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로 바삐 지나쳤던 길,
칼바람 부는 날 10리길을 걷다가 덕분에 먼 산을 보았다.
삶에 묻혀 전체를 조망해 본 적이 언제이던가?
설핏, 내 사는 풍경을 멀찌감치에서 보아하니 삶은 충분히 아름다운 판국이다.
일용할 땔감을 하러 향암미술관카페 인근 산에 올랐다.
멀리서 볼 때는 간단히 붓질하면 그만인 형상이지만,
그 삶의 현장에 파고들면 일획으로 다 품을 수 없는 천태만상이 서려 있다.
운명적인듯 부둥켜 안고 쓰러진 아름드리 두 소나무의 썩은 가지 속엔 개미 유충들이 겨울잠을 자고,
나무가지 사이에는 야생버섯이 피붙인 양 자리를 잡고 있다.
난데없이 나타나 썩은 가지를 땔감으로 뜯어가는 나는 또 무엇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