로 보통 180도 이상과 45도 이하에 위치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러한 법칙과 싸우지 않는 것이 좋다.
6 continuity 연속성
연속성은 편집에서 어쩌면 가장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주요한 역할을 지니는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대사, 인물, 사건, 상황, 공간 안에서 시간의 흐름이 일관성을 지니기 위해 이 연속성이라는 흐름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1) 내용의 연속성 - 이해를 어렵게 하는 불필요한 도약과 파괴가 있다면 우리는 영상의 시간 속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내용은 연관성과 이유를 지니고 연속적 흐름을 지녀야 한다. 2) 움직임의 연속성 - 처음 편집을 할 때 이 움직임의 연속성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른 시간과 장소에서 제 각각의 색상을 지닌 화면에 연속성을 불어넣을 수 있어야 영상은 일관된 미적 운동감을 지니게 된다. 3) 소리의 연속성 - 소리는 영상의 움직임과 항상 따라오는 것이다. 대사나 음향이 움직임과 상황에 걸맞지 않게 이어진다면 소리에서 오는 어색함이 영상적인 단일한 전달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연속성은 영상이 단일한 하나의 전달, 작품, 상황이라는 주요한 요소이다.
필름을 직접 가위로 자르는 에디팅 작업이 사라지면서 촬영과 편집의 문법과 스타일로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반면에 크리스토퍼 놀란,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 처럼 아직도 고전 영화의 문법과 촬영 방식을 고집스럽게 유지하고 있는 연출자도 상당히 많다. 미학의 차원에서 영상이란 플랫폼에서의 정보 전달과 다른 예술적 성취를 위해 많은 제작자들이 고전적 색감과 편집 문법을 유지하고자 하는 자세를 한 번쯤 되돌아보아야 한다. 편의성과 효과를 위한 도구로 디지털 프로세스를 활용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날로그 촬영과 시점으로 이를 재현하고자 하는 자세는 영상의 예술적 차원에서도 어느 때 보다 균형 잡힌 효과를 도출해 낼 수 있다.
'순간'은 기억을 위한 하나의 포인트가 되어 편집 지점이 될 수 있다. 이것이 미적 일관성을 지니고 연결이 될 때 내가 본 것이 허무하거나 진부하지 않은 이야기로 남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좀 더 진실한 상황에 관한 성찰로 연결될 수 있다. 이것이 편집의 미학 이기도 하고 우리 스스로 늘 하고 있는 기억이라는 심리적 기제와 동일하다. 우리는 직접 미디어를 통해 편집해 봄으로써 우리 스스로의 관점을 대상화(자기 관찰) 할 수도 있다. 또한, 영상이 우리가 보고 경험하는 것을 가장 효과적으로 의미 부여할 수 있는 도구라는 것도 알게 된다. 우리는 시각, 언어, 습관, 관찰을 통해 무엇이든 기억하며 편집하여 전달하는 미디어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