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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reach Jeju Sep 05. 2019

바람, 감각 그리고 데이터

[제주창의예술교육랩] 과학기술랩 활동공유 ②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창의예술교육랩 지원사업>은 ‘생태-인문’을 아우르는 지역문화자원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과학기술'를 문화예술교육에 기반해 융복합하고, 미래 지향적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고자 시작되었습니다. 이를 위해 출범한 '제주창의예술교육발전소'는 전문연구원들과 함께 과정의 실행 방향성을 이해하고 체계화하는 작업을 하는 R&D랩, 교육전문가와 청년연구원이 협업하여 프로그램을 연구·개발·실행하는D&I랩으로 구성되어,과정의 가치를 기록하고 확산하고자 합니다.



과학기술과 예술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연구원

제주의 인문과 생태 

융합이라는 어려운 과제


정말 이건 ‘혼돈의 카오스’야. 


다소 B급의 소제목을 쓴 이유는 과학기술랩이 예술과 융복합한 교육 프로그램의 주제를 다듬어가는 과정의 혼란을 ‘혼돈의 카오스’라는 단어가 너무나도 적확하게 표현해주기 때문입니다. 


과학기술랩의 청년 연구원은 모두 다른 배경과 능력을 갖춘 사람들입니다. 문화예술을 포함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글을 쓰는 사람(공대를 나와 글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자료를 수집해서 분석하는 사람(그는 코딩 강사 이기도 합니다.) 엔지니어로 오해받는 아티스트(데이터 전문가에서 아티스트가 된, 과학기술랩 에이스입니다.) 아티스트이자 예술교육자(그녀의 예술적 상상력은 꽤 자주 모두를 놀라게 합니다.)  여기에 예술학 박사이자 국내 최초 미디어 아트 웹진의 중심축을 담당하는 랩장님까지. 


과학기술과 예술, 그리고 제주의 지역 문화 자원을 융복합한 ‘창의예술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는 다소 난해하고 추상적인 미션, 여기에 다양한 배경과 지식의 연구원이 모여서일까요? 브런치 원고를 쓰기 위해 지난 회의록을 들춰보니 과학기술랩 랩장과 랩원은 창의예술교육과 예술 그리고 과학기술이라는 영역을 넘나들며 큰 혼란의 시기를 보냈더군요. 우리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 주제 선정이라는 1차 목표에 도달하기까지 지그재그로 걸어가다 다시 뒤로 가기도 하고 위로 뛰어올랐다가 땅굴을 파기도 했습니다. 


이어지는 회의와 회의. 서로 다른 연구원이 같은 방향성을 갖기 위해 끝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 과학기술이 장치적 도구화가 되지 않으며 예술과 융복합 할 수 있는 것인지. 
- 학습자는 기술 자체를 배우고자 하는지 아니면 예술의 표현 도구로서 기술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것인지. 
-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프로젝션매핑, 피지컬 컴퓨팅 등등 어떤 기술에 집중해야 하는지 혹은 어떻게 기술과 기술을 융합해야 하는지
- 기술의 범위를 정해두고 창의예술교육 콘텐츠를 구상해야 하는지 아니면 자유롭게 열어둔 상태에서 창의예술교육 콘텐츠의 아이디어를 끊임없이 던지고 기술의 범주 안에서 구체화 해야 하는지 등등


그맘때쯤 우리는 “이 얘기 우리 전에도 했던 고민 같아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Max/msp(사이클링 '74 사가 개발 및 관리하는 음악 및 멀티미디어용 프로그래밍 언어와 통합 개발 환경)를 모두 배워볼까?” “도서관에 가서 책을 들춰 보자!” “우선 각자 관심 있는 키워드로 자료를 조사해 봅시다.” 등등 모호함을 견디고 구체화 된 그림이 그려지기까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했습니다. 




국제전자예술심포지움
ISEA2019


6월 말에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된 예술, 문화, 기술을 주제로 학제적인 논의를 하는 대표 미디어아트 축제 ‘국제전자예술심포지움 ISEA2019’와 예술적 감성과 과학기술의 창의적 융합을 지향하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융복합 콘텐츠 페스티벌,  ‘ACT 페스티벌 2019 : 해킹푸드’에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VR, AR, 프로젝션 매핑, 피지컬 컴퓨팅은 물론 바이오 테크, 데이터 과학까지 다양한 기술이 그 자체로 예술의 매체가 된 현장을 직접 체험한 것이죠. 



‘ACT 페스티벌 2019 : 해킹푸드’ & 국제전자예술심포지움 ISEA2019 현장. 로우테크부터 하이테크까지 과학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수많은 작품과 프로젝트를 확인할 수 있었다. 과학기술과 예술을 통해 인간과 사회, 자연까지 다양한 영역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시도 또한 엿볼 수 있었다. 


연주와 데이터 비주얼라이제션이 결합된  쇼케이스
이름과 생년월일을 입력하면 알고리즘 분석 후 데이터 파형으로 바로 표현된다. 
마치 부처인 듯 혹은 영매인 듯 앞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로봇


신미리 연구원 

과학기술이 우리에게 제안하는 세계에 대한 것들이 과학기술+예술 교육프로그램의 교육 목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과학은 우리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하는지에 대해 말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는 어떤 가치를 나눌 것인지 생각해보자.


이다혜 연구원

앞으로 과학기술이 어떻게 예술의 지평을 넓혀갈지 기대되는 다양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인문/생태 관점에서 과학기술과 예술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이 엿보였다. 


안지선 연구원

기술발전이 가능하게 한 예술전시였고, 현대의 최첨단 기술이 활용된 예술인만큼 그 자체로 화려하고 웅장한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 많았다. 다만 그것이 교육프로그램에 어떻게 활용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새로운 고민에 부딪혔다. 


하승연 연구원

Tacit group 미디어아트 퍼포먼스 팀. sound synthesis와 DSP, 알고리즘 작곡을 기반으로 한다.  곡마다 다른 컨셉을 가지고 있지만 대부분 즉흥연주의 loop station형식의 음악으로 구성되어 있다. 예측불가능한 연주의 특성과 함께 Sonification과 visualization의 애매모호한 경계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의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바람, 감각 그리고 데이터


인터넷에서, 책에서 그리고 전시와 학회에서 과학기술랩원들은 과학기술과 예술이 접목된 수많은 콘텐츠를 살펴보았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사례 공유, 과학기술과 예술의 모호함이 주요 안건이었던 초반 회의보다 과학기술랩의 정체성과 방향성에 맞는 ‘창의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아이디어의 비중이 점점 증가했습니다. 


“요리 개발 수업을 했었어요. 종이에 요즘 기분을 써보라고 했어요. 그리고 그걸 원하는 색으로 지우고 오리게 했어요. 기분을 덮은 색종이가 요리 재료가 되는 것이죠. 그 색종이로 ‘나만의 소울푸드’를 만드는 감각 수업을 했어요.”


그러던 어떤 날 신미리 연구원의 이야기로 감각과 감각의 전이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자연스럽게 데이터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되었습니다. 


“공감각적 심상처럼 여러 감각이 공감각적으로 기술과 접목된 예술 기법으로 표현될 수 있을까요?’ 

감각을 변환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아요. 시각이 미각이 되고 촉각이 청각이 되는 거죠.” 

“감각을 데이터화 할 수 있다면 시각화, 소니피케이션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다양한 표현 기술을 접목할 수 있을것 같아요.” 

“다양한 소재로 소리를 만들어낼 수도 있겠네요. 나뭇잎을 주워 와서 소리를 만들어내고 수많은 나뭇잎으로 만든 소리로 연주하는, 예를 들어 '숲케스트라'를 하는 것처럼요!” 

“사물의 부피와 표면의 거친 정도, 색, 움직임을 모두 데이터화 하고 이를 변환해 시각화 혹은 청각화 할 수 있어요.” 

제주 바람을 감각하고 데이터화 하는 건 어때요? 제주 바람은 확실히 다른 지역과 차별화된 생태 자원인 것 같아요. 제주 바람의 특성으로 제주의 자연은 물론 생활 문화와 정서까지 영향을 받았고요.” 


글에는 몇 마디 단어로 표현되어 아주 빠르게 주제가 정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 두 달 여 간, 매주 목요일에 몇 시간씩 회의를 진행하며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주제를 구체화한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람, 감각 그리고 데이터는 과학기술의 관점과 인문 및 생태적 관점의 스토리가 접목된 융복합의 성격을 갖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바람, 감각 그리고 데이터라는 큰 주제 안에서 우리는 제주를 대표하는 환경 요소 중 하나인 ‘바람’에 대한 인문, 문화, 사회적 이해를 바탕으로 바람의 감각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것을 어떻게 변형, 편집, 통합, 표현하는지에 대한 기술적 방법론을 습득하고자 하는 것이죠. 더 나아가 데이터를 다루는 방법을 익히고 이를 현실에 적용하는 단계까지 갈 수 있도록 교육안을 설계해보고자 합니다. 


1) 데이터 - 과학기술


과학기술과 연결된 핵심 키워드는 ‘데이터’입니다. 디지털 기술로 모든 것이 데이터화되고 있죠. 우리가 온라인상에서 하는 모든 행동은 데이터로 기록됩니다. 데이터로 현실이 구성되고(가상현실, 네트워크 공간) 소통하며 (인간과 인간, 인간과 사물, 사물과 사물) 세상이 작동하고 있는 지금. 데이터에 대한 이해는 현대를 살아감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과학기술랩은 창의예술교육으로 데이터의 작동 과정과 원리를 파악하고 더욱 강력하고 넓게 발현할 수 있는 기획력과 상상력을 고취하고자 합니다. 


2) 감각 - 인문


가상현실, 증강현실, 각종 문화 기술로 감각은 확장되고 증폭됩니다. 다양한 감각은 서로 융합되고 복합적으로 전해집니다. 과잉된 감각 정보는 역으로 본연의 감각에 대한 이해가 멀어지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였습니다. 과학기술랩은 감각의 시작으로 돌아가 인간의 오감을 이해하고 경험하며 오늘날의 확장되고 증폭된 감각 사회와 인간 활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교육 대상자의 사회적, 기술적, 산업적 맥락 습득과 활용 가능성을 확대하고자 합니다. 


3) 바람 - 생태


예로부터 제주는 여자, 돌, 바람이 많아 삼다도라 불리었습니다. 여자와 돌이라는 요소는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다르게 변했습니다. 하지만 바람은 제주의 자연 요소 중 고대부터 현대까지 변하지 않고 제주인의 삶에 밀접한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과학기술랩은 제주의 주요한 생태 자원인 '바람'을 인간이 어떤 감각으로 받아들이고 표현하는지 연구하고 바람이 문화적으로 어떤 영향을 주었을지 고찰해보고자 합니다. 




이렇게 과학기술랩은 바람, 감각, 데이터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예술, 과학기술, 인문, 생태 그리고 교육. 우리는 이 모든 가치를 어떻게 엮어가게 될까요? 


다음 글에서는 창의예술교육랩의 전체 워크숍에서 진행한 즉흥 바람 워크숍 현장을 소개합니다. 



글 : 이다혜 / 편집 : 이다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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