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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Jan 13.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11

억울함은 어떻게 해결해야 하지?

거꾸로 읽는 세계사전면개정

저자 유시민

출판 돌베개

발행 2021.10.29.

알지도 못하고 만난 적도 없는 사람의 누명을 벗기려고 부당한 비난과 박해를 감수하며 싸운 사람들의 이야기는 문학의 향기를 풍긴다.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드러낸 피카르 중령, 지성과 열정의 화신 졸라, 끝까지 책임을 다한 클레망소, 언론의 선동과 반유대주의자의 집단 광란을 이성의 힘으로 이겨낸 시민들, 프랑스의 민주주의가 허물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하며 재심 요구파를 지지하고 응원하고 연대한 세계의 지식인들, 그들은 인간이 어리석고 때로 기괴하지만 지적 재능과 선한 본성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했다.

드레퓌스 사건을 오래 기억하는 까닭은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를 알린 사건이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20세기는 전쟁과 사회혁명의 시대였다고 한다. 세계대전이 두 차례 일어났고 사회주의혁명의 파도가 유럽과 아시아를 집어삼켰으니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돌아보면 20세기는 민주주의를 문명의 대세로 만든 100년이었다. 1945년 이후에는 세계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 혁명으로 탄생한 소련과 동유럽 사회주의체제는 20세기가 끝나기 전에 사라졌다. 중국의 사회주의도 말뿐이다. 민주주의는 20세기를 거치면서 더 넓게 퍼졌고 더욱 공고해졌다.

거듭 말하지만 드레퓌스가 한 일은 별로 없다. 에스테라지의 존재도 딱히 중요하지 않다. 누명을 쓴 유대인 장교와 군사기밀을 팔아먹은 반역자가 반드시 드레퓌스와 에스테라지였어야 할 이유도 없다.

중요한 것은 재심 요구파와 재심 반대파를 움직인 동기와 사상이다. 공화정을 거부한 왕정복고주의자, 군부의 위신을 지키는 데 필요하다면 진실을 은폐하고 인권을 탄압해도 된다고 믿은 군국주의자, 존재하지도 않는 유대인 국제조직을 들먹이며 대중을 선동한 인종주의자와 기독교 맹신자, 사회혼란은 어떤 것이든 경제발전을 저해한다고 생각한 자본가들이 재심 반대파를 형성했다. 대혁명의 정신에 따라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해야 국가안보를 지킬 가치가 있다고 믿은 공화주의자, 인종차별에 반대한 휴머니스트, 사실과 진실에 의거해 생각하고 판단한 지식인, 투명하고 공정한 재판 절차 없이는 정의를 실현할 수 없다고 본 법률가, 모든 종류의 차별과 불평등을 거부한 사회주의자들이 재심 요구파의 주축이었다.

Youtube@KARTN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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