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창의예술교육랩] 과학기술랩 활동공유 ③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생태-인문’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학기술'를 문화예술교육에 기반해 융복합하고, 미래 지향적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범한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과정의 실행 방향성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는 R&D랩, 교육전문가와 청년연구원이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는D&I랩으로 구성되어,과정의 가치를 기록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키워드를 정하고 우리는 바람을 맞아 보기로 했습니다. 제주 자연 요소 중 생활양식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바람’. 우리는 실제 제주 바람을 맞아보며 바람을 어떻게 감각할 수 있을지, 이를 어떻게 데이터화 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람을 감각하고 체험하는 방법을 고민해봤습니다. 우선 다섯 가지 감각으로 바람을 감각할 수 있겠죠.
* 시각 - 눈으로 관찰하기
바람을 눈으로 관찰하기는 인간의 눈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각 정보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간접적인 관찰만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움직임. 가벼운 소재를 바람에 날려 보내 방향과 거리를 측정해보기 등이죠.
* 청각 - 바람의 소리 듣기
바람의 소리 또한 인간의 청각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미세한 소리만 가집니다. 바람의 소리를 언제 들을 수 있나요? 건물과 건물 사이를 빠져나가는 바람의 소리. 풍선이나 타이어에서 바람이 빠지는 소리. 바람의 소리는 관악기에서 소리가 나는 원리를 추적하면 그 원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바람이 어떠한 물체에 부딪히며 진동할 때 그 진동이 소리를 만들어낸다고 할 수 있을까요?
* 후각 - 바람의 냄새 맡아보기
바람의 냄새는 무엇일까요? 바람으로 수많은 냄새 분자가 이동하죠. 따라서 우리가 서 있는 곳, 계절, 순간마다 바람의 냄새는 달라집니다. 바람의 냄새는 어떨까 상상할 때 발견한 또 다른 특징은 ‘기억’을 불러오는 것이 바로 바람의 냄새라는 것입니다.
* 촉각 - 바람이 살결에 닿는 느낌을 느껴보기
다른 사물과 같이 매개체를 거치지 않고 가장 직접적으로 바람을 감각하는 방법이 촉각인 것 같습니다. 바람이 살결에 닿을 때 온도와 압력 방향 등을 느껴볼 수 있겠죠. 물론 매개체를 통해 바람을 촉각으로 느낄 수도 있습니다. 옷이 바람에 살랑이며 살갗에 닿았다 떨어지는 느낌. 가느다란 실을 바람에 흩날리게 하고 그 실의 움직임을 느껴보는 것처럼요.
* 미각 - 바람을 맛보기
바람은 어떻게 맛볼 수 있을까요? 바람을 맛보는 것은 다른 감각과 비교했을 때 가장 어렵고 모호한 감각의 방식입니다. 우리는 바람 워크숍을 통해 바람을 맛본 사람들이 어떤 이야기를 해보는지 확인해보기로 했어요.
* 기억 그리고 정서
감각. 과학적인 접근을 할 때 ‘감각’은 아래와 같이 설명됩니다.
생체는 환경의 변화에 대하여 자기 스스로 어느 정도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그 능력을 활용 또는 조절함으로써 살아갈 수 있다. 이러한 적응 (adaptation) 과 조절을 몸의 안팎에서 오는 자극에 대하여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기관 (sensory organ) 에 의하여 신속하고 정확하게 상황을 판단함으로써 이루어진다. 내외 환경에서 발생되는 자극은 수용기 (receptor)에서 활동전압으로 전환된 후 구심성 신경섬유를 거쳐서 반사활동으로 전개되고, 또한 몇몇 뉴론의 중계부위를 거쳐서 시상과 대뇌피질에 전달되어 감각 (sensation) 을 유발시킨다. 이렇게 함으로써 감각의 분류, 발생부위의 국재, 또는 감각의 강도 등을 식별 (discrimination) 하고, 더 나아가서 여러 가지 감각을 통합하여 지각 (perception) 을 형성한다.
- 출처 : 함기선. 신문균. 최흥식 공저, , 1997, Page 99~110 [신경생리학]
그러나 우리는 바람 워크숍으로 신경생리학에서 접근하는 자극과 수용기를 거친 반사 활동으로 전해지는 감각 이외에 ‘기억과 정서’라는 감각이라기 보다는 그 순간의 ‘느낌’이라고 표현되는 또 다른 영역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느낌의 사전적 의미 : 어떤 대상이나 상태,생각등에 대한 반응이나 지각으로 마음속에 일어나는 기분이나 감정
- 출처 : 다음국어사전
우리는 기본적으로 데이터와 변환의 개념을 설명하고 Max/Msp를 활용해 감각의 데이터를 입력해 변환하여 출력하는 사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발전소의 사람들에게 각자 원하는 곳에서 내키는대로 바람을 감각하고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람을 감각한 것을 언어로 표현해달라고 했습니다. 이렇게 수집한 언어를 인간의 오감과 ‘정서와 기억’으로 분류해 범주화 했습니다.
* 바람의 시각 언어
나뭇잎이 흔들린다.
살랑거림
쌓이는 세월
흐르는 시간
풀이 움직임
치맛바람
* 바람의 청각 언어
왱왱
윙윙
* 바람의 후각 언어
비 냄새
바다 냄새
* 바람의 촉각 언어
시원하다
바람의 시원함을 짓누르는 태양의 압력
머리카락이 신체를 때리는 아픔
바다 근처 바람은 머리가 끈적해진다.
바람의 습기
손가락 사이로 파고드는 바람
뭉툭하다.
쓰다듬는 느낌
* 바람의 미각 언어
짠 맛
* 바람의 정서& 경험 언어
시험을 못봐서 울었었지
바람이 잡히지 않는다.
너는 역시 고이지 않고 쌓이는 세월이구나.
네가 없었다면 몰랐을 흐르는 시간
그때 헤어졌었지.
머리카락이 거슬린다.
물론,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워크숍이어서 생각보다 감각의 언어가 풍성하진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바람을 다양한 방식으로 느끼고 표현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과학적’으로 접근한 감각하기는 인간의 감정으로 그리고 다시 예술적 표현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죠.
과학기술랩의 첫 번째 브런치 글에서 이야기한 과학기술과 예술의 만남에서 전제해야 하는 것들. ‘데이터’, ‘변환’, ‘표현’의 단계가 바람 워크숍을 통해 어떤 과정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지 실험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바람, 감각 그리고 데이터’ 주제와 목표를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어떤 방법론으로 기술과 예술을 교육할 것인지 소개하겠습니다.
글 : 이다혜 / 편집 : 이다혜
제주창의예술교육랩 브런치를 구독하고 생태, 인문, 과학기술랩의 융복합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개발 과정을 살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