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RAVEL VOL.31
아트래블 편집부
버린다는 말과 얻는다는 말은 어쩌면 같은 말이다. 무엇을 얻으려면 그 반대편에서 무엇을 하나 버려야 한다. 신이 인간에게 공평한 속도의 시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이런 후회를 본 적이 있다. 돈 벌어서 부모님께 효도해야지 하는 생각으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었더니, 이미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없더라 하는. 제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하루를 25시간 살 수는 없다. 주어진 시간의 속도 안에서 우리는 무엇을 얻고, 또 버리며 살아간다. 그 선택의 연속이 인생이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살아가지만, 삶은 필연적으로 무엇인가를 버리는 과정이다.
아트래블은 잘 버리는 삶- 더 느리고, 더 가볍고, 더 단순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몇 가지 통찰을 살펴보고자 한다. 배부른 공허가 아니라, 따듯하고 풍요로운 삶을 위한 제안. 어떤 제안이 맞다 함부로 말하지 않겠다. 또 그렇게 살라고 누구도 강요할 수 없다. 다만, 삶이라는 기나긴 여행 속에서 이런 질문과 해답을 통해 각자의 영감을 도모할 뿐이다.
제 2차 세계대전은 인간사에 있어 거대한 변곡점이었다. 사람들은 더 많이 갖고 더 큰 세계를 구축하려는 욕심이 낳은 가장 적나라한 부작용, 전쟁을 경험했다. 전쟁은 사람을 죽였고, 그 모습을 전세계가 목도했다. 이 지독한 경험은 사람들로 하여금 새로운 삶을 상상하게 했다. 외적 영역을 넓히는 일보다 더 안전하고 깊이 있는 삶을 위한 고민이 시작된 것. 사람들이 찾은 대안적 삶은 외면 보단 내면을 가꾸는 여정이었다. 그 첫 번째 행동은 삶에 있어 불필요한 물건들을 제거하는 것. 1960년대 이런 삶의 형태를 미니멀리즘이라 부르기 시작했다.
미니멀리즘이 가장 처음 등장한 곳은 예술계였다. 기교를 최소화하고 사물의 본질만을 캔버스에 담아내는 미술 사조가 미니멀리즘이란 이름으로 세상에 드러났다. 대표적인 화가로는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도널드 저드(Donald Judd),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등이 있었다. 뒤이어 음악계, 패션계, 문학계에도 미니멀리즘 바람이 불었다. 미니멀리즘이 예술에서 사람들의 삶 깊숙한 곳으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겉을 치장했던 것들을 벗어 던지고, 자신의 본질을 찾아가려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을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라 불렀다.
#감정미니멀리스트 #감정휴식
베트남의 한 식당. 손님이 왔는데도 무표정으로 일관하는 직원을 본 적이 있다. 사실 베트남의 거의 모든 식당이 비슷했다. 문을 열고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 환한 미소와 환대를 기대했던 사람들은 급격하게 실망하기 시작한다. 특히 한국인들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는데 꽤나 애를 먹었다. 손님을 본체만체 하는 직원. 한국에선 상상하기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좋게 생각하면 한국사회는 친절한 사회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감정 소모가 심한 사회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웃는 일이 어디 보통 일이랴. 게다가 하루에도 수십 명의 손님이 오고 가는 식당에서 웃음을 유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친절하지 않은 사람이 살아남기는 어렵다. 웃지 않는 사람은 불친절하거나, 나쁜 사람으로 오인되기 십상이다. 직장에서도, 학교에서도 늘 친절하고 밝은 사람이 환영 받는다. 친절하지 않고도 살아남으려면 엄청난 기술이나 실력을 가져야만 한다. 평범한 사람이 웃음을 빼고 살아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고 내키는 사람에게만 친절하게 대할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다. 이런 사회적 환경 속에서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감정의 미니멀리즘, '감정 휴식'이다.
감정 휴식은 미니멀리즘이 과잉 감정의 사회와 만나면서 생겨난 신개념 미니멀리즘이다. 주로 한국과 일본에서 각광받고 있는 미니멀리즘 스타일. 감정 휴식은 대부분 다른 사람과의 관계설정에 연관돼 있다. 감정을 가장 많이 소모하는 곳이 바로 인간관계이기 때문. 잠시 사람들을 멀리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감정에게 쉬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 오직 자신에게 가장 친절해지는 시간을 갖는 것이 감정 휴식의 핵심이다.
#감정휴식
#초심자를_위한_감정미니멀리스트_연습
ⅰ. 혼자 있을 만한 공간으로 들어가세요.
ⅱ. 핸드폰을 잠시 꺼두세요.
ⅲ. 주변을 정리정돈 해보세요.
ⅳ. 깔끔하게 정리된 공간에 앉아 혹은 누워 눈만 꿈뻑해 보세요.
ⅴ. 1분에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는지 세어보세요.
#소비미니멀리스트 #BYE-BUY_SENSATION
집 정리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은 과감히 내다 버리는 일을 잘한다. 물건을 보고 사용빈도와 가치를 순식간에 파악한 뒤,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한다. 반대로, 집이 어수선한 사람들의 특징은 쓰지 않는 물건에도 괜한 미련을 갖는다. 사용하지 않는 물건이라도 갖가지 의미를 부여해 끌어 안고 살아간다. 수납장은 포화상태가 되고, 집은 자연스레 어지러워 진다.
2017년 처음 등장한 경제 신조어 바이-바이 센세이션(Bye-Buy Sensation). 미니멀리즘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생겨난 일종의 소비 패턴이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 중에 사용빈도가 적은 물건은 물론, 심지어 자신을 설레게 하지 못하는 물건을 내다 버리는 것. 그 자리에 자신을 정말 설레게 할 수 있는, 엄선된 물건만을 구매하는 소비 패턴이다. 자연스레 물건 하나를 구매할 때 자신의 성향, 취향과 더불어 실용성까지 고려한다. 바이-바이 센세이션은 일종의 집 청소 같은 것.
미니멀리즘이라고 해서 소비와 완벽하게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소비야 말로 미니멀리스트의 조건이다. 미니멀리즘이 단순히 물건을 최소한으로 소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소유를 줄이되 그 궁극적인 목표는 자기 자신의 본질을 알아가는 것. 구매하려는 물건이 정말 나를 설레게 하는가? 나의 생활 방식과 어울리는가? 정말로 필요한 것인가? 이런 고민들을 통해 자신을 알아가게 된다. 말하자면 물건을 버리고 사는 과정을 통해 자신을 객관화 시켜 보는 것. 미니멀리스트의 소비는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일이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초심자를_위한_소비미니멀리스트_연습
ⅰ. 집안의 물건 하나를 선택하세요.
ⅱ. 선택한 물건을 앞에 놓고 아래의 질문들을 던져보세요.
(단, 24시간이라는 시간 제한을 두세요)
이 물건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 물건을 얼마나 사용하는가?
이 물건이 나에게 설렘을 주는가?
이 물건이 나에게 꼭 필요한 물건인가?
ⅲ. 두 개의 질문 이상에서 '아니요'가 나왔거나, 24시간 동안 별다른 답을 찾지 못했다면 과감히 물건을 버려 보세요.
#음식미니멀리스트 #슬로푸드
슬로푸드 무브먼트는 1980년대 이탈리아에서 시작됐다. 이탈리아 로마에 맥도날드가 입점한 것에 반발해 일어난 운동으로 전통 요리 방식을 지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다. 전통 요리 방식이란 가공된 식품을 단순히 조리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곡물 재배부터 가공, 조리까지 모든 과정이 포함된 요리 방식. 어느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전통적인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요리를 하는 일은 굉장히 까다롭다. 또 그만큼 비싸다.
산업혁명 이후 많은 것들이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다. 음식의 재료도 그 중 하나. 투자 대비 생산량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산업혁명 시대 기업들의 유일한 과제였다. 그렇게 탄생한 대표적인 식품이 유전자재조합(GMO)식품. 두 가지 이상 곡물의 유전자를 조합해 만들어진 식품으로, 같은 면적에서 생산되는 양이 일반적인 곡물로 얻을 수 있는 생산량의 약 50배에 가깝다. 생산량이 많으니 가격은 자연스럽게 저렴해진다. 단, 부작용이 하나 있다. 유전자재조합 곡물을 한 번 재배한 땅에서는 다시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된다. 흙에 사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함께 공존하며 만들어내는 것이 곡물이다. 서로 양분을 주고 받으며 상생해야 하는데, 유전자재조합 곡물은 결과물이 많은 만큼 많은 양분을 흙으로부터 끌어다 쓴다.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흙의 미생물들이 대부분 죽어버리는 것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단순히 전통을 지키는 것을 넘어,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익을 위한 요리가 아닌 상생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 먹는 것. 적당량만 생산하고 소비하는 음식 문화를 만드는 것이 슬로푸드의 핵심이다.
#슬로푸드
#초심자를_위한_음식미니멀리스트_연습
ⅰ. 방울토마토 나무 모종을 화분에 심어 보세요.
ⅱ. 매일 방울토마토 나무 사진을 찍어주세요.
ⅲ. 가끔은 방울토마토 나무에게 무럭무럭 자라라고 말해주는 것도 좋아요.
ⅳ. 방울토마토 열매가 열리면 나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따먹어 보세요.
#노동미니멀리스트 #미니멀워크
세상에서 가장 까다로운 직장 동료는 어떤 사람일까. 험담을 잘하는 사람, 혹은 욕설을 내뱉는 사람. 물론 이런 종류의 동료들도 함께하기 어렵다. 그보다 더 까다로운 동료가 있다. 인격도 좋고, 말끔하며 흠잡을 데 없는 사람이지만, 워커홀릭인 사람. 마치 당신을 일 안하고 노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동료 말이다. 차라리 인격에 문제가 있어서 마음껏 뒤에서 욕이라도 할 수 있으면 마음이 후련하겠다 생각이 든다.
직업은 그 사람의 사회적 정체성이다. 노동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사회적 정체성을 확립하는 일이다. 그러니 열심히 일하는 건 결코 나쁜 게 아니다. (이런 논리가 사용자의 편에서 사용되어 노동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면 그건 그냥 불법이다. 돈 안내고 식당에서 밥 먹는 것과 같다.) 물론, 모두가 자신이 사랑하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그러나 현실을 그렇지 않다. 직업군마다 사회적 위치와 수입이 다르기 때문. 안정된 수입과 위치를 얻을 것인가, 아니면 사랑하는 일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일이 안정된 수입과 위치를 보장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평범한 이들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대부분의 경우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이 선택에 따라 노동은 좋은 삶의 도구가 되기도 하고, 또 좋은 삶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사랑하는 일을 직업 삼아 하고 있다고 해도, 과한 노동은 탈이 나기 마련이다. 또한 인간에게 사회적으로 주어지는 정체성은 직업 하나만이 아니다. 누군가의 가족으로서의 정체성, 친구로서의 정체성, 연인으로서의 정체성. 숱한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다. 노동자로서의 정체성은 그 중 하나일 뿐. 자기 자신을 단 하나의 정체성에 매몰시키지 않기 위해, 잠시 일을 접어두는 것이다. 그 시간에 사람을 만나고, 먹고, 사랑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해 당신의 옆자리 동료에게도 마음에 평화를 가져다 주는 일이니. 자, 퇴근 시간이 다가오면 과감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보자.
#미니멀워크
#초심자를_위한_노동미니멀리스트_연습
ⅰ. 다이어리에 직장에서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을 적어보세요
ⅱ. 일을 처리할 때마다 다이어리에서 목록을 하나씩 지워주세요.
ⅲ. 퇴근시간까지 목록이 다 지워지지 않았다면, 그래도 그냥 퇴근해보세요.
ⅳ. 그건 당신 잘못이 아니라, 시간 안에 해결할 일이 너무 많았던 것이므로
너무 많은 일을 당신에게 맡긴 사람 잘못이니까요.
글│아트래블편집부
사진│아트래블편집부
여행의 영감을 위한 책 ARTRA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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