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가 가진 힘 ②
말하기, 듣기, 쓰기, 수학, 수학익힘책··· 어렸을 적 우리가 배웠던 교과목들입니다. 당시에는 오전부터 해가 뉘일 때까지 교과서와 칠판을 보며 공부를 했습니다. 학교를 처음 접할 때에는 기본적인 글쓰기와 덧셈, 뺄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했습니다. 입학 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가정에서 선수 학습이 이루어졌음을 기정사실로 해서 교육이 이루어졌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노는 것이 제한되고 학습이 우선이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학습지나 학원 등으로 타 학우보다 앞서서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풍습은 오늘날까지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누구보다 일찍, 더 치열하게 공부를 합니다. 안정된 미래라는 허수를 선물 받는다는 약속을 한 채로 말이죠.
우리나라와 더불어 교육 성과에 있어 1, 2위를 다투는 국가가 있습니다. 핀란드입니다. 핀란드도 우리나라의 교육 현장 모습과 닮아 있을까요? 아닙니다. 핀란드의 아이들은 수에 대한 개념을 전혀 모른 채 초등학교에 입학합니다. 수에 대한 건 물론이고 기본적인 산수를 배우고 입학하는 우리나라와는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하물며 학교 안에서의 풍경도 다릅니다. 아이들의 생활은 교실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수에 대한 개념을 알기 위해 몸으로 움직이는 놀이를 먼저 합니다. 다음으로 교구를 손으로 직접 만지며 배우고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이르러야 책으로 학습이 이루어집니다.
핀란드에서는 초등학교 입학 전까지 어떠한 학습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에게는 교육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역시 놀이입니다. 핀란드 유치원은 무엇이든 놀이로 승화합니다. 우리에게 있어 어린아이의 미술 공부는 색칠 공부이지만, 핀란드의 아이에게는 자유롭게 그리고 칠하는 놀이가 아이들의 일상을 구성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재미있어하는 것을 손에 쥐어주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다니는 유치원의 하루는 [등원, 오전 소규모 놀이, 오전 바깥 놀이, 점심 식사, 낮잠 자기, 오후 바깥 놀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낮잠부터 모든 것들이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것들 뿐입니다. 이 중에서 특히 '오후 바깥 놀이'는 굉장히 중요한 시간으로 여겨집니다. 어린 시절에 배워야 할 모든 것들이 바깥 놀이에 있다고 합니다. 비 오는 날이면 물웅덩이에서 놀 수 있고 수분 머금은 흙으로 여러 모양을 만들 수 있습니다. 플라스틱 장난감 하나 없이 자연 속에서 스스로 탐색하고 집중해 새로운 놀이를 만듭니다. 친구들과 어울리며 사회성을 키울 수 있죠. 모든 것들이 바깥 놀이의 목적입니다. 이 모든 것들은 놀이의 힘을 가장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핀란드 유아 교육에서는 아이들이 배우기 위해 노는 것이 아니라 놀면서 배우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서 가장 잘 배운다고 많은 연구들이 이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핀란드는 아이들에게 더욱 풍부한 놀이를 제공하려고 합니다. 즉, 놀이 연구소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에는 부설 플레이풀 러닝센터(Playful Learning Center)가 있습니다. 놀이가 아이의 개발과 학습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놀이를 실제 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미래의 교사들을 양성하고 교육합니다. 교사가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지식 중 하나가 놀이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제공할 놀이들을 미리 체험하고 방법을 배우며 어떻게 제공해야 할지를 고민합니다. 핀란드의 교육 목적은 스스로 배울 수 있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며 그 힘을 길러주는 최고의 교육은 놀이로 여기고 있습니다. 선생님은 놀이의 보조자 역할을 수행하죠. 플레이풀 러닝센터에서는 이런 선생님을 양성하며 아이들에게 놀이로 가득한 세상을 선사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데에 있어서 핀란드는 발달이나 수치 등 과학적으로 입증하려 하지 않습니다. 놀이가 가진 힘을 알고 있고 놀이가 낳은 결과를 지켜봐 왔습니다. 놀이는 배울 수 있는 그릇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입니다. 아이들은 놀다 보면 호기심이 생기고 몰입하게 되는데 이는 모든 배움의 원천입니다. 충분히 놀아야 배울 수 있는 힘이 길러지고 성장 후에도 스스로 학습할 준비를 할 수 있습니다. 놀이는 지식과 배움의 사이에서 튼튼한 다리의 역할을 수행합니다. 그렇게 균형이 잡히면서 탄탄한 미래를 형성하게 되고 타인과 어울리면서 어른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놀이라는 것은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합니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까지 놀이는 존재합니다. 우리는 언제나 놀이를 영위하고 있습니다. 떠올려보면 우리가 어렸을 시절에도 언제나 놀이가 함께 했습니다. 놀이가 없는 삶을 상상해본다면 우리의 세상은 어떤 색을 띠고 있을까요? 감히 상상을 할 수 있을까요? 놀이는 사람의 인생에 있어 큰 부분을 차지하며 없어서는 안 되는 자리에 있습니다. 하나의 삶이 성장하면서 하나의 개인이 되는 것. 다른 아이들이나 친구, 동료와 함께 사회 구성원이 되는 것, 실수하는 것, 쓰러지는 것, 다시 일어서는 것까지 모두 놀이에서 발견하고 터득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을 어른이 되어서까지 끌고 갑니다. 놀이가 가진 힘은 정말 빼어납니다. 아이들에게 정말 근사한 장난감을 선물해주는 것도 좋지만 즐거움과 놀이로 가득한 세상을 선물해주는 건 어떨까요?
참고 자료
·EBS 신년특집기획 <놀이의 힘 - 1부. 놀이는 본능이다> (2018)
사진 출처
·shutterstock.com
·EBS 신년특집기획 <놀이의 힘 - 1부. 놀이는 본능이다>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