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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Feb 26. 2024

[100 챌린지] 단지의 독서노트_76

헤밍웨이

클래식 클라우드 헤밍웨이

저자 박민석

출판사 아르테(arte)

2018.09.10

헤밍웨이는 1899년부터 1961년까지 62년을 사는 동안, 사후에 나온 원고까지 30여 권의 책을 써냈다. 그는 거의 모든 장르의 책을 써서 출판했다. 소설과 에세이, 논픽션을 썼고 [제5열] 같은 희곡과 시들도 있었다. 그중 소설 10여 편이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제작되었고, 장편소설 [태양은 다시 뜬다][무기여 잘 있거라][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태양은 다시 뜬다]로는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을 유행시켰고 [오후의 죽음]은 세계 최초의 투우에 대한 연구서로 그 분야의 고전이 되었다. [노인과 바다]는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의 많은 작품들이 세계 명작 리스트에 빠지지 않고 올라간다. 하드보일드 스타일과 빙산 이론 같은 소설 미학은 그의 최고의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이 무엇을 먹고 마시는가 하는 취향은 그 인물의 계급성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낸다. 헤밍웨이의 단골이었던 카페 라 클로즈리 데 릴라에서 푸아그라나 달팽이 요리를 매일 먹는다면 그는 적어도 가난한 사람이나 하층계급은 아니다. 한편 식전에 나오는 빵 조각을 허겁지겁 남김없이 먹어 치운다면 그는 잘사는 사람이나 상층계급은 아닐 것이다. 많은 작가들이 인물이 무엇을 먹고 마시나 하는 문제를 가지고 인물의 경제적 형편이나 지위, 계급성을 드러낸다. 하지만 헤밍웨이의 먹고 마시는 표현은 인물의 이면을 드러내려는 의도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무엇을 어떻게 마시고 먹는가를 묘사하는 일 자체가 그의 즐거움이었던 것 같다. 인물이 먹고 마시는 대목을 쓰면서 자신이 그 행위를 하는 것처럼 감정이입을 하고 쾌락을 느꼈을 거라 예상한다. 그의 인물들은 어떤 상황, 어떤 형편에 놓여 있든 마티니를 만들 땐 섬세하기 그지없고 배를 채울 빵과 닭고기를 고를 땐 까다롭기 그지없다. 가난뱅이든 부자든, 식탁에 앉았을 땐 큰 행사를 치르는 사람처럼 진중하게 행동한다.

놀라울 정도로 감각적인 식도락과 음주에 대한 표현은, 기이할 정도로 진실한 문장을 쓸 것을 강조해온 자신의 주장을 실연한 한 예일 수도 있다. 와인을 마시고 빵을 씹는 행위를 묘사하는 단순한 문장들에도 생명력을 불어넣으려고 애를 쓴 결과, 더할 나위 없이 감각적인 문장들이 나왔던 것이다.

[태양은 다시 뜬다]는 ‘잃어버린 세대’라는 말로 유명세를 탈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정작 소설에서 비중을 가지고 쓰이는 표현은 ‘고국이탈자’다. ‘고국이탈자’는 ‘잃어버린 세대’의 헤밍웨이식 번안에 가깝다. 아마 ‘잃어버린 세대’보다 더 나은 말을 찾는다고 찾은 게 ‘고국이탈자’일 것이다.

 ‘고국이탈자’가 말의 의미가 더 분명하고 헤밍웨이의 의도를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문학 작품이란 꼭 작가의 의도대로 읽히지는 않는다. 그의 의도야 어쨌든 ‘잃어버린 세대’는 그가 한 말처럼 널리 알려졌고, 그와 그의 세대를 규정하는 세대의 이름으로 굳어졌다. 또 의미를 따지고 들면 굳이 틀린 말도 아니다. ‘잃어버린 세대’만큼 1920년대 파리의 젊은 작가들을 잘 설명할 수 있는 말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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