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4
마음으로 사는 갠지스 사람들
Baranasi, India, 변종모
검붉은 강물 위로 고요히 흐르고 흘러 세상의 끝으로 가는 꽃잎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소원을 빌었다. 꽃잎에 각자의 마음을 담아 우리의 남은 생을 위로한다. 꽃은 저 홀로 꽃으로 피어났다가 한 사람의 마음을 담아 함께 떨어지는 일로 일생을 살았으니 저리도 아름다울 것이다. 꽃처럼 흔들려도 스스로 아름다운 향기로 번져, 내게 남은 씨앗 같은 삶도 꽃처럼 말없이 경건하게 살게 되기를. 부디 아름답게 흘러 어느 곳에든 안착하거든 다시 아름다운 꽃으로 태어나 많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위로가 되어주기를. 나 또한 그렇게 살게 되기를. 오늘 나는 내 마음속의 꽃 한 송이를 생각한다.
몇 번의 망설임이 있었다. 다시 그곳으로 가는 동안 이미 몸은 묵직한 기차 안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흔들리는 것은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였을 것이다. 벌써 네 번째 바라나시 그곳으로 간다. 언제나 도착하고 나면 또 아무렇지 않게 지내게 될 거라는 것을 알지만 바라나시가 점점 가까워지는 동안에 더욱 잦은 간격으로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다. 자칫 심하게 흔들리면 나는 또 지난날들처럼 마음을 뺏기고 말 것이다. 오래도록 그곳을 떠나지 못할 것이다. 걱정이라면 그것이 걱정인 것이다.
비릿한 갠지스강가와 강을 향해 얽혀있는 실핏줄 같은 좁은 골목들. 그리고 그 좁은 골목에서 대면하게 될 사람들과 사람들을 둘러싼 풍경들. 바람도 겨우 통과하는 어둡고 좁은 골목에 빼곡하게 흐르는 풍경. 누군가는 더럽고 지저분하다고도 말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아수라장 같은 아우성이라도 말하지만, 내게 그것이 아름답고 귀해서 쉽게 돌아서지 못했던 일이 여러 번이다.
그렇다. 당신은 더럽다고 말했고, 나는 더럽게 아름답다고 말했다. 상관없다. 당신과 나는 어차피 서로에게 꽃 한 송이 주고받은 적 없는 허공 같은 사이인데, 당신의 말에 상처받을 일도 아니고 나의 말에 당신의 마음도 꺾어진 꽃잎이 되지 마시라. 우리가 각자 살아가는 동안 내가 본 것을 당신이 똑같이 봤을 리가 없고, 당신이 느낀 것을 나 역시 똑같이 느낄 리가 만무하니 아무렇지 않게 살 수 있었을 것이다.
누가 뭐라고 해도 나는 이곳을 상상하면 사람의 향기가 난다. 골목의 향기가 아니라 사람의 향기. 그 향기가 오래되어 내게 꽃처럼 진하다. 무리한 상상이라고 해도 할 수 없다. 그런 생각들로 스스로 위로하는 동안 나는 이미 바라나시의 어느 깊숙한 골목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 누구도 오라고 한 적 없고 그 누구도 등 떠민 적 없는데 나는 투덜거리며 웃는다. 마치 꽃밭에 넘어진 사람처럼, 어두운 골목에 앉아서 그렇게 웃는다. 비로소 이곳에서 다시 꽃처럼 웃는다.
글 | 변종모
사진 | 변종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