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감성마을 이외수 문학관으로 가는 산책로에는 가로수처럼 줄지어 서 있는 시비(詩碑)의 행렬이 있는데, 으레 그 맨 끝자리 시비 앞에 한동안 머물게 된다. “쓰는 이의 고통이 읽는 이의 행복이 될 때까지.”
20년 전, 당시 10여 년 동안 길바닥을 쓸고 다니며 쌓은 노하우를 밑천으로 <인물화 기법서>를 쓰려다가 무지의 벽에 부딪쳐 황망해하던 기억이 선명하다. 연세대 해부학교실에서 사람 해부를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다시 원점에서 업을 쌓기로 작정하고, 그림패에서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진탕 길을 걸으며 미로 같은 골목을 지나 오늘에 이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