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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 n Money in New York Apr 25. 2023

작품 거래에서 겪는 별의별 일들

돈 앞에서  분노조절 장애자들

작품 거래를 하다 보면 별의별 일이 많다. 갑자기 미술시장이 성장한 한국의 경우 작품은 보이지 않고 돈만 보이는 예의 없는 딜러들이 넘쳐나고 갤러리나 고객의 계좌정보를 알아내려는 해외 온라인 피싱 사기꾼들도 있다.


얼마 전, 고객님께 의뢰가 들어왔다. 한국에서 잘 나가는 박**, 이** 작가님의 작품을 찾아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잠시 대화를 나누어 보았지만 인품이 좋은 분 같았고 컬렉터님은 이미 많은 컬렉팅 경험으로 미술계에 대해 어느 정도 잘 아시는 분 같았다. 이분이 나에게 의뢰를 하신 이유는 해외 작품거래를 자주 하시는데 할 때마다 운송이며 절차가 너무 복잡해 해외 거래를 할 때에 불편한 점을 해결하시고자 믿을 수 있는 누군가가 필요해서이다. 그전에 첫 거래이니 부담스럽지 않게 한국작가의 작품으로 서로 신뢰를 쌓아보고자 했던 것이다.  


작품 의뢰가 들어오면 갤러리, 즉 딜러는 소장품 체크를 하고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곳에 아는 인맥을 다 활용해 여기저기 의뢰를 해 본다. 개인일 수도 있고 갤러리 일 수도 있다. 그러면 소장한 쪽에서 며칠 또는 몇 주 내로 정보를 보내어 주신다. 그동안 갤러리는 고객에게 이미지와 가격 정보를 드리면서 작품의 선택을 점점 좁혀간다. 도상과 가격이 마음에 들어 작품을 선택했다면 딜러는 이제 가격 네고를 해 본다. 이미 고객이 마음에 들어 하신 작품이니 가격네고를 해서 더 좋은 가격을 받아오면 고객들은 대부분 아주 만족하신다. 그리고 딜러는 직접 작품을 보러 가서 컨디션을 체크한다. 이 과정에서는 이미 마음을 결정한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이변이 없는 한 거래가 성사된다. 바로 결제가 진행되고 결제가 확인되면 작품을 픽업하여 고객님께 배송한다. 아주 기본적이고 간단하다.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고객이 원하면 작품구입을 도와드리고 결제 완납 후 배송한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리고 노동이 들어가는데 서로 신뢰를 가지고 기다리지 못하면 거래가 어려워진다.


그런데 박** 작품 의뢰 과정에서 소장가 쪽 딜러가 은근한 갑질을 해오는 것이었다. 처음 전화 통화로 대화를 나누었을 때부터 느낌이 살짝 오기는 했다. 주절주절 아는 척을 해대며 이 바닥이 이러네 저러네 하면서 사짜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보내어준 작품 정보는 좋았고 고객님도 작품은 마음에 든다고 하셨다. 나는 고객님이 마음의 결정을 하시면 약간이 가격네고를 한 후 최종 결정이 되면 작품 컨디션을 체크함과 동시에 결제 및 배송을 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상대 쪽에서 작품 컨디션체크 전에 디파짓을 요구했다. 어느 정도 합리적일 수도 있다. 갤러리 소장품이 아니라면 수억 원에서 수십억 원대의 소장가 작품을 막 가지고 다닐 수는 없으니 말이다. 며칠이 지났지만 고객님은 마음의 결정을 하지 않으셨다. 나는 좀 더 많은 리스트를 찾아서 도상과 가격모두 고객에게 만족스러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소장가 쪽 딜러에게서 왜 빨리 결정을 안 하는 것이냐며 푸시를 했다. 겨우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다. 나는 수억 원 이상의 작품을 거래하는데 신중할 수 있는 것이니 아직 좀 더 기다려 보라고 정중히 말했다. 그런데 또다시 수억 원대의 작품을 구매하는 진짜 돈 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한다며 나를 가르치려 드는 것이다. 태도를 보니 본인이 돈을 제대로 벌어 본 적이 없고, 진짜 돈이 많은 이들과 거래를 해 본 적이 없겠다 싶었다. 남의 돈이 우습게 보이면 본인돈도 우스운 법이다. 급하게 서두르는 사람은 항상 상대에게 끌려간다. 급하게 서두르는 쪽은 대다수의 경우 돈이 급한 쪽이다.


아직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가격네고도 한 적이 없고 작품 컨디션 체크도 한 적이 없다. 못 기다릴 일도, 푸시할 것도 없고 기분 나쁠 일도 없다고 생각한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소장가 쪽 딜러에게 말했다. “그냥 안 하는 걸로 할게요. 저는 일류들이 이렇게 구매자를 불편하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라고 말했다.


이후 문자폭탄이 날아왔다. 찔러보느냐, 공부를 안했냐는 둥…….


조용히 차단했다.


그리고 고객님께 전달했다. “처음 보내드린 두 작품은 제 선에서 아웃하겠습니다. 소장가 쪽이 지나치게 까다롭습니다. 제가 더 좋은 작품 찾아볼 테니 기다려 주세요. 죄송합니다.”


거래에 정해진 법칙이란 없다. 어떤 곳은 작품 정보를 주거나 컨디션 체크만 하는 것에도 돈을 요구한다. 게다가 고객이 결정하는 데에 시간이 조금이라도 걸리면 압박하고 난색을 표하기도 한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미술계에 일류들이 돈부터 요구하거나 고객에게 결정과 지불을 푸시하는 것을 본 적은 없다. 언제나 여유에서 갑이다. 작품 사이즈가 커서 컨디션 체크를 위해 소장가의 작품을 갤러리로 옮기는 일로 운송비가 들거나 해외에 있는 작품이라 딜러가 직접 외국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말이다. 고객은 작품 정보를 언제든 요구할 수 있고 결정은 천천히 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물건은 구매자가 갑이지만 이렇게 블루칩 작가의 작품을 거래하다 보면 작품을 가지고 있는 쪽이 갑이 되기도 한다. 모두의 요구가 그것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착각해서는 안된다. 작품이 아무리 대단해도 사람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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