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66

중독

생명과 약의 연결고리

약으로 이해하는 인체의 원리와 바이오 시대

저자 김성훈

출판 웅진지식하우스

발행 2023.02.28.

약물과 체내 약물 타깃 간의 특이 결합과 부작용

몸에 들어간 약물은 특정 효소나 단백질 등 각종 생리 작용에 관여하는 자신들의 타깃에 결합함으로써 기대하는 약물 작용을 일으킨다. 그러나 우리 몸속에는 서로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단백질들이 많다. 따라서 몸속에 들어간 약물은 원래의 타깃뿐 아니라 타깃과 유사한 구조를 가진 다른 단백질에 결합할 수도 있으며, 그 결과 기대하지 않은 효과를 나타내는 경우가 있다.

앞서 예를 든 바이옥스의 경우 타깃인 COX-2 외에 인체 내에서 COX-2와 구조가 유사하지만 생리적 기능이 다른 또 다른 효소 COX-1에 결합할 수 있다. 비록 바이옥스가 COX-2에만 결합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지만 여전히 COX-1에도 결합해 부작용을 나타낼 가능성도 열려 있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다양한 기능들이 COX-2 자체에 있을 수 있다.

약물의 부작용은 각 약물이 작용하는 타깃과 결합해 나타나는 경우(부작용-1)와 원래 타깃이 관여하는 생리 기능이 한 가지 이상이어서 나타나는 경우(부작용-2), 혹은 이런 경우들의 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약을 개발하는 과학자들은 특정 약이 원하는 타깃에만 결합해(이를 특이 결합이라고 한다) 원하는 효능만을 나타낼 수 있도록 약을 개발하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지식과 기술을 동원한다. 일단 약물과 그 타깃 간의 특이성은 타깃의 구조를 잘 분석함으로써 드러나며, 아울러 연구 과정 중에 밝혀진 어려움을 극복해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게 된다. 그러나 약물과 타깃 간의 특이 결합이 가능하게 되더라도 약물의 부작용은 또 다른 이유에 의해서 발생할 수 있다.

시중에서 근거가 불분명한 약품이나 건강식품에 대해 만병통치라고 광고하거나 부작용이 없는 약이라고 선전하는 경우를 접하면 조심하는 것이 좋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유전자와 단백질이 거미줄처럼 서로 얽혀 있는 한, 그리고 우리의 지식이 아직 불완전한 상태인 한, 섣부른 자신감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우리 몸의 복잡한 네트워크에서, 하나의 약물 타깃을 정확히 선택하고 또 그 타깃이 수행하는 복합적인 기능 중 한 가지 기능만을 선택해 원하는 만큼 약물로 조절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이 솔직한 태도다. 다만 가능한 한 원하는 효능을 극대화하고, 수반되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약물이나 전략을 고안해서 사용하는 것이 현재 과학의 수준에선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국적 제약기업 화이자 Pfizer사의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 Viagra는 약의 발전사에서 라이프스타일 의약품이라는 새로운 범주를 만든 기념비적 발명품이다. 본래 비아그라는 혈관 확장을 유도하는 약물로써 혈관계 질환인 협심증 치료제로 개발됐다. 그런데 임상 시험 과정에서 남성의 발기부전을 개선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고, 결국 발기부전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비아그라가 남성 성기의 발기를 돕는 원리는 주원료인 실데나필이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할 때 생성되는 사이클릭 GMPCyclic GMP라는 화학물질의 분비를 돕는 동시에 발기 저해 효소인 포스포디에스테라제 Phosphodiesterase type 5(이하 PDE5)의 활성을 억제하기 때문이다. 비아그라는 일반적인 신약 개발과는 매우 다른 신약 개발 성공 사례다. 달리 생각해 보면 의도된 작용과 다른 작용을 일으킨, 일종의 부작용이라 할 수 있는 효과를 새로운 용도로 적극적으로 개발함으로써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약 가운데 하나로 만들어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